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기차 캐즘에 떠오른 각형·원통형 대세론…K-배터리 3사 총력 [소부장박대리]

고성현 기자
P6 각형 배터리. [ⓒ삼성SDI]
P6 각형 배터리. [ⓒ삼성SDI]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전기차 시장이 수요 절벽을 맞닥뜨리자 제조 원가 비중이 높은 배터리 가격을 줄이기 위한 전략 가동이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고에너지밀도에도 낮은 생산성으로 가격이 비싼 파우치 배터리 선호도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원가절감에 유리한 각형·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3사는 신규 전기차용 배터리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폼팩터로 각형과 원통형을 채택하는 추세다.

파우치형·원통형 배터리에 주력하던 LG에너지솔루션은 신규 원통형 규격인 4680(지름 46mm, 길이 80mm)배터리 개발에 이어 각형으로의 확장에 나섰다. SK온은 보다 각형 개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각형·원통형이 주력인 삼성SDI 역시 지름 46mm에 다양한 길이를 갖춘 46파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각형·원통형 배터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전기차 시장 내 수요 감소 추세 때문이다.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심리가 고금리·경기 불황·충전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꺾인 후 살아나지 못하자, 자체 차량의 원가를 줄여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전기차 업체들이 늘어난 것이다.

원통형은 과거 배터리팩 내 많은 불용공간에 따른 주행거리 향상에 제약이 한계로 지적 받아 왔으나, 에너지밀도와 크기를 높인 46파이 배터리가 신규 개념으로 등장하면서 이러한 우려를 떨쳐내고 있다. 전극을 감는 와인딩 방식이 높은 생산성으로 규모의 경제 달성 시 혁신적인 원가 절감이 가능한 데다, 에너지밀도도 높여 주행거리 측면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평가다.

각형 배터리는 셀투팩(CTP)·셀투샤시(CTC) 등 모듈을 제거한 원가 절감 기술 적용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단한 외관으로 셀을 차체 등에 그대로 탑재할 수 있어 경량화·부품 등 추가 비용 절감에 강점이 있다. 또 하부 냉각판과의 접촉면 확대로 열전파 현상 방지, 가스캡·알루미늄 캔 사용 등으로 열 확산에 강한 높은 안정성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반면 에너지밀도에 장점을 보여왔던 파우치형 배터리는 선호도가 낮아진 모습이다. 얇은 크기와 높은 셀 당 에너지밀도로 차체 설계 유연성·성능에 이점이 있으나 낮은 생산성과 안정성, CTP 적용 시 추가 부품이 소모되는 등 비용 상승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사업장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사업장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3분기 말 4분기 초 오창에서 테슬라용 4680 배터리를 양산하는 한편, 길이 규격을 다양화한 46시리즈 제품을 개발해 다양한 고객사로의 납품을 진행할 계획이다. 각형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로, 고객과의 협의를 거쳐 내년 중 개발·양산 계획이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당초 4680 등 원통형 개발에 주력해왔으나, 지리자동차 등 고객사와의 논의가 깊어지면서 각형 개발에 인적 자원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 회사는 지난 1일 SK이노베이션 컨퍼런스 콜에서 "각형 배터리 기술 개발은 완료됐다. 더 나아가 제품의 품질이나 안정성 뿐 아니라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볼륨마켓 등 모든 전기차 세그먼트를 커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고객사와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SDI는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내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검토하며 각형 배터리 공급선을 확장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 초부터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돌입, 전기 스쿠터·바이크·킥보드 등 마이크로모빌리티용으로 납품한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납품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길어진 전기차 캐즘으로 국내 3사의 가동률 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내부의 의견"이라며 "이러한 폼팩터 확대 추세도 당장의 캐즘 극복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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