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① “15주년 맞은 ‘롤(LoL)’, 성공 비결은 이용자 소통… 한국 시장 특별해”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라이엇게임즈가 지난 2009년 출시한 멀티 플레이어 온라인 아레나(MOBA)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PC 온라인 게임으로 통한다. 12주년을 맞은 지난 2021년까지도 글로벌에서 매월 1억명 이상, 매일 2700만명 이상이 플레이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왔다. 역대 최고 동시접속자 수는 약 800만명에 달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스타크래프트’ 뒤를 잇는 ‘국민 게임’급 위상을 누리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321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를 달성, 자체 기록을 경신하며 건재함을 자랑 중이다.
LoL의 장기 흥행 배경은 라이브 서비스 운영 역량에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매 업데이트마다 캐릭터·아이템 관련 밸런스 패치를 진행하고, 해마다 대격변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신규 콘텐츠를 지속해 제공하고 있다. 오는 10월로 출시 15주년을 맞는 올해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LoL 초기 개발자 출신인 폴 벨레자(Paul Bellezza) 책임 프로듀서는 지난 13일 <디지털데일리>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게임 개발에 참여할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글로벌 게임이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초창기 개발진의 목표는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다”면서 “플레이어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했기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지난 15년을 돌아봤다.
그는 “라이엇은 내부 구성원에게 항상 최전선에서 플레이어와 대화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나 또한 플레이어로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다”며 “플레이어에게 가이드를 받는 것을 지향하며, 항상 100%의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늘 일관된 자세를 유지하려 한다”고 전했다.
피유 리우(Pu Liu) 리그 스튜디오 게임 디렉터는 “나는 과거 MOBA 게임을 개발하는 경쟁사에 있었다. 당시에도 라이엇이 플레이어에게 더 나은 게임을 제공하기 위해 겸손한 자세로 빠르게 학습한다고 느꼈다. 니즈를 이해하고, 반영하는 속도가 남달랐다”고 회고했다.
이어 “지난 15년간 LoL 커뮤니티는 다양하고 멋지게 발전했다. 이스포츠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가 선보이는 코스프레나 아트, 음악 그리고 11월에 새로운 시즌을 공개하는 ‘아케인’과 같은 미디어 콘텐츠도 있다. 향후 15년도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LoL을 보다 특별한 게임으로 만드는 건 이스포츠다. LoL 이스포츠 최대 규모 국제대회인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은 작년 누적 시청자 4억명을 돌파, 내로라하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작년 롤드컵 개최지인 한국 광화문에선 거리 응원이 펼쳐지기도 했다.
두 임원이 꼽은 LoL의 가장 빛나는 순간도 이스포츠에서 탄생했다.
피유 리우는 “DRX ‘데프트(김혁규)’가 우승하기까지의 여정, 그 우승으로 인해 T1 ‘케리아(류민석)’가 느낀 슬픔, 그리고 작년 롤드컵에서 T1이 우승을 차지하며 케리아가 슬픔을 해소한 순간까지 모두 하나의 서사로 이어진다. 이들의 이야기가 아주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폴 벨레자는 “개인적으로 특별했던 순간은 2012년 롤드컵 결승전 현장이다. 당시 라이엇의 이스포츠는 대규모 행사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 단계여서 대회 또한 LA의 한 대학에서 열렸다. 7000여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금에 비하면 규모가 작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관중들의 에너지와 함성은 엄청났다. 한국팀 아주부 프로스트의 플레이에 대단한 반응들이 나왔다. 나는 범생이처럼 자란 전형적인 개발자라 전통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현장을 보며 왜 사람들이 스포츠를 이토록 사랑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경험이었고,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다“라고 회고했다.
최초 17명의 챔피언(캐릭터)으로 시작한 LoL에는 현재 168개의 챔피언이 있다. 피유 리유는 가장 애정이 가는 챔피언으로 구미호를 모티브로 한 한국 챔피언 ‘아리’를 꼽았다.
그는 “내가 아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페이커(이상혁)’의 전설의 전당 아리 스킨을 제작할 때 멋지게 만들어달라고 각별히 부탁했다. 내가 실제로 플레이를 할 때 ‘아리가 이런 모습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자신을 위한 일종의 팬 서비스였다”며 웃었다.
이어 “아리의 플레이 스타일이 내가 로밍하는 전략과 맞아 좋아한다. 아리는 강력한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챔피언이라고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플레이어들이 선호하는 챔피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폴 벨레자는 “지금껏 70여개 챔피언 작업에 관여를 해 내겐 모든 챔피언이 자녀와 같다”면서도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챔피언은 ‘직스’와 ‘노틸러스’”라고 꼽았다.
이어 “이들은 처음엔 하나의 챔피언이었다. 폭탄을 든 사람의 외양을 콘셉트로 작업이 시작됐는데, 이중 키가 작은 외양의 챔피언은 직스가 되었고, 갑옷을 입히고 닻을 쥐게 한 챔피언은 노틸러스가 됐다. 챔피언 개발 방향성을 깨달은 시점이기도 하다”며 후일담을 전했다.
두 임원은 라이엇과 LoL에 있어 한국 시장이 가지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거듭 강조했다.
피유 리유는 “정서적으로도, 비즈니스적으로도 한국은 중요하다. 작년 롤드컵을 한국에서 개최했을 때 ‘이스포츠의 종주국으로 돌아가다’라는 슬로건 하에 일을 했다”면서 “라이엇 모든 직원에게 한국과 한국 문화는 특별하다. 한국에서 이스포츠 행사가 진행되면 모든 직원이 2주 동안 휴가를 내고 한국을 방문할 정도로 특별한 곳이다”라고 짚었다.
이어 “LoL을 사랑하는 플레이어가 워낙 많기 때문에 나 역시 동질감을 느낀다. 소속감을 느낄 정도로 감정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한국의 플레이어를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들이 스킨과 챔피언을 포함해 게임에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고 팬덤도 구축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전했다.
폴 벨레자 역시 “한국에서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문화, 게이머로서의 삶 등이 모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주제이고 중요한 화두다. 그래서 한국에 갈 때마다 많은 영감을 받는다”면서 “PC방이나 대회 현장에서 플레이어와 대화하면 에너지가 느껴진다. 마치 게임이 하나의 ‘공통언어’로 통용된다고 느끼는 곳이 바로 한국”이라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그는 “우리도 라이엇 본사에 한국 PC방과 유사한 시설을 갖췄다. 한국 간식도 많이 비치해 뒀다. 이런 점들이 앞서 이야기한 정신적인 연결에 해당한다. 한국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사랑하는 만큼 전 세계 플레이어가 애정을 가진다면 좋겠다고도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리의 챔피언 이름을 지을 때 한국 커뮤니티에 공모를 해서 플레이어들과 함께 작업했다. 아리의 존재가 게임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유의미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챔피언을 통해 한국 시장에 대한 존경을 표하고 싶었다. 이런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LoL과 함께 성장한 라이엇게임즈는 ‘TFT’, ‘발로란트’, ‘와일드리프트’ 등 여러 차기작을 선보이며 종합 게임사로 거듭나고 있다. 다만 중심축이 LoL이라는 것에는 당분간 변함이 없다.
폴 벨레자는 “라이엇은 실험과 연구개발에 진심인 회사다. 라이엇 게임즈에서 앞으로 어떤 것들을 선보일지 궁금하다”면서도 “라이엇 오리지널 게임인 동시에 많은 사랑을 받은 LoL에 집중해서 플레이어가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과 관심을 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유 리유 역시 “룬테라 세계관을 배경으로 인기 챔피언들이 등장하는 ‘2XKO’라는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우리가 가장 집중하는 게임은 LoL이다. 회사 핵심 우선순위 중 하나로써, 라이브 게임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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