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삼백육십오 "5년만에 100억 매출 만든 '스마트물류'의 힘" [데모데이 프리뷰]

이건한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고 씨엔티테크가 운영하는 '2024 콘텐츠 오픈인큐베이션 데모데이'가 10월30일 코엑스 스타트업브랜치에서 열린다. 총 7개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가운데, K-콘텐츠의 미래를 이끌어갈 이들 기업의 번뜩이는 아이템과 인재, 비전이 담긴 액기스를 앞서 살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유통 산업은 마진, 자동화의 전쟁터로 불립니다. 그동안 주로 식품 부문에서 '중간마진을 없애 가격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은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텐데요. 고물가 시대에 접어들수록 분야를 막론하고 직거래가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개인 간 소규모 중고거래와 달리 유통 규모가 커질수록, 그것이 식품처럼 다루기 어려운 품목일수록 중간마진 최소화 난이도는 상승합니다. 한 기업이 복잡한 대규모 유통 프로세스 전반을 꼼꼼히 다루려면 고도화된 자동화 기술은 물론, 현장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 등이 두루 필요한데요. 대기업이 아니라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또한 그렇게 소수 대기업만 남은 유통 시장은 결국 경쟁 감소로 인한 혁신이 정체되고, 소비자의 잠재적 혜택도 그만큼 줄어듭니다.

삼백육십오 각자대표 3인, (왼쪽부터) 구수룡(CEO), 정필성(COO), 조준호(CTO) [ⓒ 삼백육십오]
삼백육십오 각자대표 3인, (왼쪽부터) 구수룡(CEO), 정필성(COO), 조준호(CTO) [ⓒ 삼백육십오]

이때 혁신의 키는 기술력과 비전으로 뭉친 스타트업의 몫인데, 최근 간식 유통 분야에선 '30D 스마트 물류 기반 식음료 상생물류 전문기업'을 기치로 내건 삼백육십오의 성장세가 주목됩니다. 특히 창업 3년차에 손익분기점(BEP) 돌파, 5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고속성장 배경에는 오프라인 유통 역량, 디지털 데이터 활용 및 자동화 기술 역량이 조화롭게 합쳐진 물류 시스템의 잠재력이 두드러졌습니다.

기술&서비스 비전

이들의 핵심인 '30D 스마트 물류'는 말그대로 재고 회전률을 최대 30일 미만으로 유지하는 고회전율 물류센터 운영 기술을 말합니다. 식당도 한정된 공간에 손님 일인당 체류 시간이 길수록 동일 시간 내 받을 수 있는 손님이 줄어 마진이 줄 듯, 주문 가능성 높은 물건을 미리 쌓아두는 물류센터도 재고를 오래 보관할수록 운영 효율이 낮아집니다. 불필요한 재고를 준비했다가 손해를 볼 수도 있죠.

기존의 비효율적 물류 프로세스를 최적화, 자동화한 '스마트 꾸러미' 개요 [ⓒ 삼백육십오]
기존의 비효율적 물류 프로세스를 최적화, 자동화한 '스마트 꾸러미' 개요 [ⓒ 삼백육십오]

핵심은 기존에 최대 6단계로 구성, 인력의 개입 비중이 높았던 물류 시스템을 '스마트 꾸러미'란 이름으로 최소화하고 자동화한 독자 기술에 있는데요. 주문 데이터 정리부터 당일 출고상품 리스트업, 당일 출고품 이동 및 합포장까지 가능한 많은 영역을 자동화하는 특허 기반 시스템은 1인당 처리 가능 물품을 최대 30개에서 최소 40개 이상으로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또한 5년간 체계적으로 확보한 유통 데이터베이스(DB)를 근거로 원제조사의 최저가 직납 구조를 확보해 상품 원가를 지난 3년 사이 18% 이상 개선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 초기 회전율 74일도 비로소 30일대에 접어들었고요. 또한 이 가운데 생성되는 다량의 데이터를 다시 주요 물류 시스템 및 서비스 고도화, 맞춤형 DB 구축에 투입함으로써 시간이 지날수록 시스템 전반의 효율 제고 선순환 구조를 확보한 것이 삼백육십오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평가됩니다.

이어 '무인까까멜레온'은 삼백육십오가 이렇게 쌓은 최저가 고회전율 노하우를 바탕으로 론칭한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무인 간식매장입니다. 무인매장은 서비스 대신 제품만 판매하므로, 유일한 경쟁 포인트는 가격인데요. 따라서 저가 경쟁을 할수록 무인매장 점주들의 이익도 그만큼 줄죠. 반면 초기 인테리어나 브랜드 이용료 등 창업 비용이 적지 않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무인까까멜레온은 경쟁사 대비 저렴한 유통 비용으로 기본 마진이 높고, 무엇보다 가맹비나 교육비 등을 전혀 받지 않습니다. 구수룡 삼백육십오 대표는 이를 두고 "사실상 프랜차이즈란 표현보다 상생 브랜드라는 표현이 맞다"고 말했는데요. 심지어 매장 인테리어도 점주가 업체를 직접 선택해도 될 만큼 높은 자유를 보장합니다.

무인까까멜레온 매장 전경 [ⓒ 삼백육십오]
무인까까멜레온 매장 전경 [ⓒ 삼백육십오]

이런 상황에서 삼백육십오가 어떻게 수익을 낼까 싶지만, 이런 입소문 덕분에 타 무인할인점 점주들에게도 상품 공급 요청이 쇄도하는 등 내외부 기회요인은 점차 확장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대부분의 식음료는 타사보다 저렴한 공급이 이뤄지는 가운데, 이는 곧 점주들의 직접적인 마진 증가와 할인 마케팅 여유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향후 자체 키오스크 및 무인 시스템 기술 개발까지 추진할 예정인 만큼, 치열해진 무인매장 시장에서도 무인 까까멜레온이 어떤 반향을 불러올지 기대가 높아집니다.

더불어 최근 기업복지 아이템으로 인기가 높아진 '간식 정기구독' 서비스도 삼백육십오의 매출원 중 하나입니다. 이 또한 고객 선호도 조사를 통해 자체 개발한 큐레이션 프로그램이 배송될 간식을 직접 골라줌으로써 비선호 간식 배송은 줄이고, 다양성을 확보해 고객 선호도가 높다고 하네요.

인재&조직 잠재력

이런 삼백육십오의 첫걸음은 초라했습니다. 대형 물류유통회사(BGF리테일) 출신 베테랑 2명이 야심차게 창업했지만 2019년 당시 고작 2.5평 공유 사무실이 전부였고, 최초의 물류센터는 어지간한 집보다 작은 10평대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치열한 국내 유통시장에서 불과 몇 년 만에 유의미한 이익 창출, 물류·유통업의 최대 숙제인 재고 관리 효율성 제고, 회전율 증가 등의 문제를 가시적인 수치로 개선해내며 업계의 주목을 받는 기업이 됐죠.

이를 만들어낸 키맨은 단연 구수룡 대표와 정필성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창업자 2인이 꼽힙니다. 또한 스마트 물류 시스템 구현의 핵심인 12년 경력의 조준호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각자 전문성을 지닌 각자대표 체계로 운영 및 이슈에 공동 대응하는데요. 바쁜 와중에도 매달 '스낵톡' 시간을 통해 전직원이 회사 방향과 성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과 고민 해결에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며 조직 화합을 모색한다고 합니다.

특히 "남의 집 귀한 자식, 우리 회사 귀한 팀원", "막내의 아이디어가 대박난다. 말할 분위기를 만들자", "퇴근 전까지는 서로 존중하자" 등 한편으로 뻔하고 진부한 주제를 '삼백육십오가 일하는 방식'으로 정하고 대표들부터 자주 읽고 실행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이들 조직문화의 특징입니다. 이 부분에 관해 구 대표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정말 이렇게만 일하자고 각자대표들과 합의된 내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삼백육십오가 일하는 10가지 방식 中 [ⓒ 삼백육십오]
삼백육십오가 일하는 10가지 방식 中 [ⓒ 삼백육십오]

주요 성과 및 관전 포인트

'스마트 물류'란 어떻게 보면 비가시적인 키워드를 내세웠지만, 이들의 성과만큼은 가시적입니다. 사실 유통이란 어떤 산업보다 숫자로 증명이 중요한 산업인데요. 2021년 매출 22억원에 영업이익률 0.7%로 시작한 삼백육십오는 2022년 매출 67억원에 영업이익률 2.9%, 올해는 매출 170억원에 영업이익률 3.0% 목표 등 매출과 영업이익률 동시 개선이란 실적을 실현하고 있는 중입니다. 쿠팡 같은 대형유통기업도 흑자까지 대단위 투자와 적자를 10년 가까이 감수했는데, 창업 초부터 흑자를 달성하고 이를 매년 확대한다는 건 확실히 놀라운 일입니다.

그만큼 삼백육십오에 대한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역시, 이들이 어떻게 매출과 이익률 개선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지 전략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대목인데요. 세부 계획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수익률 높은 사업 위주의 사업 개편과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기술적 강점인 데이터 분석 역량, 오프라인 유통 역량 시너지의 집합체인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이 같은 성장세를 실제 어떻게 달성해 나갈지도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