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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기본법 다음은?...후속 법안 방향에 쏠리는 관심

오병훈 기자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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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인공지능(AI)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AI 제도 토대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첫 제정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시각도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AI기본법이 AI 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각계 우려 및 지적 사항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제정 후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나선 만큼, AI기본법 이후 보완 방향에도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26일 국회는 임시국회 1차 본회의를 열고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안(이하 AI 기본법)’을 찬성 260표 반대 1표 기권 3표로 가결시켰다. 대부분 재석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이변 없이 최종 제정된 모습이다.

통과 직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주무부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AI 첫 제정법 마련을 ‘마중물’ 등에 비유하며 혁신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자축하고 나섰다.

하지만, 해당 법률 영향을 가장 크게 받게 될 AI 업계에서는 AI기본법 제정을 시작으로 AI 산업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AI기본법 내에서 언급되는 다수 규제 관련 토대 조항이 향후 구체화되면서 실제로 AI 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독소조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걱정이다.

이들의 우려는 2조 ‘정의’ 조항에서부터 시작된다. 정의 조항에는 ‘고영향AI’ ‘영향받는 자’ 등 포괄적인 대상을 지칭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영향AI는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인공지능시스템’으로서, ▲의료 ▲에너지 ▲치안 ▲교통 ▲교육 등에 활용되는 AI를 일컫는다.

AI기본법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할 당시 해당 정의에는 ‘고위험AI’라는 단어가 쓰였으나, 부정적인 의미를 덜고자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 제안에 따라 고영향AI로 수정됐다. 취지는 긍정적이나, 결과적으로 고위험AI보다 더 넓은 범위를 규제하기 위한 씨앗이 되는 것 아니냐는 업계 우려가 이어졌다.

영향받는 자 정의 또한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영향받는 자란 인공지능제품 또는 인공지능서비스에 의하여 자신의 생명,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받는 자를 말한다. 예컨대 의료 AI를 통한 진단 과정에서 환자가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AI에게 신체 데이터를 제공하게 된 경우 영향받는 자에 해당하게 된다. 또, 자율주행 AI가 실시간으로 인식하는 보행자들도 AI의 영향을 받게되는 자로 분류될 수 있다.

한 AI 기업 관계자는 “포괄적이면서 동시에 애매하고, 정확하지가 않은 용어 탓에 업계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분위기”라며 “추가적인 구체화 과정을 예의주시 할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해 해당 정의를 제안한 이 의원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향후 실질적인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본법에서 보다 포괄적으로 이용자 및 영향받는 자를 보호할 수 있는 용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한 바 있다.

40조 사실조사 조항에 대해서도 업계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해당 조항은 과방위와 과기정통부 간 논의 과정에서 추가된 조항으로, AI 기업·기관에 대한 정부의 행정조사 토대가 되는 내용이다. 이에 근거해 정부는 위반 사항을 조사하기 위해 기업이나 기관에게 관련 자료 등을 요구할 수 있다. 기업·기관 입장에서는 정부가 사업이나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관련해 업계에서는 조사 실시 요건이 지나치게 느슨해 단순 민원이나 신고만으로도 조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사실조사 조건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민원인의 사적 이해관계에서 민원이 제기되었거나, 익명의 탄원‧투서 등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사실조사를 실시하지 않도록 하위법령에 명시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이 같이 다양한 의견에 대해 정부 및 국회는 향후 후속 입법을 통해 추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지난 17일 법사위에서 진행된 AI기본법 심사 과정에서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에 제정되는 법안은 ‘기본법’으로서 필요하다면 향후 관련 법령을 새롭게 추가하는 방식으로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국회가 이처럼 후속 보완에 초점을 맞춘 데에는 AI기본법 연내 제정 과업을 달성하기 위함이기도 하나, 이중 규제에 따른 문제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AI도 큰 틀에서 보면 소프트웨어(SW)나 플랫폼 규제 등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에, AI기본법에서까지 지나치게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할 경우, 이중 규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AI기본법에서는 AI자체에 집중하고, 부수적인 사안들은 현행법 상 규정된 관련 법률을 보충·보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같은 날 과방위 소속 김현 의원도 “모든 것을 다 담아내다 보면 기본법 제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일단 기본법부터 제정하고 그 이후 제기되는 문제들은 후속법으로 다듬자는 것이 과방위 입장”이라고 전했다.

오병훈 기자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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