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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흑자전환 코 앞인데…또 주인 바뀌는 KT 계열사 ‘이니텍’

최민지 기자
옥성환 이니텍 대표이사 [ⓒ 이니텍]
옥성환 이니텍 대표이사 [ⓒ 이니텍]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KT그룹 금융보안 전문기업 ‘이니텍’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새로운 기술 변화 속에서 사이버보안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대표적인 금융보안‧솔루션 기업 중 하나인 이니텍이 시장에 매력을 내비칠 수 있을까.

이니텍은 1997년 설립 이래 ▲권도균 대표(창업자) ▲통신방송 솔루션 기업 리노스 ▲미국계 사모펀드 바이시스캐피탈 ▲비씨카드 자회사 H&C네트워크 ▲KT 자회사 KT DS까지, 5번이나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이제는 6번째 주인을 물색하고 있다.

그동안 이니텍이 매각을 거듭하면서도 시장에 이름을 계속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 변화에 대응해 금융보안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한때 공개키기반구조(PKI) 업계 1위에 올랐던 이니텍은 암호‧인증 분야 보안솔루션, 데이터베이스(DB)보안, 전자서명‧생체인증 등 여러 보안사업을 전개했다. 최근엔 보안을 강화한 기업용 생성형AI ‘시큐어AI’도 선보였다.

또한, 이니텍은 모바일 뱅킹과 인터넷은행 시대 출범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도 금융IT 사업을 확장해 왔다. 금융사 대상 시스템통합(SI), 전자금융 소프트웨어 임대 서비스(ASP), 분산 및 백업을 담당하는 업무 연속성 계획(BCP) 서비스 등을 맡고 있다. 과거 이니텍은 케이뱅크 인터넷은행 전산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비롯해 SC제일은행 인터넷뱅킹 시스템 고도화 사업, 수협중앙회 차세대 인터넷뱅킹, 주요 금융사 오픈뱅킹 등 굵직한 금융IT 사업을 수주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국내외 보안기업들과의 보안솔루션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이니텍 모회사인 KT DS와의 사업 중복성 문제까지 거론됐다. 이니텍은 과거 금융 시스템통합(SI) 사업에서 강점을 보여줬는데, 작년 연말부터 이를 대폭 축소했다. 이니텍 최대주주이자 KT그룹 내 IT서비스를 담당하는 KT DS도 SI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정리 수순을 밟은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니텍]
[ⓒ이니텍]

줄어드는 매출과 적자 구조도 줄곧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니텍은 2014년 자회사 이니텍스마트로홀딩스를 흡수합병 후 이듬해인 2015년 처음으로 연간 매출 2000억원을 넘기면서, 매년 매출 상승곡선을 그렸다. 2020년 이니텍 매출은 약 2920억원을 기록하며 3000억원 고지를 넘보고 있었다. 이중 스마트로 제품 매출은 약 2502억에 달했다. 스마트로는 VAN(Value Added Network)과 PG(Payment Gateway)등 결제대행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KT그룹이 2021년 이니텍 산하 결제대행사 스마트로를 비씨카드로 옮기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이니텍은 당시 스마트로 지분 50.2%를 비씨카드에 매각했다. 이후 이니텍 매출은 2021년 약 503억원, 2022년 538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약 457억원에 그쳤다. 최근 3년간(2021~2023년)간 적자도 지속됐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35억원으로 적자가 심화됐다.

스마트로는 현재 KT그룹 내 비씨카드 자회사로 속해 있어, 이번 매각과 무관하다. 당초 이니텍은 2009년 GS계열 스마트로를 560억원에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고, 2010년 비씨카드가 스마트로를 인수하려다, 자회사를 통해 이니텍을 인수하는 우회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비씨카드가 다른 회사 주식 20% 이상을 소유하려면 금융위원회에 승인신청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듬해 KT가 비씨카드를 인수하면서 이니텍도 KT계열로 편입됐다.

다행히, 올해 이니텍 실적은 옥성환 대표 취임과 함께 개선되는 상황이다. 옥 대표는 ‘흑자전환 성공’을 외쳤고,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약 263억원 영업이익 약 55억원으로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3분기만 보더라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SI 매출은 줄었지만, IT아웃소싱(ITO) 매출이 크게 증가한 덕이다. 다만, ITO 또한 KT DS와 겹치는 사업 영역 중 하나다.

한편, 인력 구조 개선 카드까지 꺼내면서 경영효율화에 나선 KT 입장에선 매각을 포함한 사업 재편은 피할 수 없다.

이에 중복 사업을 제거하면서도 올해 재무구조를 개선한 이니텍을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KT DS만으로도 역량을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KT와 KT클라우드 또한 정보보안 및 인증서비스 관련업을 영위할 수 있기에, 필요에 따라 보안솔루션 사업도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민지 기자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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