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게임이야 현실이야”… 넥슨, 10만 축구팬 ‘꿈’ 상암벌에 펼쳤다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피파온라인’에 돈 쓴 게 정말 아깝지가 않네요.”
티에리 앙리, 파비오 칸나바로, 카카, 셰우첸코, 퍼디난드, 푸욜. 게임에서나 가능할 법한 전설적인 선수들로 구성된 스쿼드 간 대결을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꿈의 경기’가 상암벌에서 열렸다.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사 넥슨이 기획한 ‘아이콘 매치’다.
아이콘 매치는 넥슨의 축구 게임 ‘FC온라인(전 피파온라인)’과 ‘FC모바일’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전설적인 축구 선수들이 한 데 모여 이색적인 경기를 펼치는 이벤트 매치다. 19일엔 출전 선수들이 다양한 미니 게임을 펼치는 이벤트 매치가, 20일엔 공격수(FC 스피어)팀과 수비수(실드 유나이티드)팀 콘셉트로 나눠 11대11로 맞붙는 본 경기가 열렸다.
◆역대 발롱도르 수상자 즐비… 넥슨이라 가능했던 ‘꿈의 대결’
역대 발롱도르 수상자 등 세계 축구계에 한 획을 그은 선수들을 한 데 모아 치르는 이러한 경기는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드물다. 그간 넥슨은 FC온라인을 서비스하며 게임,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유소년 축구 지원 프로그램, 유명 해외 감독과의 예능 콘텐츠 등이 대표적이다.
아이콘 매치는 축구 산업 활성화를 위한 넥슨 노력에 방점을 찍는 결과물이다. 성사 배경에는 넥슨의 막대한 투자 뿐만 아니라 진심 어린 소통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전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넥슨 박정무 FC온라인 그룹장은 유저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 결과 아이콘 매치라는 값진 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몇년 전부터 넥슨은 유소년 축구 지원, 세계적인 명장과 함께하는 인터뷰 등 다양한 활동을 많이 했다”며 “유저들은 더욱 많은 수준의 공감, 콘텐츠를 원한다. 지속적으로 게임이 실제 축구와 연계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콘 매치는 이중 가장 큰 행사”라고 전했다.
아이콘 매치는 FC온라인을 즐기는 팬들을 위한 넥슨의 선물이기도 하다. ‘피파온라인’ 시리즈로도 잘 알려진 FC온라인은 넥슨의 장수 게임으로, 오랜 기간 이용자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박 그룹장은 “'FC 시리즈는 충성 유저들이 굉장히 많다. 의미가 큰 게임인데 유저들에게 그간 보답하지 못했다. 아이콘 매치로 좋은 추억을 가져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 넥슨 캐시 아깝지 않아”
개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아이콘 매치에는, 양일간 도합 10만명에 육박하는 구름 관중들이 모여 꿈에만 그리던 경기를 눈에 담았다. 본 경기가 열린 이날 20일엔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로 인해 일대가 마비될 정도였다.
일례로 월드컵경기장역으로 향하는 6호선 합정역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많은 승객들이 열차를 여러 차례 놓친 끝에 겨우 탑승해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마다의 ‘최애’ 선수 이름이 마킹된 클럽 유니폼을 차려입은 관중들은 경기장 근처에 마련된 ‘아이콘 광장’에 모여 기념 사진을 찍거나, 여러 미니게임을 즐기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이중 FC온라인의 주요 콘텐츠인 ‘선수 카드 강화’를 경험하고, 결과에 따라 게임 머니를 지급하는 부스에선 많은 관중들의 희비가 갈리는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관중들은 입을 모아 이날 경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설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상암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진주에서 친구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는 김씨(29)는 “맨체스터시티 팬이다. 수강신청을 평소에 잘한 덕분에 아이콘 매치도 수월하게 예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피파온라인2’ 때부터 플레이 한 올드 유저다. 아이콘 매치 개최 소식을 들었을 때 신기하면서도 축구를 매우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경기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전설적인 수비수 야야 투레의 팬이라고 밝힌 김씨는 이날 승리팀으로 실드 유나이티드를 예상했다. 그는 “수비수 팀이 밸런스가 잘 맞아서 이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친구 김씨는 “아자르가 있기 때문에 공격수 팀이 이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연인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이(마포구·34)씨는 “평소 ‘위닝’ 등 축구 게임을 즐겨한다. 아이콘 매치 개최 소식을 듣고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게 믿기지 않고, (박)정무 형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베르바토프가 펼칠 수비나 델 피에로 및 피를로의 킥력이 기대된다”면서 “수비수 팀이 이길 것 같다. 퍼디난드 말처럼 공격수들은 이기적이고 수비도 약할 것”이라고 짚었다.
아쉽게 예매에 실패해 집에서 방송으로 경기를 지켜본다는 조씨(33)는 “피파온라인 시리즈를 10년 넘게 즐겼다. 내가 쓴 돈이 아깝지 않다. 넥슨에 고맙다”고 말했다.
◆ 선수들 공 잡을 때마다 상암벌 ‘들썩’… 수비수팀 4대1 완승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관중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마다 관중석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에 보답하듯, 선수들도 이벤트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몸을 사리지 않고 최선의 기량을 발휘해 눈을 즐겁게 했다.
이날 경기 주도권은 줄곧 수비수팀인 실드 유나이티드가 가져갔다. 전반 13분께 전방을 압박하던 야야 투레가 골망을 흔들었다. 이어서는 클라렌스 세도르프가 한국의 전설적인 골키퍼 김병지(현 강원FC 대표)가 전방으로 나온 틈을 타 중거리 슛을 때려 추가 득점했다.
후반전도 실드 유나이티드의 흐름이 이어졌다.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된 박주호가 팀과의 유기적인 연계 패스를 통해 골망을 흔들었다.
FC 스피어는 안정환을 교체 투입하는 등 분위기 반전에 나섰지만 좀처럼 실드 유나이티드의 벽을 뚫지 못했다. 후반 20분께 카카가 날린 회심의 슈팅도 골문을 살짝 빗겨 나가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36분께 실드 유나이티드 측 마스체라노의 쐐기골이 터지면서 FC 스피어의 추격 의지도 꺾이는 듯 했다.
하지만 셰우첸코가 직후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를 교체 투입돼 키커로 나선 박지성이 골로 연결하면서 기어코 첫 득점에 성공했다.
한편 경기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난 선수단은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준 넥슨에 감사 인사를 보냈다.
실드 유나이티드의 클라렌스 셰도로프는 “이 자리를 마련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틀간 환영과 따뜻한 사랑을 받았다. 축구적인 면 뿐만 아니라 오랜 선후배, 동료들과 다시 만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국 문화를 경험할 시간도 돼 뜻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FC 스피어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여러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행사를 주최해준 분들께 감사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오늘 얼마나 수비가 축구에서 중요하고 도 어려운지 알았다”며 “오랜만에 옛 동료, 선후배와 경기하고 팬들에게 좋은 엔터테인먼트도 선물해드려 좋았다.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틀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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