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과잉 우려 없다…커지는 SK하이닉스 메모리 주도권 [소부장반차장]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메모리 업계 안팎에 HBM(고대역폭메모리) 과잉 공급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1위 SK하이닉스는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D램을 적층해 만드는 HBM은 다이 사이즈가 2배 이상 크고, 수율도 낮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의 기술 리더십을 토대로 메모리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을 짰다.
6일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능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생산 확대와 더불어 기술 노하우까지 쌓이며 수율까지 개선되는 흐름까지 이어지고 있다.
케파(CAPA⋅생산능력)는 늘어나고 있는데, AI(인공지능) 모델 수익화 등에 관한 명확한 해답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업계에선 HBM도 D램(DRAM), 낸드플래시(NAND FLash) 등 사이클에 영향을 크게 받는 메모리와 같이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4세대 HBM(HBM3)에서 엔비디아 독점 공급을 체결, HBM 시장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AI은 지난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한 신생 산업으로, 아직 시장 확장 잠재력이 클 뿐만 아니라 HBM 구조 특성상, 일반 메모리와 같이 과잉 공급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만들어지는 HBM은 TSV(Through Silicon Via⋅실리콘 관통 전극)를 통해 다층 적층하는 매우 복잡한 제조 공정을 거치는데, 이는 일반 D램 제조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정밀도를 요구하고 있다. 생산 라인 구축에 막대한 자본이 소요되는 등 높은 진입 장벽을 갖고 있어 기존 기업 이외에 신생 기업들은 시장 진압 자체가 어렵다.
수율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일반 메모리와 비교해선 낮은 점도 또 하나의 이유다. HBM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1년 단위로 맞춤형으로 생산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케파 확대가 곧장 과잉 공급으로 이어지는 논리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HBM의 다이 사이즈 페널티(칩 사이즈 증가)와 낮은 생산성을 고려하면 투자가 증가하더라도 비트 증가는 제한적이다"라며 "생산 증가 제약은 HBM 세대가 업그레이드될수록 가중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HBM은 1년 이상 고객 계약 물량을 기반으로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투자 증가는 곧 제품 주문량의 증가를 의미한다"라며 "향후 다양한 응용처에서 AI 기술이 적용되면 PIM(프로세싱인메모리) 등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모리 산업이 소품종 대량생산 구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로 변화하면서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공급하는 주문형 산업으로 진화할 것이란 판단이다.
이러한 HBM 특성을 고려, SK하이닉스는 내년에 6세대 HBM(HBM4) 조기 상용화 뿐만 아니라 설비투자를 대폭 늘려 신규 대형 고객사 맞이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을 중심으로 HBM에 활용되는 TSV(실리콘 관통전극) 설비를 반입하는 등 생산 케파를 확대에 나서고 있다. 내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로 건설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현재 부지 공사가 한창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번째 팹을 예정대로 내년 3월 착공해 2027년 5월 준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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