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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결국 아무도 만족 못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방향…‘네카오’만 울상

왕진화 기자
[ⓒ연합뉴스, 공정위]
[ⓒ연합뉴스, 공정위]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당정협의회에서 밝혔던 공정거래법 개정안 방향에 대해 플랫폼 업계가 여전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토종 플랫폼을 끝내 규제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과거 구글에 과징금을 물린 사례가 있지만 해당 개정안에는 서비스 임시중지명령도 포함돼 있어 소비자 피해 등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당정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물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이 온라인 플랫폼법 추진까지 예고하면서 업계는 첩첩산중인 상황에 놓이게 됐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9일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지배적 플랫폼을 대상으로 4대 반경쟁 행위를 규율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당정은 이날 국회 본관에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메프 재발방지 입법방향’ 당정협의회를 열고 개정안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공정위는 기존 사전 지정에서 사후 추정으로 변경하고, 신규 관련 법 제정이 아닌 기존 법 개정으로 방향을 틀었다. 규율 대상은 ▲1개사 시장 점유율 60% 이상·월간 활성 이용자 1000만명 이상 ▲3개사 시장 점유율 85% 이상·월간 활성 이용자 각 2000만명 이상인 사업자 중 매출액이 4조원 이상인 플랫폼이다.

공정위는 ▲중개 ▲검색 ▲동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운영체제 ▲광고 등 6개 분야에서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4대 반경쟁 행위를 저지른 플랫폼 사업자를 규율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위반 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해 서비스 임시중지명령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후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1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규제 대상은 4~5개 거대 플랫폼에 한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플랫폼 업계는 물론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규율 대상에서 언급되는 숫자가 어떻게 정해진지에 대한 배경에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먼저 업계는 지난해 12월부터 공정위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공개를 촉구해왔다.

약 10개월 만에 규율 대상 기준이 간략하게나마 공개되긴 했지만, ‘왜’ 이렇게 공정위가 정한 것인지에 대한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공정위는 국내 플랫폼 업계와 왜 이런 대상으로 정했는지, 왜 규제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고, 다른 본질인 티메프(티몬·위메프)와 엮어 플랫폼 규제 정당성을 얻으려 한다”고 입을 모은다.

즉, 정부가 플랫폼 업계 사정을 고려해 사후 추정으로 변경하며 한발 물러난 것처럼 보일 뿐 기존 플랫폼법 입법 취지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이 규율 대상에 해당되는 자국 기업은 네이버와 카카오뿐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방향이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쿠팡이나 배달의민족(배민), 올리브영 등 각 시장에서 유력 사업자인 곳들도 해당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었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인해 이들 기업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소비자들이나 플랫폼 노동자들이 의문을 품는 지점 역시 지배적 사업자 요건 완화에 있다. 특히 일부 배달앱을 중심으로 중개 수수료 인상부터 이중가격제까지 끊임없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매출액 4조원 미만이라는 기준에서 규제 대상을 벗어나게 되자 규율 대상 기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법을 어긴 사업자에게 서비스 임시중지 명령이 내려질 경우에도 소비자 피해가 예상된다. 네이버나 카카오 모두 한국인 전 세대가 오랜 시간 사용하는 대표 플랫폼 중 하나다. 이들 앱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가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역차별 역시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공정위가 해외 사업자들에 대한 매출액을 어떻게 산정할지에 대한 부분도 현재로선 정확히 설명된 바가 없다. 해외 사업자들에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탈세 문제만을 봐도 매출액 산정은 모호하다.

예컨대 구글이 구글플레이 인앱 결제 등을 통해 거두고 있는 국내 매출은 수조원대로 추정된다. 그러나 구글코리아는 한국 수익을 싱가포르에 적을 둔 구글아시아퍼시픽 몫으로 회계 처리하며 옮기는 방식으로 매출에서 제외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매출로 3449억원을 신고하고, 법인세는 169억원을 내는 데 그쳤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플랫폼법이든,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든 법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업계에 공개한 게 여전히 없으며 최근에 와서야 이들이 원하는 입법 방향을 국회에 던진 꼴”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성명서를 통해 독자적으로 플랫폼법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지정규정을 전면으로 후퇴시킨 졸속 수정이자, 규율 대상도 없이 규제 규정을 도입하겠다는 논리적 역설로 얼룩진 누더기”라고 지적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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