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계획 조정에 협력사 변화까지…내년 배터리 생존 경쟁 심화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전기차 시장 내 수요 둔화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내년 배터리 업계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년 정식으로 출범하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의 적자생존이 예고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 속도 조절, 협력사 구성 변화 등을 통한 대응 방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배터리 생산라인을 위한 신·증설 투자를 다방면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헝가리 괴드 1동 내 노후화된 기존 설비를 철거하고 신규 설비를 반입하는 안을 검토 중이며, 중국 시안에서도 추가 증설 등을 위한 협력사 선정에도 나섰다. 이밖에 헝가리 괴드 외 추가적인 유럽 지역 내 신규 투자, 울산 내 신규 각형 라인 투자 등도 검토 중이다.
삼성SDI는 전기차 시장 초기 질적 성장 중심의 회사 기조에 따라 생산라인 투자를 점진적으로 집행해 온 바 있다. 이번 투자 역시 2026년 이후 본격화될 프로젝트에 대비해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해 초부터 전기차 시장 수요가 둔화되고, 고객사의 전기차 계획이 수정·지연되면서 관련 투자 접근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기로 한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라인 설비 발주를 추진하는 한편, 제너럴모터스(GM)와 공동 합작법인으로 짓던 얼티엄셀즈 3공장을 인수해 단독공장으로 활용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애리조나 공장을 예정했던 2026년에 가동해 리비안·테슬라에 대응하고, 얼티엄셀즈 3공장 인수로 별도 추가 증설 없이 도요타 등 고객사 물량에 대응하겠다는 안이다.
SK온은 포드와 합작한 블루오벌SK(BOSK) 켄터키 1공장 초기 가동을 위한 설비 설치를 끝마쳤다. 이 공장에서는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해 온 포드 F-150 라이트닝용 파우치 배터리가 생산될 전망이다. 다만 켄터키 2공장은 시황 둔화에 따라 양산 시작 시점을 미뤘고, 테네시 공장 역시 저조한 물량에 따라 내년 하반기 중 가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SK온이 BOSK에서 포드 외 타 고객사 물량을 생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포드의 전기차 생산 계획 수정과 시장 둔화로 유휴 라인이 늘게 되면서 이를 다른 물량으로 채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SK온은 포드, 현대자동차그룹 외 닛산과의 배터리 공급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설비투자 계획에 변화를 준 이유는 지속되는 전기차 수요 부진의 장기화 때문이다. 주요국 정책 변화로 전기차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진 이후, 관련 판매량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전체적인 생산 계획도 줄어들게 된 것이다.
내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 시장 변화도 설비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의 세제 혜택이 조정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투자 논의가 후일로 미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수입품에 고관세를 적용하겠다는 목표도 내걸고 있는 점도 미국 외 투자 검토를 길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미국에서는 IRA 혜택이 줄어 높은 인건비 및 수율에 대한 위험 방지(Hedge)가 어려워지고, 이외 법인에서는 해외우려국(FEOC)에 대한 원료 부담과 고관세로 마진이 줄어들 수 있는 진퇴양난에 빠질 것"이라면서도 "아직 명확한 정책이 나오지 않은 만큼, 행정명령 등 조정 강도에 따라 대응 전략을 맞춰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배터리 3사의 생산라인 기반을 형성하는 협력사 생태계도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 특정 고객사에만 공급을 진행했던 기업들이 경쟁 고객사 공급망에도 진입하는 국면에 진입하게 됐다. 일례로 SK온의 스태킹 장비 협력사였던 우원기술은 삼성SDI에, 엠플러스는 LG에너지솔루션에 장비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또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리스크로 인한 마진율 저하 부담, 배터리 가격 인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한 가장 최선책은 장비 입찰 경쟁 구도를 넓혀 입찰 단가를 낮추는 것이다. 협력사의 SCM 변화 역시 이같은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며 "협력사 입장에서도 줄어드는 수주 기회를 더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고객사 다각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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