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혹한기에도...3분기 글로벌 VC 10대 거래 중 6개는 'AI'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2024년 3분기 글로벌 벤처캐피탈(VC) 투자 규모가 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집행된 투자의 상당 부분은 인공지능(AI)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가 31일 발간한 '2024 3분기 VC 투자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투자 시장은 계속된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2분기 955억달러였던 VC 투자 규모는 3분기 701억달러로 대폭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거래 건수도 9270건에서 7277건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투자심리 위축에도 현시점 혁신 기술로 꼽히는 AI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다. 거래 규모 기준 상위 10대 거래 가운데 6건이 AI에 집중됐다. 특히 AI 기술을 방위 산업에 활용한 디펜스 테크(Defense-tech) 기업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15억달러를 유치한 미국 안두릴(Anduril Industries)이 대표적이다. 독일 헬싱(Helsing)도 4억83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안전한 AI 시스템'을 표방한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SSI)가 초기단계에서 무려 10억달러를 투자받은 점이다. 10대 투자 리스트 기업이 모두 시리즈 B~F 및 후기 단계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SSI는 오픈AI 공동창업자 출신인 일리야 수츠케버가 설립한 기업으로, 수츠케버의 화려한 이력과 더불어 AI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추세와 맞물려 초기부터 막대한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AI에 대한 시장의 높은 기대치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AI 추론 칩 개발사 그록(Groq) 6억4000만달러, AI 기반 몰입형 기술 기업 인피니트 리얼리티(Infinite Reality) 3억5000만 달러 등 다양한 산업에 AI를 통합∙적용한 스타트업도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보고서는 4분기에도 AI와 디펜스테크는 매우 뜨거운 분야일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AI를 제외한 10대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리걸테크', '핀테크', '반도체', '게임'이 포함됐다.
이밖에 지역별로 투자 열기의 차이가 확인됐다. 미주 지역은 3분기 투자 규모 414억달러로 전분기보다 173억달러 감소하고 메가딜 건수도 6건에서 2건으로 줄었다. 감소세에도 투자 유치는 대부분 미국에서 이뤄졌다.
유럽 내 투자 규모도 2분기 179억 달러에서 2024년 3분기 125억 달러로 급감했다. 2020년 2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유럽 전역에서 바이오테크에 AI를 접목한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고, 독일은 유럽내 최대 딜을 유치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56억 달러로 7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중국은 61억달러로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VC 투자액을 모았지만, 역시 10년간 최저 규모에 그쳤다. 반면 일본은 18억 달러의 VC 투자를 유치하며 12분기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거래 건수(356건)도 10분기 만에 최고치였다. 인도의 퀵커머스 젭토(Zepto), 호텔 예약 스타트업 오요 룸스(OYO Rooms), 에듀테크 피직스왈라(Physics Wallah) 등 3건의 거래가 아시아태평양 내 상위 거래에 포함됐다.
정도영 삼정KPMG 스타트업지원센터 파트너는 "올해 4분기 VC 투자 및 회수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초 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거시 경제 여건이 개선되면 충분한 시장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로 헬스테크 및 로봇, 바이오테크 부문에 대한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사이버 보안, 대체에너지 솔루션 등도 유망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적으로 최근 현대자동차가 IPO에 성공한 인도의 경우 내수시장의 성장세와 중소벤처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자금 조달 환경이 부각되고 있다. 또한 일본은 AI∙딥테크∙바이오테크 부문을 중심으로 VC 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해당 지역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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