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분리 울타리에 의존할 수 없다…금융권 스스로 보안 힘 길러야"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금융 산업이 망분리 규제에 의존하던 과거 보안 체계에서 벗어나, 차세대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7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린 '피스콘(FISCON) 2024' 축사를 통해 "금융권이 망분리라는 보안 규제 울타리 안에 의존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제는 금융권 스스로 보안을 위한 힘을 길러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금융보안 체계는 인터넷 등 외부 통신과 분리된 환경을 전제로 운영돼 왔다. 2013년 대규모 금융 전산 사고를 계기로 10여 년간 망분리 규제가 의무화된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공지능(AI)과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등 외부 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높아졌고, 망분리 체계는 금융권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돼 왔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금융협회,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등 유관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을 발표했다. 샌드박스를 통해 인터넷 활용 제한 등에 대한 규제 특례를 허용하고, 문서관리 등 기존 범위를 넘어 SaaS 적용 영역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신 추가적인 보안 대책을 운용하도록 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는 디지털 기술 없이는 금융을 생각하기 어렵다"며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금융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고,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금융 분야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망분리 개선 작업을 통해) 획일적인 규제에서 탈피해 관리적, 그리고 기술적 보안으로 전환해 금융혁신이 일어날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금융보안 규제를 변화된 시대에 맞게 정비해, 신뢰할 수 있는 혁신 여건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보안원과 금융정보보호협의회, 금융보안포럼이 주최한 FISCON은 국내를 대표하는 금융정보보호 콘퍼런스다. 올해 주제는 '큰 파도와 전진(Advanced with Big Waves)'으로, 국내 금융과 보안 업계를 대표하는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철웅 금융보안원 원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최근 금융 소비자를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과거에는 디지털 금융의 편의성을 중시했다면 이제는 불편하더라도 보안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개인정보 유출, 북한과 러시아 등 국가 배후 조직의 해킹으로 인해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가 금융 인프라를 안전하고 신뢰감 있게 유지하는 것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는 금융 신뢰를 지키는 일이 간단해 보이지만 현실이 쉽지 않다는 것"이라며 "AI, 클라우드, 양자 등 고도화된 기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망분리 규제 개선, 원칙 중심 자율 개선 등 규제 보안이 대전환을 직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상황 속 보안 체계를 강화해 기술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원장은 "국민들이 실제 우려하는 것은 기술 발전이나 규제 변화 같은 현상 자체보다, 변화가 가져오는 불확실성"이라며 "상상력과 집단 지성을 통해 '빅 웨이브'의 본질을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축사에는 윤오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3차장도 무대에 올랐다. 윤 차장은 "금융보안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며 "해커들은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개인자산 탈취, 대규모 금융시스템 마비 등 사회와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디지털 금융 혁신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며 "모두가 원 팀(One Team)이 돼 안전한 사이버 금융 환경을 만들어 나가자"고 제언했다.
온라인 축사를 전한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또한 "금융 분야는 대규모 자산과 민감한 고객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취약한 점이 부각되고 있다"며 "금융기관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디지털 금융 혁신을 위해 전략을 발휘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FISCON 오전 행사에는 황성우 삼성SDS 대표이사가 '생성형 AI 시대, 기술 혁신이 가져올 금융 환경 변화와 대응 방안'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지기성 구글클라우드 사장은 'AI 대전환의 시대 금융의 새로운 길: 안전하고 신뢰를 위한 미래 전략'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할 예정이다.
MBK, '국가핵심기술 기업' 해외매각 우려 여전히 쟁점… 고려아연 M&A, 정부 역할 필요↑
2024-12-22 19:52:35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 유예… 한시름 놓은 은행권, 기업금융 고삐죌까
2024-12-22 14:06:20심각한 노인빈곤율…"면세자에 대한 환급형 세액공제 도입해야"
2024-12-22 12:38:24올해 정보보호 투자액 2조원 돌파…공시 의무화 효과 '톡톡'
2024-12-22 1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