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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을 구해줘]⑥ “계속되는 침체기, 규제 대신 정부 투자 절실”

이나연 기자

[편집자주] 토종 플랫폼 침체기가 지속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와 같은 해외 SNS 사용 시간이 네이버와 카카오톡을 앞지른 지 오래이며, 최근 몇 년간 우상향 실적을 내도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 명품 플랫폼 등 유통업계 역시 다양한 도전과 과제에 직면해 있다. ‘티메프 사태’ 이후 플랫폼 규제론이 다시 동력을 얻은 가운데 <디지털데일리>는 이러한 플랫폼 업계의 현황과 과제를 분석하고, 전망을 살펴본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바야흐로 플랫폼 규제 시대다. 한국은 규제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를 앞세워 주요 플랫폼 기업 규제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애초 플랫폼 자율규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2년 10월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 먹통 사태’에 이어 올해 발생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기점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회장은 플랫폼 규제 시기마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던 인물이다. 그는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국민대학교에서 법학 석사를 취득한 후, 본격적으로 정보기술(IT)업계에 뛰어들었다. 네이버 대외협력실장으로 근무했으며 NHN에서 정책실장과 법무감사실장, 컴투스·게임빌(현 컴투스홀딩스) 법무총괄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지난 2021년 인기협 사무국 내 최초 상근 회장으로 선임된 박 회장은 재임 동안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통과 ▲윤석열 정부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국정과제 채택 ▲개인정보 보호 유공 대통령 표창 수상 등 성과를 냈다. 작년에는 연임에 성공해 4년째 인기협을 이끌고 있다. 인기협은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200여곳 이상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회원사로 둔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대표 단체다.

다음은 박성호 인기협회장과의 일문일답.

국내외 대형 온라인 플랫폼 일러스트 [ⓒ 연합뉴스]
국내외 대형 온라인 플랫폼 일러스트 [ⓒ 연합뉴스]

Q. 지난 2021년 협회장으로 취임해 작년 연임했다. 최근 4년간 지켜본 IT업계 환경에 대해 평가해 본다면.

▲팬데믹(감염병 풍토병화) 때 시장이 잠깐 좋았던 이후로 플랫폼 규제 논의가 본격화하며 침체기를 맞았다. 당장 규제에 따른 피해보다는 규제가 강화할 것이란 예상 때문에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들이 한국 플랫폼 업계에 모험적으로 투자하지 않는 게 문제다. 괜찮은 스타트업이 눈에 띄어서 플랫폼과 인수합병되거나, 새로운 서비스 출시가 활발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위험 신호로 읽힌다.

인공지능(AI) 시장을 주도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네이버를 제외하면 선도적으로 나서는 기업이 드물다. 카카오는 복잡한 사내 문제 때문에 새로운 전략이 잘 보이지 않고 있다. 대대적인 물류 투자를 했던 쿠팡이 그나마 선전했지만, 알리와 테무 등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해외 직구 플랫폼들이 국내 물류 체인망을 만들게 되면 안심할 수 없다. 정부가 민간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자금 순환적 물꼬를 트는 동시에 한국형 AI 등 기술을 받아들이는 공공 시장 창출이 시급하다.

Q. 공정위가 올해 주요 과제로 내세웠던 사전지정제를 포함한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은 빅테크를 회원사로 둔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도 공식 성명을 낼 정도로 국내외 업계 반발이 커 좌초됐다. 이해관계자들과 지속 소통했다는 공정위 주장과 달리 업계가 체감하는 온도는 다른 듯하다.

▲플랫폼 제재를 향한 공정위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행보는 산업계로서 매우 우려스러우며 유감이다. 정부는 업계와 소통했다는 의견이나 우리 인기협과도 공식 만남을 거의 갖지 않았다. 올해 초 공정위와의 형식적인 자리가 마련될 뻔해 소통에 응하지 않은 적도 있다. 공정위가 플랫폼법을 추진한 이후, 인기협은 학계와 총 50여차례 관련 세미나를 개최했다. 공정위에서도 몇 차례 행사를 열었는데 그때 뿐이었다.

업계 당사자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소통이었다. 공정위 같은 성격의 기관은 산업적 규제에만 집중해 그에 따른 사회적 효과를 덜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 기업과 똑같이 규제한다고 해도 시장 규모와 자본력에서 밀리는 국내 기업이 받을 상대적 충격이 훨씬 크지 않은가. 단편적인 행정 집행이 가져오는 아쉬움이 있다.

Q. 공정위가 플랫폼법 대안으로 발표한 현행 공정거래법 개정 또한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정위 플랫폼법을 계승한 ‘온라인플랫폼독점규제법(온플법)’을 당론화할 방침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최근 국내 플랫폼 법 동향에 관한 생각은.

▲규제 대상을 사전 지정하는 플랫폼법이나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특정 문제 행위에 대한 사후 추정 모두 기업에 낙인이 된다는 점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자사우대’ 금지 항목 경우, 사실 전 세계 모든 기업은 자사우대를 하고 있다. 이것이 시장 불공정에 영향을 미칠 때만 위법이 된다. 공정위가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세우는 건 옳은 방향이나, 모든 자사우대를 금지하려는 것은 반대다. 한 플랫폼 기업이 한 가지 서비스만 하는 게 아니라 섣불리 시장 규모를 획정할 수도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정위가 참고하는 유럽식 플랫폼 규제는 유럽 시장을 장악한 미국 빅테크를 견제하고 자국 기업들의 성장을 촉진하려는 목적이 크다. 한국은 많은 국내 플랫폼이 서로 경쟁하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유럽과 동일선상에서 보면 안 된다. 물론 우리나라도 일시적 독과점 현장이 나타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T’는 택시 호출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 또한 정부가 인위적 시장 개입을 통해 만든 결과다. ‘타다금지법’ 등 제재가 없었다면 타다를 비롯한 기존 모빌리티 업체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환경이 됐을 것이다.

Q. 그동안 업계를 대변해 다양한 공식 석상에서 ‘자율규제’를 강조했는데 일각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 상 자율규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다. 혁신과 제재가 균형을 이루려면 어떤 논의와 변화가 중요할까.

▲당연히 자율규제가 100%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업계는 이해관계자끼리 모여서 논의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믿음이 있다. 플랫폼 실태를 모르는 정부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사자들끼리 협의회를 꾸려 개선 노력을 펼치는 것을 더 장려해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이나 전자상거래법 등에 대한 플랫폼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기 위한 개정 작업은 늘 있었다. 기존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만 수정해서 규제하면 될 뿐, ‘입법 만능주의’ 하에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Q.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국내 IT 업계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전망하나.

▲트럼프가 ‘아메리칸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한 거처럼 명분보다는 자국 실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시장을 비롯한 전 세계 각지에서 미국 빅테크가 지니는 기득권 위치를 지키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해외 각국은 미국 기업을 견제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외교적 마찰이 있을 수 있다. AI 패권 경쟁 속 미국이 자국 경쟁력을 해치려는 정책은 지양할 것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자국 중심주의 기조가 강화된다면 한국도 미국을 따라가야 한다는 사회적 흐름이 생긴다는 게 긍정적이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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