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기회'로, 하이엔드 동박 '롯데에너지머티'…中 맹추격 [소부장박대리]

배태용 기자
스페인 하이엔드 동박 스마트팩토리 조감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스페인 하이엔드 동박 스마트팩토리 조감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과 중국의 저가⋅물량 공세로 동박 산업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기술장벽이 높은 '하이엔드 동박'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구하면서 위기를 타계하는 모양새다.

다만, 다수 중국 기업이 저가·물량 공세를 넘어 '하이엔드 동박' 개발에 나서는 등 추격이 거세지면서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1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중국 동박 기업의 저가⋅물량 공세로 다수의 기업이 동박 사업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동박 시장의 3분의 2가량을 공급하는 중국 업체들이 낮은 생산비용 등을 앞세워 저가 물량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동박은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에 수준의 두께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내외의 얇은 구리막으로, 이차전지(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를 씌우는 역할을 한다. 전자가 이동하는 경로이자 배터리에서 발생한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 동박 사업을 영위하는 SK넥실리스는 지난 2022년 연결기준 연간 98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이후,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24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1분기 영업손실 399억원, 2분기 374억원 등을 기록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

이외 솔루스첨단소재는 2분기 매출과 영업손실을 각각 1493억원, 105억원 기록,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솔루스첨단소재의 적자가 이어지는 원인은 동박 고객사들의 단가 인하 압력과 신규 공장 고정비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동박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5분기 연속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26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6% 상승, 영업이익은 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80억원이다.

이 같은 성적표를 기인한 데엔 고부가 제품 '하이엔드 동박' 중심의 고객 다변화, 판매량 증가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성능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하이엔드 동박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기술 장벽이 높아 공급이 가능한 업체는 많지 않다.

하이엔드 동박의 생산 핵심은 4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미세한 두께와 높은 순도를 요구하는 기술력이 핵심이다. 중국 동박 기업들은 저가 공세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지만, 하이엔드 동박 시장에서는 기술력 부족으로 인해 선두 업체를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세계 최대 동박 기업으로 알려진 중국 론디안왓슨에너지 테크, 대만의 창춘 등 기업들이 하이엔드 동박 개발, 양산에 R&D(연구개발) 투자를 꾸준히 하는 만큼, 시장 변화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이 같은 상황에 나서기 위해 유럽, 미국향 고객사를 중심으로 하이엔드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동박 사업은 구조적 특성상, 다른 2차전지 소재 대비 중국과 경쟁 강도가 높다"라며 "최근 전력비,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하이엔드 동박 중심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에 나서고 있다. 북미⋅유럽 고객사들 중심으로 고마진 하이엔드 동박 프로모션을 집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