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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삼성의 딜레마…1020세대 첫 폰 넘어설 때

옥송이 기자

갤럭시 S24 시리즈에 탑재된 실시간 통역 기능을 사용하는 모습. [ⓒ삼성전자]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올해 7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2024 한국 성인 스마트폰 사용 현황' 조사에 따르면, 18세 이상 스마트폰 이용자 986명 가운데, 69%가 삼성 갤럭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텃밭답게 압도적인 수치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가운데 7명이 갤럭시를 사용하고, 나머지 2.3명이 애플을, 0.6명이 과거 철수한 LG전자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은 갤럭시를 가장 많이 쓰는 연령대로 40대 이상이라 봤고, 고연령(70대이상 19%)일수록 LG스마트폰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저연령일수록 애플 아이폰을 사용했다. 애플의 인기는 18~29세까지 1020 세대에서 두드러진다. 20대의 64%가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고, 단 35%만이 삼성 갤럭시를 사용했다. 이처럼 1020 세대로부터 갤럭시가 외면받는 배경에는 다름 아닌 인생 첫 폰이 기억이 자리한다.

"첫 폰은 갤럭신데, 돈 모아서 처음 구매한 '내돈내산' 첫 폰은 아이폰이에요. 부모님이 사준 갤럭시를 그만 쓰고 싶어서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아이폰6S를 중고로 구매한 걸 시작으로 쭉 아이폰만 쓰고 있어요." 지난달 20일 아이폰16 시리즈 첫 판매 당일 찾은 애플 명동에서 만난 한 소비자가 전한 말이다. 스무 살이 된 그는 현재 사용 중인 스마트폰 역시 아이폰이냐는 질문에 위와 같은 답을 쏟아내며, 공짜폰으로 처음 접했던 갤럭시에서 벗어나 아이폰을 구매한 순간을 회상했다. 벅찬 기분까지 느낄 수 있던 그의 답변을 통해 그저 수치로만 봤던 1020세대의 아이폰 쏠림 현상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다.

이날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넘어왔다는 젊은 소비자들의 사례를 몇 차례나 마주할 수 있었다. 아이폰16 프로 맥스를 구매했다는 한 20대 소비자는 "큰 화면을 선호해서 신작 프로맥스를 구매했다. 배터리 개선을 기대하고 있고, AI 기능은 다소 늦게 도입되더라도 오히려 업데이트를 거치니 더욱 좋아질 것"이라면서 애플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드러냈다. 그는 "과거 갤럭시를 사용했으나, 삼성전자의 GOS 성능 조작 사건을 겪으면서 신뢰감을 잃었다. 그 사건 직후 아이폰으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애플 유저는 "당연히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해봤다. 애플 생태계로 넘어온 후 가장 만족하는 점은 이슈 발생 시 책임감 있는 모습"이라면서 "소프트웨어 사후 지원이나 확실한 문제 해결을 하는 점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소비자들이 갤럭시를 기피하는 이유로는 주로 공짜폰이나 키즈폰으로 사용한 경험, 이로인해 갤럭시가 저성능폰이라는 인식, 애플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갤럭시 대비 훌륭하다는 것 등이었다. 그중 인생 첫 폰 갤럭시에 대한 기억을 언급하는 경우가 두드러졌다. 즉 저렴한 가격과 통화 등 기본 수준의 기능만 지원한다는 점이 부모의 니즈에는 맞췄으나, 결국 1020 세대가 소비자가 된 이후에는 반감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삼성전자도 1020 세대의 아이폰 선호 현상을 인지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우리도 내부적으로 고민이 크다. 1020 세대를 잡기 위해 여러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초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 시리즈로 AI폰 승기를 잡았으나, 애플이 WWDC에서 자사 AI 서비스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면서 AI폰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 인상이 점쳐졌던 것과 달리 아이폰16 시리즈 가격은 전작과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고, 급 나누기도 덜해졌다. 통상 애플은 일반 모델과 프로 모델의 급을 나눠왔으나, 이번 시리즈에서는 동세대 AP를 탑재했고 새로운 기능인 카메라 컨트롤도 일괄 도입했다.

이처럼 날로 거세지는 아이폰 공습에서 이길 삼성의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테면 애플엔 없는 삼성의 특징을 고유의 감성으로 만드는 작업이 뒤따를 때다. 삼성은 여러 파트너사와의 자유로운 협업 등 '개방성'을 강조하고, 해당 협력을 토대로 차세대 기술을 빠르게 도입한다. 올해 1월 내놨던 온디바이스 AI폰이 그렇다. 또한 삼성은 폴더블폰을 내놓은 폼팩터 분야 퍼스트무버이기도 하다. 아울러 고급 및 최신 모델에만 AI 기능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저가형 모델까지 갤럭시 AI 생태계를 확대한다. 소비자의 실생활에 맞닿은 편리한 사용성, 즉 실용주의가 삼성만의 색채가 될 수 있다.

옥송이 기자
ocks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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