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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가 82만원 찍고 급락한 날… NH투자증권 창구서 대량 매도, 고려아연측 '시세조정 의혹' 제기

최천욱 기자
고려아연CI. ⓒ고려아연
고려아연CI. ⓒ고려아연

- MBK 공개매수 성패 달린 지난 14일, NH투자증권서 고려아연 주식 대규모 매도 쏟아져

- IB업계 “주가 급락한 막판 2시간 거래 행태 의문”

- NH투자증권은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주관사이자 MBK에 1.8조 빌려준 핵심 ‘조력자’

- 고려아연, 지난 17일 금감원에 시세조종 여부 조사 요청…“의혹 빠르게 조사 요청”

[디지털데일리 최천욱 기자]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에 발생한 '주가 급락' 배경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고려아연이 금융감독원에 시세조종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특히 이날 NH투자증권에서 대규모 매도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NH투자증권은 MBK의 공개매수 주관사이자, MBK에 1조85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빌려준 ‘핵심 조력자’이자 '지원군'이라는 점에서 의구심을 낳고 있는 것.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MBK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고려아연 주가는 오전부터 꾸준히 상승하다가 오후 1시12분에 이날 최고가인 82만원을 찍었다. 시장에서는 앞서 11일에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과 물량을 각각 89만원과 20%로 상향하면서 매수세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우상향 곡선을 그리던 고려아연 주가는 최고가를 찍은 뒤 두 시간 동안 별다른 반등도 없이 지속해서 하락해, 2시간 만인 오후 3시12분에 이날 최저가인 77만9000원까지 주저앉았다. 세금과 비용 등의 문제로 장내매도보다 공개매수에 청약을 하는 게 훨씬 더 유리한 가격대에서도 장내매도가 급증하며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이날 벌어진 주가 급락 사태에 대해 강한 의혹이 든다"며 시세조종 여부(자본시장법 제176조 위반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런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자 주식토론방과 게시판 등에서도 '급락한 막판 2시간은 일반인이 봐도 조사가 필요해 보였다', '이 시세로 장 막판에 MBK쪽 공개매수 청약이 폭주했다 함' 등의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고려아연 주식의 대규모 매도가 이뤄진 증권사가 NH투자증권이라는 점에서 고려아연측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국내외 증권사 가운데 이날 고려아연 주식을 가장 많이 매도했다. 매도량은 5만8195주로, 두 번째로 매도량이 많은 한국투자증권(4만1543주)보다 40%(1만6652주) 많았다. 이날 전체 매도량 32만5958주에서 NH투자증권을 통해 이뤄진 매도량은 17.9%나 됐다.

NH투자증권은 MBK가 고려아연을 공개매수하는 데 가장 적극적으로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핵심 우군'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개매수 주관사로 관련 사무와 절차를 책임졌을 뿐 아니라, MBK에 단기대출로 1조5786억 원도 빌려줬다.

또한 영풍이 MBK에 2700억여원을 빌려줄 수 있도록 영풍에 3000억 원을 단기로 빌려줬다. 사실상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했다고 볼 수 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선 NH투자증권의 이러한 모습은 지난해 2월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때의 IBK투자증권과 유사한 점이 있다며 주목하고 있다.

당시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대규모 매수가 이뤄졌고, 이는 SM엔터의 주가가 하이브의 공개매수가격을 웃돌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됐다는 것. 이후 하이브는 시세조종이 의심된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한 고려아연 측은 “고려아연 주가가 최고가를 찍은 이후 특정 시간대에서 수차례 매도량이 급증한 점을 미뤄봤을 때 의도적으로 특정 세력이 주가를 끌어내리려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사가 접근할 수 있는 자료만으로는 단기간 주가 급락 사태의 경위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금융당국에 조사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시세조정 의혹 제기에 대해 NH투자증권측 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동안 IB사업부 등 유관부서에 공개매수 주식에 대한 거래 제한을 걸어두고 있어 현실적으로 시세 조종을 할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일 당사 창구를 통해 5만 8000여주의 매도 물량이 나왔지만 급락한 2시간동안 매도 창구가 당사라는 증거도 없는 상황이며, 매수량도 5만여 주에 달해 순매도 물량은 7432주밖에 되지않는다"고 언급했다.

한편 고려아연 관련 양측의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공정행위 엄단을 강조했던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공정거래의 여지가 있어 다양한 측면을 보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시세조종 의혹은 과거 여러 기업들의 공개매수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논란이 됐던만큼 금감원의 대응이 주목된다.

최천욱 기자
ltisna7@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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