에너지

예상보다 더 쎈 '캐즘'...LG엔솔⋅SK온 '비용 최소화' vs 삼성SDI '현행 유지' [소부장박대리]

배태용 기자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LG에너지솔루션]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예상 보다 강하게 다가오면서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모두 증권가 전망치를 밑도는 등 업계 전반에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캐즘은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배터리 3사는 생존 전략은 상이한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비용 최소화에 집중하는 반면, 삼성SDI는 기존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 배터리 3사 2분기 실적 발표 마무리…모두 '어닝쇼크'

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이날 SK온의 실적 발표를 끝으로 한국 배터리 3사의 2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2분기 실적의 주요 관전 요소는 배터리 3사 모두 증권가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을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1619억원, 영업이익 195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8% 줄었으나 전분기 대비론 0.5% 소폭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7.6% 급감, 전분기 대비로는 24.2% 늘었다. 2분기 증권가 전망 평균치(컨센서스)는 매출 6조7196억원, 영업이익 2755억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흑자 기록에도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AMPC(첨단 제조 세액공제)가 주효한 역할을 했다. 2분기 AMPC는 4478억원으로 이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2530억원으로 적자 전환이다. AMPC 제외 시 적자 규모는 전분기(-316억원)와 비교해 대폭 확대된 상태다.

배터리 3사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 AMPC 없이도 견조한 실적을 유지해왔던 삼성SDI도 2분기는 휘청였다. 매출 4조4501억원, 영업이익 2802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38% 감소했다. 삼성SDI의 2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5조1840억원, 영업이익 3320억원 수준으로 역시 '어닝 쇼크'다.

삼성SDI 헝가리 2공장 조감도. [삼성SDI]

이날 마지막으로 실적 발표를 진행한 SK온은 매출 1조5535억원, 영업손실 460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1조6836억원, 영업손실 3315억원 기록한 전 분기와 비교해 적자 폭이 확대, 2021년 출범 이후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증권가 전망치는 영업손실 3100억원 수준이었다. 미국 지역 판매량 회복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장 가동률 하락 및 헝가리 신규 공장 가동으로 인한 초기 비용 증가 영향 때문이다.

◆ 비용 최소화 vs 투자 기조 유지…엇갈린 전략

캐즘 영향으로 주요 전기차 고객사의 판매가 하락, 배터리 공장 가동률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연초 급감한 리튬 등 주요 금속 가격이 배터리 판가에까지 영향을 주며 2분기 배터리 업계는 예상 이상으로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하반기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 사는 저마다의 전략을 세워 캐즘 나기에 본격 돌입할 방침이다.

캐즘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LG에너지솔루션은 당분간 필수 투자만 집행, 비용 절감에 집중함과 동시에 ESS(에너저장장치) 수익성 확보 등을 돌파구를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체 기조는 보유한 글로벌 케파 운영 최적화 관점에서 기존 공장 유휴 라인을 전환하는 조치를 통해 가동률을 극대화할 계획이다"라며 "신규 증설 프로젝트는 전략적으로 시장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되, 증설 램프업 속도를 조절해 과잉 투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SS 배터리 사업과 관련해선 "작년 말 남경 일부 라인 LFP 전환해 생산하고 있다"라며 "올해 북미 유럽 중심 LFP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향후 LFP 매출 비중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5년 상반기 LFP 롱셀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으로 안정적인 소재 경쟁력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갖춰 나가겠다"고 라고 강조했다.

SK온 서산공장 [ⓒSK온]

삼성SDI는 투자 축소 없이 현 기조를 유지하면서 중⋅저가 배터리 개발 등을 통해 고객사를 넓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삼성SDI는 컨퍼런스콜에서 "기존 투자 계획과는 큰 변동이 없으며, 상반기 기준 이미 전년 대비 2배 이상 투자를 집행했다"라며 "헝가리 법인 증설 미주 쪽 스텔란티스와의 JV(합작법인) 1공장 건설 등 이미 확보된 수요 대응을 위해 전고체 전지 46파이 등 이미 확보된 수요 대응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볼륨, 엔트리(최저가)급 수요는 전기차 대중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 왔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NMX(코발트프리), LFP 양극재를 활용한 저원가 플랫폼을 착실하게 준비해 왔다"라며 "하반기 중 기술 검증 단계인 플랫폼 개발을 완료,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고객과 프로젝트 논의 및 수주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온 역시 비용 최소화하면서도 라인 전환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방침이다. SK온은 "북미 공장 라인 전환은 보조금 수취 등 미국 내 생산이 자동차 업체에 중요해짐에 따라 SK배터리아메리카 공장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개별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고객사와의 관계에 따라 언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1~2년 내 신규 출시가 예정된 모델은 포드 트랜짓 커스텀, 현대차그룹 EV9, 아이오닉 대형 SUV 등 북미 생산 예정 모델이 있다"며 "이외에도 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신규 수주 추진하고 있고, 다수의 글로벌 기업과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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