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플랜 톺아보기]② 장고 끝에 악수뒀나…"정책 큰그림 불분명"
대한민국의 주파수 중장기 운용 계획인 '스펙트럼 플랜'이 지난 1일 베일을 벗었다. 이동통신·신산업·공공·제도 등 분야별 연구반을 구성한 이후 2년 만에 공개된 스펙트럼 플랜 최종안은 ▲이동통신 주파수 활용 계획 ▲디지털 신산업 성장지원 혁신 서비스 ▲공공 무선망 고도화 ▲주파수 이용체계 혁신 등의 내용이 담겼다. <디지털데일리>는 스펙트럼 플랜을 통해 변화될 주파수 운용 계획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정부가 장고 끝에 공개한 ‘대한민국 스펙트럼 플랜'(이하 ‘스펙트럼플랜’)을 두고 악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6G 후보 주파수 대역·제4이동통신 실패 등을 반영한다는 이유로 당초 계획보다 1년 넘게 늦은 지난 1일 발표했지만, 정부가 광대역을 확보하겠다는 것 외 향후 주파수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 큰 그림을 읽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특히, 주파수 정책의 핵심인 할당계획도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역대 중장기 주파수 공급·활용 계획들이 트래픽 추이 및 포화 예상 시기와 함께 대략적인 할당 시점을 제시했다면, 이번 플랜의 경우 각 주파수를 ‘적기에’ 공급하겠다고만 적혔다.
이에 정부의 5G 추가할당 및 LTE 재할당 시점에 맞추어 자본금을 확보해야 하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3사의 셈법은 복잡해질 전망이다.
◆ 광대역 확보한다는데…"그래서 할당시점·용도는?"
이번 스펙트럼 플랜의 핵심은 ‘광대역 확보’로, 당초 업계에서 예측됐던 바였다. 오는 2030년 6G 상용화를 앞둔 가운데, 6G 서비스에서 저대역을 활용하려면 광대역 확보가 요구되지만 현재는 각 사가 파편화된 대역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광대역 확보를 염두해 두고 있는 주파수 대역은 2.6㎓(기가헤르츠) 대역과 3.70~4.0㎓ 대역이다. 이통3사가 LTE 용도로 활용 중인 2.6㎓ 대역의 이용기간 종료 시점(2026년) 시장 상황을 고려해 회수 혹은 할당 여부를 먼저 결정한 뒤 내년 하반기 3.70~4.0㎓ 대역을 포함한 5G 추가할당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즉, 구체적인 광대역 할당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는 이를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할당시기에 따라 주파수의 활용 용도 역시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시기에 따라 2.6㎓ 대역의 경우 LTE가 아닌 5G용으로, 3.70~4.0㎓ 대역의 경우 5G가 아닌 6G용으로 할당될 수도 있다.
용도의 경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당장 주파수 정책에서 큰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주파수 중장기공급 계획은 자체적인 트래픽 추이를 토대로 대략적인 시점을 제시해 왔던 터였다.
5G 광대역 할당도 지난 2019년 정부가 발표한 ‘5G 플러스(+) 스펙트럼 플랜’ 적시된 내용이었다. 2019년 정부가 발표한 ‘5G 플러스 스펙트럼 플랜’에 따르면 “2021년 고정위성용으로 분배돼 있는 3.70~4.0㎓에 대해 클린존 도입 등을 통해 이동통신용으로 확보 추진한다”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선 급변한 이동통신시장 상황에 대한 정부 부담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봤다. 과거에는 사업자가 예측한 시점보다 먼저 주파수 추가할당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전문가는 “5G의 경우 서비스에서 수익은 나지 않고 ARPU(가입자당평균매출)는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에서 가입자도 포화됐다”라며 “주파수를 받기 위해 예전처럼 (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경매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지 않은 가운데 (주파수에 대한) 수요 예측이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 LTE 재할당 조건은 5G 추가 할당?…“재할당 산정방식 재논의 필요”
광대역 할당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회의적인 가운데, 이번 스펙트럼 플랜 발표에서 광대역 할당 가능성을 열어뒀을 뿐 업계와의 협력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도 제기된다.
현 시점 5G 트래픽 증가가 정체된 상황에서 광대역 할당은 사업자는 물론, 정부에게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당장 3사 모두 5G 주파수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무선데이터 트래픽 현황에 따르면, 5G 무선데이터 트래픽 총량은 상용화 첫해인 2019년 12월 12만1444TB(테라바이트)에서 2024년 5월 96만4839TB으로 약 8배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가입자당 1인당 트래픽은 26.8GB에서 29.9.GB로, 지난 4년 동안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즉, 가입자는 증가했지만 데이터 사용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또 3.70~4.0㎓ 대역은 SK텔레콤의 우측 대역으로,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해당 대역을 가져가도 무선국을 추가로 설치하고 주파수 집성기술(CA)에 투자를 해야만 주파수를 쓸 수 있다. 아직은 5G 트래픽이 수용 범위를 초과하지도 않은 가운데, 막대한 투자비를 부담하고 주파수를 가져가야 할 수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LG유플러스는 당장 지난해 6월부터 20㎒ 늘어난 100㎒폭 주파수로 5G 서비스를 시작해 당장은 추가 할당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다.
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앞서 SK텔레콤은 3.70~3.72㎓ 대역에 대한 추가할당을 요청했지만, 최근 AI(인공지능)사업 투자 확대에 따라 MNO사업에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등 내부 기조가 변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되면 주파수 할당대가로 기금을 확보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도 광대역 공급은 리스크가 크다. 사업자 간 유효경쟁이 발생하지 않아 최저경쟁가격에 주파수를 할당하거나, 사업자 대다수가 경매에 참여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정부가 LTE 재할당의 조건으로 5G 추가할당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2020년 이통3사의 5G 기지국 투자를 조건으로, 정부가 LTE 재할당비용을 깎아준 바 있기 때문이다.
당장 2026년 LTE 용도 주파수의 이용기간이 종료되는 가운데, 학계에선 재할당대가 산정방식에 대한 정부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해당 대역에 대한 재할당대가 비싸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G 시대를 앞두고 이미 막대한 투자가 예고된 통신3사의 입장에선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주파수 재할당에 대한 (이통사의) 부담은 상당하겠다. 당장 2029년 6G 주파수를 할당받은 뒤 이듬해에는 시범서비스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라며 "해당 시점 주파수에 대한 수요와 주파수 할당에 따른 예상 매출 등이 논의돼야 할텐데, 재할당 대가 산정 기준에 대한 내용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이미 담겨있어 사업자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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