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한달만 합병 비현실” vs “검토 짧아도, 불리한 합병 아냐”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한 달만에 합병을 결정했다는 데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의구심을 드러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28일 이 회장의 항소심 공판 기일을 열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배경과 목적 등 쟁점을 심리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변호인 측에 "미전실과 삼성물산-제일모직이 협업을 해서 합병을 이뤄냈다는 건데, 변호인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합병이 신중해야 이뤄졌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물산과의 합병안 일정을 2015년 4월 23일 작성했는데, 한 달만에 결론을 내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이 아닌가 싶다"라면서 양사가 결론을 맞춰뒀던 것에 가까운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나타냈다.
이 회장 변호인 측은 "검토나 추진 기간이 짧았던 것은 맞다"고 답했으나 "삼성그룹 내에 계열사간 합병이라는 특수한 점이 있었다.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와 변호인단의 질의응답은 앞서 두 시간여 진행된 검찰 측 주장 때문에 불거졌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삼성물산-제일모직 양사가 사업상 필요에 따라 합병을 결정했다고 설명한다"면서 "양사는 2015년 4월 말 삼성물산 합병을 제안하고, 한 달 만에 합병 준비를 마친다"고 언급했다.
즉, 2015년 4월에 논의된 내용이 다음 달 모든 준비를 갖출 수 있었던 건 과거부터 계열사들의 지배구조에서 깊은 영향력을 행사한 미전실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미인 셈.
검찰 측에 따르면 미전실은 2011년경부터 이 사건 피고인인 이재용의 회장 승계에 유력한 방향으로 이끌어왔으며, 이는 회비 과정에서부터 절차 진행 과정 등에서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문건 또는 관계자들의 진술에 의해 확인된다.
검찰은 해당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미전실이 삼성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언급했다. 검찰은 "미전실은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비서실에서 비롯된 뒤 명칭을 바꿔오며, 태동기부터 현재까지 유지되는 컨트롤 타워"라고 말했다.
이어 "미전실은 삼성그룹 최고 권력기관인 동시에 총수 일가의 지배권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각 계열사 인사권까지 행사한다"면서 미전실이 경영진에 대한 인사권과 성가 평가 등을 바탕으로 계열사를 실질 장악했고, 절대적 권력을 바탕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삼성물산의 사업적 필요성이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검찰은 이 회장 승계 목적으로 합병이 진행됐음에도, 마치 삼성물산의 사업적 필요성이 목적인 것처럼 가장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삼성물산 합병 목적이 승계에만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원심의 주된 판단은 지배구조 개선 뿐아니라 사업정 필요성도 있었던 것"이라면서 "삼성물산에 합병은 양사에 모두 이익이 되는 합병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내달 11일 항소심 네 번째 공판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계약 이후 합병성사 전 시기에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 등을 둘러싸고 변론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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