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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차세대 IT’프로젝트, 사실상 실패?… 커지는 후폭풍 [진단①]

박기록 기자
KB국민은행 신관 전경.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신관 전경. ⓒKB국민은행

- '프로젝트 전면 재검토'· '핵심 내용 수정후 3단계 추진' 등 제한된 선택지 예상

- 기존 'IBM 메인프레임 기반 주전산시스템' 유지하면서 코어뱅킹 슬림화 노력 지속 전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현재로선 결정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2단계 사업 결과보고서에 기반한 ‘코어뱅킹 현대화’ 3단계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추진 시점(일정)을 묻는 질문에 대한 KB금융측 관계자의 답변이다.

KB국민은행이 ‘코어뱅킹 현대화’(Core Banking Modrnization) 사업으로 명명된 차세대전산시스템(NGBS)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나 2단계 사업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진행한 2단계 사업은, IBM 주전산시스템(메인프레임)환경에서 운영 중인 코어뱅킹 업무중 일부를 새로운 오픈환경(x86기반)으로 전환해 병행운영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영국 소트머신사의 ‘볼트코어’(Vault Core)를 새로운 코어뱅킹패키지로 선정, 시범 적용해왔다.

그러나 200개의 체크리스트(평가표)로 구성된 2단계 사업 보고서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옴에 따라 국민은행의 입장에선 결국 어떤식으로든 괴로운 선택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2단계 사업보고서의 내용이 만약 ‘치유 불가능’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면, 3단계 사업이 이어질 수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진행해온 ‘코어배킹 현대화’ 프로젝트는 실패로 규정될 수 밖에 없다.

이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와 별개로, 앞으로 국민은행의 선택지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지난 2년간의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고 다시 원점에서 추진하거나, 아니면 기존 내용을 대폭 바꿔 3단계 사업을 추진하느냐의 선택의 기로라는 것.

관련하여 뱅킹시스템 분야 전문가들은, 국민은행이 기존 코어뱅킹 현대화 프로젝트의 핵심 내용을 바꿔 ‘3단계 사업’을 계속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즉, 두 개의 코어뱅킹을 ‘병행운영’(Parallel Run)하는 당초 ‘코어뱅킹 현대화’ 계획을 포기하는 대신 기존 IBM 메인프레임을 단독으로 유지하되 역할(비중)을 점차 줄이는 방식으로 수정안을 내놓을 가능성이다.

이는 당초 코어뱅킹 현대화의 추진 목적중 하나인 'IBM 메인프레임의 과도한 의존 탈피’란 명분을 계속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이번 ‘코어뱅킹 현대화’ 사업과 별개로 IBM 메인프레임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절치부심 해왔다.

지난 2010년, 현재의 시스템인 ‘KB Star’(IBM 메인프레임 기반)란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비대면 금융 거래가 커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코어뱅킹 현대화’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올 상반기부터 KB데이터시스템을 주사업자로 ‘코어뱅킹 다운사이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IBM 메인프레임 기반 코어뱅킹에 얹어진 업무중 일부를 분리, 분산시키는 것으로 이를 통해 시스템을 보다 가볍게하고, 동시에 운영상의 리스크를 줄이려는 것이다.

◆'코어뱅킹 현대화 3단계 사업', 수정돼 추진될 가능성은?

국민은행은 차세대전산시스템 경쟁력에 있어 경쟁 시중은행들과의 격차를 더이상 용인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IBM 메인프레임을 유지하더라도 시급히 기간계 IT 혁신을 도모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지난 5월에 '더 넥스트(NEXT)'란 차세대전산시스템 가동에 들어갔고, 하나은행도 'O.N.E'으로 명명된 차세대 사업 2단계에 착수했다.

또 국민은행 내부에 여전히 ‘IBM 메인프레임’의 지지세력이 많고, 또 IBM과의 전산장비 할인계약인 OIO계약 만기 일정을 감안할때 특별히 다른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

어떤 형태로든 3단계 사업을 추진한다면 국민은행은 올 연말 또는 내년초 국내 IT서비스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자 선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코어뱅킹 현대화’ 3단계가 마무리되더라도 국민은행은 ‘탈 IBM 메인프레임 실패’라는 불명예와 함께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사업 비용의 비효율적 투자, 지난 2~3년간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 상실 등에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이같은 결과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KB국민은행 등 KB금융 조직 내부 조직원들의 갈등과 불협화음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는 지적은 매우 뼈아프게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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