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격변’·‘망분리완화’…국내 클라우드 산업 신년 키워드는?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촉발한 기술 변혁부터 망분리 완화에 따른 제도 변화에 이르기까지,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올 한 해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게 될 전망이다. 국내 클라우드 산업에 주어진 신년 과제들을 모아봤다.
우선, 올해에는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의 주된 공략 시장인 공공·금융 클라우드 시장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중 올해부터 공공분야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공공 클라우드 시장을 적기에 공략하는 것이 업체들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다. 클라우드 네이티브는 단순 클라우드 도입을 넘어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와 데브옵스(DevOps) 등의 고도화된 기술을 설계단계부터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정부24·국가대중교통정보 등 21개 행정·공공기관 시스템에 대해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사업을 발주했으며, 올해에도 전년과 비슷한 500억원 가량 예산을 확보해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공공분야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수요를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분야에서도 클라우드 전환 수요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8월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금융권에서도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와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금융사가 가명처리된 개인신용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제특례를 허용한 상태로, 올해 상반기에 성과 검증 후 하반기에 정규 제도화가 추진될 예정이다.
다만 망분리 완화에 따른 제도 변화가 반드시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망분리 완화 기조에 따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지난해 하반기 발표한 신규 사이버보안 체계 ‘다중계층보안(MLS)’ 정책의 세부사항이 아직 공개되지 않으면서, 발주기관들과 사업자들의 혼선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MLS는 공공기관 정보시스템을 업무별 중요도에 따라 C(기밀)·S(민감)·O(공개)등급으로 나눠 단계별로 보안 수준을 달리 하는 것이 골자로, 망분리 기준을 어디까지 완화할 것인지가 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국정원은 당초 올해 1월 중으로는 세부기준을 발표할 계획을 세웠는데, 최근 탄핵정국으로 인해 정부부처 대부분이 행정업무에 영향을 받고 있어 현재로서는 장담이 어렵다.
MLS가 지연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주관의 클라우드보안인증(CSAP) 중·상등급 고시 개정도 더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CSAP는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취득해야 할 보안인증으로, 지난해에 등급제(상·중·하)로 개편돼 하등급만 우선 시행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와 더불어 중·상등급에 대한 요건을 담은 고시를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국정원 MLS와 맞추기 위해 고시 개정을 사실상 연기한 상태다.
CSAP 등급제는 MLS와 마찬가지로 망분리 완화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엄격한 망분리 규제에 가로막혔던 해외 클라우드 기업들의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출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해외 클라우드사 중 최초로 CSAP 하등급을 획득하면서 이미 물꼬를 튼 상태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구글클라우드도 올해 상반기 내 줄줄이 하등급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공공·금융 클라우드 시장이 제도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업계 우려를 사고 있다면, 엔터프라이즈(B2B) 시장에선 좀 더 기대감이 있다. 생성형 AI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면서, AI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 시장 전망 자체는 긍정적이다.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 입장에서 올 한 해 중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AI 데이터센터다.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생성형AI 서비스 수요 확대에 따라 CSP들은 한층 고도화된 컴퓨팅파워와 전력·냉각 기술을 갖춘 AI 전용 데이터센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AI 열풍에 따라 그래픽처리장치(GPU) 고수요 현상이 계속되면서, 컴퓨팅 장비와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클라우드 관리서비스제공사(MSP)들도 AI 흐름에 따라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 주요 CSP들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재판매하는 비즈니스로 출발했던 MSP들은 이제 머신러닝운영(MLOps)이나 거대언어모델운영(LLOps) 등 AI 도입과 관련한 운영 자동화, 비용 효율화 등의 역량을 강조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많은 국내 MSP들이 이른바 ‘AI MSP’를 표방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AI 혁신이 클라우드 기업들 입장에서 수익화로 이어질지는 올해도 좀 더 두고봐야 한다. 업계에선 AI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실질적으로 체감되는 AI 도입사례는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결국 산업 전반에서 서비스화된 AI 활용사례들이 발굴되고 이를 통해 수익 창출로 이어가는 것이 최대 과제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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