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가 차세대를 하지 않는 이유는?…"풀지 못할 이유 없기 때문"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핀테크 기업이 시중 은행과 증권사가 버티고 있는 금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감한 신기술 도입을 통한 금융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 이같은 상황 속 국내 대표 핀테크사로 자리 잡은 토스는 어떻게 금융과 정보기술(IT)을 접목했을까?
12일 핀테크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는 개발자 콘퍼런스 ‘슬래시2024(이하 슬래시)’를 통해 금융IT 서비스 개발 과정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슬래시는 그간 온라인에서만 진행되다가 이번에 처음 오프라인 행사로 개최하게 됐다.
‘노 리밋(No Limit) :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날 행사에는 1500명 개발자 및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토스 뱅크·증권·페이먼츠·플레이스 등 5개 법인에서 총 41명 개발자들이 연사로 나섰다.
세션에서 연사들은 ▲대출서비스 ▲마케팅 기법 ▲차세대 시스템 전환 등 다양한 분야 프로젝트 과정을 공유했다. 구체적으로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한 이용자 저변 확대 효율화, 다양한 금융 변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검증 체계, 안전한 차세대 시스템 전환을 위한 전략 등 발표가 이어졌다.
◆이용자 유입확대? 머신러닝 고도화로 해결
김하영 토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머신러닝(ML) 기반 자동 타겟팅으로 고객 만족과 마케팅 효율 모두 잡기’를 주제로 발표했다. 통상 플랫폼 입장에서 이용자 유입은 가장 중요한 과제다. 매출 상승으로 직결되며, 사업 성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토스는 유입 가능성이 높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타겟팅 머신러닝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그는 “타겟팅은 서비스를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소개하고 사용을 유도하고,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행한다”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마케팅 활동에) 잘 반응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용자 그룹을 추출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푸시 광고) 테스트 발송을 통해 결과를 분석 및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과거 사례 타겟팅 작업 데이터를 모델링에 활용하고,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머신러닝 모델과 별도로 광고에 잘 반응할 것 같은 사용자들이 예측하는 모델을 별도로 개발했다”며 “이 같은 작업들을 조합해 이용자 유입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을 가동했다”고 덧붙였다.
그결과 신규 서비스인 ‘오늘의 운세’에서 이전 모델에서 ‘평균 광고 노출횟수 대비 클릭수(CTR)’가 14% 수준에서 머신러닝 적용 이후 19.8%로 상승하는 결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 김하영 데이터사이언티스트 설명이다.
그는 “알리익스프레스 홍보를 위해 토스페이 가맹점 대상 타겟팅 작업에서도 머신러닝 적용 전 평균 CTR은 9%에 불과했으나, 머신러닝 적용 후 평균 CTR이 16%까지 상승하는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10년치 변수에 대비하라…해법은 ‘타임머신’ 식 검증 체계
박종수 토스뱅크 서버개발자는 ‘리플레이 검증으로 새로운 금융시스템 안전하게 도입하기’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통상 온라인 서비스는 이용자 유입·이탈이 빈번하기 때문에 단기적 전략으로 개발작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금융 시장 대출 서비스는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발생 가능한 변수에 대한 대처가 중요하다.
그는 “토스뱅크에서 대출 기간은 최대 10년이며, 이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 이용자와 약정서로 약속을 한다”며 “토스뱅크는 약정서에 명시된 약속을 향후 10년 동안 정확하게 우려 없이 수행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적인 변수로는 기준금리 변경이 있다”며 “지속적으로 바뀌는 기준금리가 대출 약정 시점에 이용자가 선택한 반영 주기에 맞춰서 실제 대출 금리에 반영되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스가 고안한 관리 방안은 ‘타임머신’ 검증 체계다. 각종 변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실제로 10년 뒤 환경에서 개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테스트 환경에서 대출 시스템을 실제 운영하며 주기적으로 거래를 실행해 유효성을 확인해 보는 방식이다.
그는 “공통 테스트 데이터베이스(DB)는 사용할 수 없었다”며 “시간을 바꿔가며 여러 거래를 실행할 때 동일한 DB를 사용하면 데이터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립된 DB를 구축하는 방법을 택했다”며 “독립된 DB는 운영 DB와 테스트 DB에서 매일 스키마 데이터(DB 자료 간 관계 및 자료 표현 방법을 정의한 구조)를 가져오도록 설정돼 있으며, 각 DB 간 데이터 분석 및 시뮬레이션을 거쳐 미래 시점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확 바꾸지말고 점진적으로...‘스트랭글러 피그 패턴’
차영록 토스뱅크 서버개발자는 ‘토스뱅크가 차세대를 하지 않는 이유:지속가능한 마이그레이션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며 차세대 프로젝트에서 발생 가능한 위험성을 최소화한 마이그레이션(기존 시스템을 더 나은 운영체계로 옮기는 과정) 방식 ‘스트랭글러 피그 패턴(Strangler Fig Pattern)’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대부분 차세대 프로젝트는 ‘워터폴’ 방법론을 사용하는데, 이는 단계별로 (마이그레이션을) 진행하기 때문에 유연성이 부족하고, 작업 중간에 변경사항이 발생할 경우 프로젝트 전체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며 “최악 경우 시스템 전환 도중 서비스 장애가 발생해 이용자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토스뱅크는 차세대 프로젝트 대신 스트랭글러 피그 패턴을 통해 은행 시스템을 안전하게 전환하고 있다”며 “이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점진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며 유지 보수와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영록 서버개발자는 지속 가능한 마이그레이션 작업을 위한 문서화 중요성을 강조했다. 새로운 개발자가 투입됐을 때 원할하게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꼼꼼한 문서화를 통한 인수인계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문서화 작업을 할 때는 글뿐 아니라 다이어그램과 같은 시각적인 표현을 많이 활용하는 것이 좋다”며 “잘 작성된 문서는 비즈니스 로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최적화와 유지보수에도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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