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1년 멈췄던 유니콘 시계, ‘이곳’이 움직였다…中알리바바가 1000억원 꽂았다는데

왕진화 기자

[ⓒ에이블리]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되는 투자 혹한기에 스타트업계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시계가 멈췄었다. 이러한 가운데,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가 투자 빙하기를 뚫고 약 12개월 만에 유니콘 기업에 등극해 주목된다.

에이블리는 지난 2일 중국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1000억원을 투자받으며 첫 글로벌 자본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올해 유니콘 제로의 벽을 에이블리가 깬 셈이다.

최근 전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에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펀드레이징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 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4년 3분기 국내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에 따르면 올해 1~3분기(1~9월) 전 세계 벤처투자 규모는 2051억달러(한화로 약 288조4936억원)로 전년 대비 18.6%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총 8조580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1.3% 증가했다.

세계 벤처투자 규모와 비교하면 국내 투자 시장이 완전한 회복세로 들어선 것처럼 비춰진다. 그러나 투자 호황기로 불리던 2021~2022년 대비 투자받은 기업 수는 3169개사에서 3406개사로 증가한 반면, 전체 투자금액은 10조2126억원에서 8조5808억원으로 2조원가량 감소했다. 다수 기업들이 기업가치를 하향 조정해 투자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는 특히 유니콘 달성 소식도 잠잠했었다. 2023년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기업은 1월 ‘아크미디어’, 2월 ‘파두’, 6월 ‘에이피알’, 12월 네이버 리셀 플랫폼 ‘크림'까지 단 4곳에 불과하다. 에이블리 유니콘 등극 전까지 2024년 유니콘 달성 기업은 ‘0곳’으로, 지난해 12월 ‘크림’ 이후 약 1년 간 유니콘 탄생 소식은 전무했다.

[ⓒ에이블리]

◆‘3조 유니콘’ 에이블리, 신규 투자 유치 성공…12개월 만에 유니콘 탄생=에이블리, 4910(사구일공), 아무드(amood)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으며 올해 첫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이는 에이블리 글로벌 연합 투자 라운드의 첫 시작으로, 글로벌 이커머스 알리바바그룹이 소수 지분 투자 방식으로 참여했다. 이를 통해 알리바바가 확보한 에이블리 지분은 약 5%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수 스타트업이 보수적인 투자 기조 속 기업가치 하향 조정을 감수하며 투자를 진행하는 가운데, 직전 투자인 2022년 1월 프리 시리즈C 투자 유치 당시 대비 2년 만에 무려 3.5배가량 상승한 기업가치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에이블리 유니콘 달성은 국내 패션 플랫폼 중 가장 빠른 속도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2018년 3월 여성 패션 플랫폼 업계 후발주자로 시작한 에이블리는 공식 론칭 이후 단 6년 만에 3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2009년 ‘무신사 스토어’ 사업 시작 이후 2019년 유니콘에 등극하기까지 약 10년이 걸린 무신사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다.

이로써 에이블리는 역대 글로벌 투자를 받은 한국 스타트업 중 5번째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톱(Top)5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까지 글로벌 투자 받은 국내 스타트업 기업가치 순위는 두나무(10조원+), 야놀자(9조원), 토스(6~8조원), 무신사(3조5000억원) 순으로, 에이블리는 당근과 함께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아 공동 5위에 올랐다.

마지막 투자 당시 3조5000억원이었던 ‘컬리’의 경우 현재 기업가치가 5000억원 이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3조6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던 ‘트릿지’ 경우 글로벌 투자사가 아닌, 국내 투자사(DS자산운용)로부터 해당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 투자에 참여했던 DS자산운용은 트릿지 투자가치를 0원으로 감액 처리했다고 전해진다.

[ⓒ무신사]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한 IT기업과 손잡은 에이블리 vs 브랜드 손잡은 무신사=남성 1위 무신사와 여성 1위 에이블리 두 곳이 비슷한 듯 다른 글로벌 파트너십 전략도 눈에 띈다. 무신사는 브랜드 강화를 위해 스포츠 브랜드 업체인 중국 안타스포츠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에이블리는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 알리바바와 손을 잡고 K패션 세계화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알리바바그룹은 SM엔터테인먼트, 토스페이 등 각 분야별 최정상급 즉, ‘탑티어’ 기업만을 선별해 투자를 단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그룹이 국내에서의 성장성, 수익성은 물론 테크 기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까지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 투자 결정을 내린 곳은 ‘에이블리’가 유일하다.

중국 자본의 국내 투자는 얼어붙은 국내 투자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을 뿐 아니라, 패션 업계 소상공인, 브랜드의 해외 진출 등 사업 활성화에 기여하는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스타일 테크 기업 에이블리 글로벌 투자의 스타트를 끊은 알리바바그룹은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해 ▲라자다(Lazada) ▲다라즈(Daraz) ▲트렌디올(Trendyol) 등 전세계 각국의 1, 2위를 다투는 대형 이커머스를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에이블리 국내 셀러가 해외 곳곳에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판로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감을 모은다.

최근 국내 세계 대형 스포츠 의류업체 중 하나인 중국 안타스포츠(Anta Sports)도 무신사의 새 주주로 합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존 무신사 재무적투자자(FI)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안타스포츠는 매출 기준으로 나이키, 아디다스에 이어 세계 3위권 스포츠 의류업체로 평가되고 있다. 안타스포츠는 2017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과 합작회사 코오롱스포츠 차이나를 설립하는 등 국내 기업과 다수 협력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각기 다른 투자 기관을 통해 향후 무신사와 에이블리가 집중 공략할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에이블리는 IT, 플랫폼, 커머스 역량을 더욱 고도화하며 세계로 나간다면, 무신사는 안타스포츠 손을 잡고 향후 무신사 스탠다드를 비롯한 브랜드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투자 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에이블리는 ‘수익성을 동반한 폭발적 성장세’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동시에 증명한 희소한 기업”이라며 “이번 투자 유치는 단순 한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를 넘어, 장기간 위축됐던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는 터닝포인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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