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TSMC에 쏠린 AI 수요…'삼성 파운드리' 봄바람 분다 [소부장반차장]

고성현 기자

엑시노스 시리즈. [ⓒ삼성전자]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대만 TSMC에 막대한 첨단 칩 수요가 쏠리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에게도 기회가 올지 관심이다. TSMC가 모든 생산을 감당할 수 없는 만큼, 우선순위에 밀려난 수요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풀면서다. 업계에서는 내년 삼성의 주력 공정이 될 3나노 2세대 공정(SF3)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된다면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올해 하반기 중 3나노 2세대 공정인 SF3의 본격적인 양산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워치7의 웨어러블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W1000'이 SF3에서 제작됐으며, 내년 초 공개할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25에 탑재되는 모바일 AP '엑시노스 2500'도 이 공정에서 제작된다.

SF3은 삼성전자가 2022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3나노 1세대 공정의 후속 공정이다. 1세대와 마찬가지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GAA는 트랜지스터 게이트와 채널이 닿는 면을 기존 3개(FinFET)에서 4개로 늘려 전류 누설 등을 개선했다.

당초 SF3는 낮은 수율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능 등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업계의 우려를 샀다. 하지만 지난달 진행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SFF 2024)에서 엑시노스 2500을 SF3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유지하면서 관련 우려를 불식시킨 모습이다. 특히 전영현 부회장이 DS부문장으로 부임하는 '원 포인트 인사' 단행 이후 관련 속도가 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 부회장이 취임한 이래 내부 조직 개편과 연구개발·양산 엔지니어 등의 역할 정리가 이뤄지면서, 파운드리에 투입되는 인적 자원이 늘어난 덕이다.

최근 경쟁사들의 변화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삼성 파운드리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 이후 삼성전자를 쫓고 있는 인텔은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도 파운드리 손익 개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인텔 파운드리의 2분기 영업손실은 28억달러로 전년 동기(19억달러), 전분기(25억달러)보다도 증가한 모습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이 단기적으로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닌 만큼 인텔이 첨단 공정에서 단기간 내 삼성을 따라잡을 수 없다"면서도 "미국 정부적 지원과 인텔 내부의 강한 파운드리 사업 드라이브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이 기간 내에 격차를 벌려두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TSMC 대만 본사. [ⓒ연합뉴스]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에 첨단 공정 제품 주문이 쏠리는 점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TSMC는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라 첨단 공정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어, 이에 따라 우선 생산 순위에서 밀린 업체가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실제로 TSMC는 이러한 첨단 공정·패키징 수요 상승에 따라 가격 인상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시보 등 대만 현지 언론은 8일 TSMC가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첨단 패키징 주문 확대로 3나노, 5나노 공정 제품에 대한 8% 가격 인상에 나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TSMC로 향하는 수요가 초과된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빅테크의 수요가 당장 삼성 파운드리로 넘어가리라는 보장은 없다"면서 "하지만 AI를 비롯한 자동차, 모바일 등 첨단 제품 수요가 나날이 늘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권역의 수요를 잡을 기회는 분명 올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이번 엑시노스 2500의 양산 성공이 향후 파운드리 사업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가 글로벌 빅테크 등 외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만한 양산 이력이 확보돼야 하는데, 엑시노스 2500의 성공 여부가 이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양한 제품 수주를 위한 설계자산(IP)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통상 팹리스는 파운드리에 시스템온칩(SoC) 등을 맡기면 주요 기능은 직접 설계해 파운드리에 맡기고, 그 외의 부가적 기능은 해당 파운드리 공정 노드에서 검증된 IP를 활용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현재 삼성 파운드리가 보유한 파운드리 내 IP는 약 5300개로 업력 대비 많은 편에 속한다. 다만 TSMC가 7만개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 IP의 첨단 노드로의 확보 등이 이어져야 한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 2500 양산에 통상 파운드리가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제외하고는 예정대로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관련 성과가 나오고 첨단 패키징 솔루션이 뒷받침된다면 AI 고성능컴퓨팅(HPC), 자율주행 등 주요 신성장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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