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C스토리] “우리는 명품시계를 팔고 싶지 않습니다” 서희선 바이버 CGO의 철학

왕진화 기자

C스토리는 최고경영자(CEO)부터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창의력책임자(CCO), 최고안전책임자(CSO), 최고정보책임자(CIO) 등 기업의 'C레벨 이야기'를 다룹니다. 기업의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영입 배경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C레벨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바이버]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명품시계는 보통 예물 시계로 처음 구매하거나 접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하루는 예비 신부 고객이 바이버 고객센터로 전화를 해서 ‘미리 바이버에서 (시계를) 구매를 하고 몰래 예비 신랑에게 서프라이즈로 프로포즈하고 싶다’라며 도움을 요청하더라고요. 그리고 예비 신부는 연기를 펼치며 ‘한 번 구경이나 할까?’라며 예비 신랑을 압구정 바이버 쇼룸에 데려왔어요. 저희 쇼룸 직원들은 모른 척 능청스럽게 맞이하다가, 프로포즈 이벤트를 해 드렸답니다.”

서희선 바이버 최고성장책임자(CGO)는 지난 16일 서울 압구정 바이버 쇼룸에서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잊을 수 없는 고객에 대한 에피소드를 전하며 “또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바이버만의 강점이 아닐까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버는 중고 명품시계 거래 플랫폼이다. 지난 2021년 6월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자회사로 편입된 바이버는 여타 자회사와 달리 실물자산을 거래해 주목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온라인 외에도 오프라인인 바이버 쇼룸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거래할 수 있다. 바이버 쇼룸에는 랩스도 있어, 명품시계 상태를 진단하거나 수리를 맡길 수 있다.

바이버는 ▲국내외의 거래 정보를 수집한 시세 그래프 ‘바이버 인덱스’ ▲업계 최고 시계 전문가들의 정밀한 ‘상품의 감정·진단 및 보증’ ▲상품 픽업부터 배송까지 ‘프리미엄 안심배송 서비스’ ▲하이엔드 시계의 숨은 이야기를 담은 ‘바이버 매거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최근에는 감정진단 결과를 영상으로 소개하는 콘텐츠로 신뢰도와 구매 결정의 편의성을 더욱 높이고 있으며, 이외에도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감정진단 서비스(일반/정밀)’ ▲‘무료 보관 서비스’를 추가로 선보이면서 신규 고객 유치에 성공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 감정진단은 쇼룸에서 30분 내외로 정품 감정 및 외부 상태 및 성능 진단 결과를 신속히 확인할 수 있다. 바이버에서 꼭 거래를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원한다면 별도의 진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정밀 감정진단은 진단 물품이 ‘랩스’로 입고돼 2-3일간 정품 감정은 물론 시계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품질 및 성능 상태, 정확도까지 시계의 모든 것을 세세하게 진단한다.

이러한 작업을 주로 도맡는 건 바로 바이버의 특장점인 시계 명장들이다. 서 CGO는 “시계 명장들은 자신만의 철학이 뚜렷하고, 어떻게 보면 자신만의 브랜드도 있고 숍도 보유한 이들이 많아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명장에게 바이버와 함께 하자고 설득할 때 ‘우리는 시계를 팔고 싶지 않다, 우리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라는 이야길 했었는데 훗날 바이버의 이런 가치관이 명장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전해왔다”고 회상했다.

[ⓒ바이버]

지난 2002년 보광훼미리마트 입사로 유통업계에 입문하게 된 서 CGO는 인터파크지마켓 마케팅실, 이베이코리아, 11번가 등을 거친 뒤 지난해 7월 바이버에 합류했다. 20년 넘게 유통업계를 지켜보며 그가 느낀 건 신뢰의 중요성이다. 명품시계 단가가 높은 만큼 신뢰가 필수라는 의미에서도 그렇다. C2B2C로 운영되는 바이버는 판매자가 온라인으로 상품을 등록하면 판매자로부터 대신 물품을 받아 검수하고 구매자에게 발송한다.

서 CGO는 “바이버는 그간 겪었던 이커머스사들과는 달리 이곳은 개인 간 거래(C2C) 베이스에서 바이버가 관여해 감정 진단을 진행하는 케이스인데, 그간의 경험들은 바이버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구매자도, 판매자도 아닌 바이버를 믿고 거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후 바이버의 신뢰도를 꾸준히 높이는 일이 저의 챌린지”라고 말했다.

바이버는 올해도 다양한 서비스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모회사인 두나무의 업비트NFT와 협업을 준비 중이다. 또한 현재 매월 1000명 이상이 방문하며 ‘명품시계 메카’로 거듭난 압구정 바이버 쇼룸의 서비스 확대를 위한 2-3호점 출점과 글로벌 서비스 확장 시도의 결과물 역시 올해 중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서 CGO는 “해외에서 결제가 일어나면 배송을 해줘야 하기에 물류 세팅을 하고 있는 상태”라며 “글로벌 서비스 확장 시도는 완료 단계인데, 연내에는 글로벌로 통하는 이(물류) 서비스까지 다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나무가 보유한 블록체인 기술도 실물 자산인 명품시계에 적용시키는 방안을 적극 논의 중이다. 바이버가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둔 플랫폼을 운영 중인 만큼,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대체불가능한토큰(Non Fungible Token, 이하 NFT) 서비스도 함께 선보인다면 실물 자산에 새로운 가치를 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서 CGO는 “쉽게 설명하자면 시계를 중심으로 모든 이력이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디지털화)되는 것”이라며 “이 기술이 적용된다면 한 소비자가 바이버에서 예컨대 어떤 시계를 샀는데, 알고 보니 마이클 잭슨이 찼던 시계라거나 마돈나가 소유했었던 시계이고 이들이 오버홀이나 폴리싱을 했었던 이력까지 모든 정보를 한 눈에 고스란히 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시계를 사랑하게 되면 시계 그 자체에 대해, 즉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고, 일생을 보내왔는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라며 “미착용 시계 같은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중고 시계 같은 경우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데, 이런 궁금증을 모두 해소해줄 수 있는 게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