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에 드러난 '치명타'… KB금융은 '밸류업 탈락', 신한금융은 '신한투자증권'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올해 3분기 금융지주사별 기업설명회(IR)의 특징은 치명적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는데 주력했다는 점이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에 탈락했던 KB금융지주는 주주환원 정책을 연신 강조했으며,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신한투자증권 파생상품 거래 손실 관련 사과의 말부터 앞섰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올 3분기 IR에서 실적부터 발표하는 대체적인 기업설명회의 전개와는 달리 각 사가 처한 현안부터 짚고 강조하고 나섰다.
우선 KB금융은 지난달 24일 열린 IR에 양종희 회장이 영상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금융권에서 CEO가 직접 얼굴을 내비치며 PT를 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양 회장은 이날 실적 발표에 앞서 '밸류업(기업가치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파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예고했다.
양 회장은 "주주환원 수준을 더욱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가장 고심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기업의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주주가치를 높이고 기업의 건전성도 유지할 수 있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라고 운을 띄었다.
그러면서 "당장 2025년 경영계획부터 밸류업에 맞는 자산 성장 목표를 설정하고 핵심 성과지표를 재설계하는 등 조직 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움직일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를 토대로 앞으로도 KB의 주주 환원은 업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며, 총주주 환원일 또한 업계 최고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금융의 이번 주주환원 정책은 "올 연말 CET1비율 13%가 넘는 잉여자본은 내년 1차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내년 연중 13.5%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은 하반기 자사주·매입 소각 재원으로 활용한다 것"이 골자다.
양 회장은 "KB는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전부터 업계 최초로 자사주 매입 소각을 실시했고, 총액 기준 분기 균등 배당을 시행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진심을 다해 왔다"며 "주주님과 이해관계자들을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많은 고민의 결과물을 오늘 발표한 공시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재관 KB금융 채고재무관리자(CFO) 역시 실적 발표에 앞서 또 다시 주주환원 내용을 언급했다.
김 CFO는 "KB금융그룹은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 건전성과 수익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주주 및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 환원 정책을 지속 시행하고 있다"며 "지속 가능성과 예측 가능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밸류업 패러다임에 따라 업계 최고 수준의 주주 환원을 지속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KB금융이 이처럼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를 재차 표명하고 나선 것은 무엇보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탈락을 의식한 처사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앞서 KB금융은 지난 9월 한국거래소가 선정한 100대 밸류업 지수 편입 기업에 탈락해 금융권의 충격을 던졌다. 금융지주사 중 가장 먼저 밸류업 공시를 예고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 요건 등을 충족시키지 못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신한투자증권 손실 사태에 골머리…고개숙인 신한금융
신한금융도 다소 평소와는 다른 IR 전개를 보였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25일 3분기 IR에서 실적발표에 앞서 신한투자증권의 파생상품 거래 손실에 대해 언급하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천상영 신한금융 CFO는 이날 "전체적인 실적 설명에 앞서, 최근에 있었던 신한투자증권의 파생상품 거래 손실에 대해서 먼저 말씀을 드리겠다"며 "상장지수펀드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해지 운용을 수행하는 부서에서 LP 해지와 무관한 코스피 선물 거래를 해 큰 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건으로 인해 3분기 재무제표에 반영한 손실 규모는 1357억원이며 이후 추가적인 손실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손실에 따른 자본 감소 외에도 운영 리스크 RW의 증가 영향까지 포함한 그룹 CET1비율 영향은 마이너스 6bp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천 CFO는 사과의 말과 함께 내부통제 문제 등에 대한 대책마련 방안을 밝혔다.
그는 "그룹 차원의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룹 이사회 및 경영진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주주 여러분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고 진행 상황을 공유드릴 것을 약속했다"고 했다.
천 CFO는 "현재 신한투자증권은 감독 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고 있고, 지주사와 함께 내부 통제 시스템의 문제점을 되짚고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고객의 신뢰와 단단한 내부 통제가 법의 본질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원점에서 내부 통제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고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는 신한금융 역시 이번 신한투자증권의 손실 사태로 그룹 전반적인 실적 하락은 물론 신뢰와 이미지에도 큰 훼손을 입은 만큼 IR에서 관련 내용부터 점찍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신한금융은 올해 3분기 아쉬운 실적을 기록하며 '리딩금융' 탈환에 멀어져 가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한 누적 당기순이익을 나타냈음에도, 특히 신한투자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의 금융 사고로 인한 실적 부진으로 경쟁사인 KB금융의 실적을 넘어서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신한투자증권은 한 직원이 지난 8월5일, 업무의 목적과 상관없이 장내 선물 매매를 주도하다가 큰 손실을 냈고, 결과적으로 무려 1300억원가량의 금융사고로 이어지게 됐다.
특히 횡령, 배임 등 각종 금융사고로 은행권 내부통제 문제에 대한 날 선 시선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규모의 펀드 손실사태는 신한금융의 이미지와 신뢰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간과하기 어렵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실적 외에 쟁점이나 이슈들이 언급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다만 임원이나 경영진이 직접 먼저 나서서 현안을 공표하는 건 그만큼 신경이 쓰이는, 해소해야 할 일이라는 방증이라고도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스크칼럼] KB금융 ‘양종희 號’의 밸류업 올인 전략… 과연 현명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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