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반전 필요한 삼성 반도체…미래 좌우할 11월 '임원 인사'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부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 최근 HBM(고대역폭 메모리) 품질 테스트 지연, 고객 확보에 실패한 3나노(㎚) 공정, 그리고 갤럭시 S25 시리즈에 퀄컴 칩만이 전량 탑재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삼성의 핵심 기술 전반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는 11월로 예정된 삼성전자의 임원 인사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의 삼성 반도체 위기가 바로 현재 의사결정 구조에서 비롯된 만큼, 삼성의 임원 교체 여부가 반도체 사업부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순간이 됐기 때문이다.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오랫동안 단기 성과에 우선순위를 둔 경영 기조에 따라 진행되었고, 그로 인해 장기적 기술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 삼성 반도체의 문제는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AI 시장의 급성장으로 고성능 연산을 지원하는 HBM은 데이터센터와 AI 서버의 필수 요소가 된 가운데, 삼성전자의 HBM은 아직도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삼성 HBM은 여전히 테스트와 엔지니어링 작업 중"이라며 "문제는 없지만,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더 우세한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삼성의 HBM은 이처럼 시장 신뢰 확보에 실패하면서 주요 고객사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삼성은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을 상용화하며 TSMC와 경쟁했으나, 고객 확보에는 실패했다. TSMC가 안정적인 수율을 바탕으로 애플, 퀄컴 등 주요 고객을 유지하는 사이, 삼성의 3나노 공정은 안정성 부족으로 시장 신뢰를 얻지 못했다. 이는 실적을 최우선으로 매달린 대표적 사례로, 장기적 신뢰 구축보다 단기 성과를 중시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시스템 LSI 사업부에서도 엑시노스 AP가 퀄컴의 스냅드래곤에 밀려 자사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 S25 시리즈에서 전량 대체된다는 소문이 업계에서 파다하다. 갤럭시 S25, S25+, S25 울트라 모델 전부에 스냅드래곤이 탑재될 것이라는 전망은, 엑시노스가 자사 제품에서조차 외면받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는 장기적인 기술 투자와 리더십 부재에서 비롯된 결과로 해석된다.
삼성의 단기 실적 중심의 구조적 문제는 정현호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사업부 특수 태스크포스(TF)에서 기인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TF의 재무통 리더십은 비용 절감과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경영 방침을 강화했고, 그로 인해 삼성의 기술 경쟁력이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의 큰 실책 중 하나는 바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HBM 투자 결정이다. 당시 HBM은 AI 연산과 데이터센터 분야의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았으나, 삼성은 이를 당장 수익성 없는 '미래 기술'로 간주했다. 정 부회장은 HBM의 단기 수익성을 확신하지 못해 투자를 축소했고, 그 결과 당시 DS부문장이던 김기남 고문이 HBM 팀을 해체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AI와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으로 HBM이 폭발적 성장을 이루자,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경쟁사들은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게 됐고, 삼성은 뒤늦게 후발 주자로 이 시장에 뛰어드는 처지가 됐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최태원 회장의 기술 중심 경영 방침 아래 엔지니어 출신 임원들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과감한 HBM 투자를 진행했다. 시장 수요 변화에 맞춘 빠른 대응으로, SK하이닉스는 HBM 기술 우위를 선점하며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기술적 비전과 이를 실현할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인텔, AMD,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모두 엔지니어 출신 리더들이 최고 의사결정을 내리며 기술 혁신과 시장 선도를 우선시해왔다. 삼성 역시 이번 임원 인사에서 실적보다 기술 중심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임원 인사는 삼성전자가 변화의 진정성을 보여줄 기회로 평가된다. 과거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의 결단처럼, 삼성 반도체는 현재의 리더십 구조에서 과감한 쇄신을 이루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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