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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임호 과기부]① 흔들리는 정보통신강국, 차세대 네트워크 정책 방향 안갯속

강소현 기자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6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연구·개발(R&D) 시스템 혁신 ▲인공지능(AI) 기본법 제정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등 산적한 현안과 마주하게 됐다. <디지털데일리>는 유상임 장관이 풀어야 할 정책적 과제와 현안들을 짚어보고, 향후 과기정통부의 방향성에 대해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6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6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최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이 취임한 가운데, 올 연말까지 전파정책 정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선 6G를 앞두고 주파수 할당 등 전파정책의 방향을 대폭 수정해야 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5G(5세대이동통신)을 기점으로 국내외 통신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뀌었지만, 현 정책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연이은 5G 28㎓ 실패, 정책 기조 변화 필요성 반증"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 관련 부서들이 최근 유 장관을 상대로 업무보고를 시작한 가운데 당장 이번달 중 중장기 주파수 공급 방향이 담은 ‘주파수 스펙트럼 플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지난해 예정됐던 계획안 발표는 이미 두차례 미뤄진 상황이다. 세계전파통신회의(WRC)23에서 논의됐던 6G 후보 대역 관련 내용을 담기 위해 한차례 연기됐던 계획안 발표는, 최근 정부가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 실패하면서 또 한차례 지연됐다. 제4이통에 할당될 예정이었던 5G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 할당 계획을 포함하기 위함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에 대한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취소 청분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1월31일 최고 납찰가인 4301억원을 제시해, 5G 28㎓ 대역 주파수를 낙찰받으면서 제4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다.

학계 전문가들은 연이은 5G 28㎓ 정책 실패가 정책 기조 변화의 필요성을 반증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28㎓ 대역 주파수를 5G용으로 할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지난 2022~2023년 이통3사로부터 5G 28㎓ 대역 주파수를 회수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2022년 12월, SK텔레콤은 2023년 5월에 각각 주파수 할당이 취소됐다. 망 의무 구축 분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가 망 투자에 소홀했던 가장 큰 이유로는 투자 대비 낮은 사업성이 지목된다. 28㎓ 주파수 특성상 전파의 회절성이 약해 장애물에 약하고 커버리지가 짧아 투자는 많이 요구된다. 하지만 마땅한 B2C 수익모델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5G 시대는 자연스럽게 서비스와 단말이 뒤따라왔던 3G·LTE와 다르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소비자가 체감하기에 통화품질은 크게 향상됐고, 인터넷의 속도는 충분히 빨라졌기 때문이다. 즉, 소비자 수요가 없다보니 관련 단말을 생산하려는 제조사의 노력도 부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3G 시대에는 무선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무제한 요금제의 수요가 늘었고, 고화질 영상이 유통되면서 3G 가입자가 LTE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반면 5G 28㎓ 대역의 경우 아직까지 ‘고객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서비스’가 부재하다. 이는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28㎓ 대역 주파수를 B2C에서 활용한 사례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

◆ 통신장비사 해외 이탈 이미 시작…투자 촉진 시킬 당근책 마련해야

[Ⓒ SK텔레콤]
[Ⓒ SK텔레콤]

이에 이동통신사를 무작정 규제하기 보단, 통신생태계 전반에서 이통사의 투자를 촉진시킬 ‘당근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학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5G 28㎓는 LTE 시대까진 통했던 정부 규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상장사인 이통사의 입장에선 주주 이익도 우선해야 하는 가운데, 28㎓에 투자해서 얻는 것보다 잃는게 더 많기에 이 같은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5G 성숙기 돌입에 따른 이통사의 투자 위축으로 이미 국내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6G를 앞두고 장비사는 오픈랜 등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을 혁신하기 위한 재원 확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실제 올 상반기 연결 기준 ▲에치에프알(HFR) ▲이노와이어리스 ▲인텔리안테크놀로지 ▲다산네트웍스 ▲오이솔루션 ▲에이스테크 ▲케이엠더블유(KMW) 등의 통신장비 기업들은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더욱이 대대적인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조치 영향으로, 네트워크 기술 실증을 위한 정부 지원도 줄어든 상황이다. 통상 실증은 비(非)R&D에 해당되지만, 예산 분배에서 간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투자를 받고자 국내 기업의 해외 이탈도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정부의 중장기 전파정책 방향은 아직까지 안갯속인 상황이다. 당초 지난 1월까지 ‘제4차 전파진흥기본계획’ 최종안을 마련해 발표해야 했지만, 주파수 스펙트럼 플랜 발표 연기로 연쇄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전파법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5년마다 전파분야 계획을 새로 수립해야 한다.

이번 제4차 기본계획에선 6G·위성통신 등 지상뿐만 아니라 공중 및 해상까지 아우르는 초공간 통신기술의 경쟁력 확보와, 전파를 활용한 새로운 디지털 융합산업 발굴과 관련해 논의한 내용이 중점적으로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정통한 한 업계전문가는 “이통사가 투자해야 관련 중소 제조업체들도 산다"라며 "옛날과 달라서 정부가 강압적으로 정책을 가져가기보단, 통신사업자들을 모아 재할당대가나 전파사용료 감면 등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일부 풀어주고 이를 투자로 이어지도록 하는 정책을 구상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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