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의 함영주式 '비은행 강화' 전략… 과연 성과낼 수 있을까 [DD인사이트]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새해를 맞아 밝힌 '비은행 강화' 전략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금융만큼의 절실함까지는 아니겠지만 하나금융 역시 비은행 포트폴리오 보강에 대한 내부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다만 하나금융은 우리금융과 같은 M&A를 통한 물리적 외형 확장 시도보다는 내실을 다지면서 그룹의 체질을 개선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이 올해 내세운 경영 키워드는 '기초체력 강화'다.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꾸준한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선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하나금융의 작년 3분기 당기순이익 중에서 은행 의존도는 86.2%로 집계됐다. 우리금융(94.9%)에 이어 2위에 해당했다.
경쟁사인 신한금융(77.9%), 농협금융(71.5%), KB금융(58%)과 비교하면 은행 의존도가 무려 10%포인트(p) 차이가 날 정도로 높다. 결국 하나금융도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이 휘청이면 지주사의 실적도 당장 타격을 받는 구조인 셈이다.
올해 시장 및 영업 환경은 작년보다 더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금리 인하로 인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들어 고환율 현상이 지속되면서 은행들은 자산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위험가중자산(RWA)인 대출 자산의 몸집을 줄이고 있다.
결국 이러한 수익 포트폴리오의 불안을 해소하려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게 금융권의 진단이다.
다만 방법론에 있어서는 하나금융은 우리금융과는 다른 전략을 취할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즉 보험·증권·카드 등 2금융 M&A(인수합병) 등 외형 확장 전략이 아니라 그룹 내 시너지 확장을 통한 소프트웨어적인 성장을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2025년 신년사에서 "자생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인수합병(M&A)는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조직에 심각한 부담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규모를 키워 비은행 강화를 노리다가 조직의 자산 건전성이 후퇴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또 현실적으로도 현재 국내 비은행 시장에서 하나금융이 눈독을 들일만한 알짜 매물이 씨가 말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령, 롯데손해보험은 2023년 말 기준 3016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시장의 대표적인 우량매물로 꼽힌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3조원이라는 높은 몸값을 매기고 있어 작년 하나금융을 비롯한 금융지주들은 롯데손보 인수에 발을 뺀 바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하나손해보험의 경우 적자 폭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지주 이익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선 M&A가 필요할 순 있으나 당장 시장에는 고평가된 매물밖에 없어 하나금융으로선 무리하게 외형 확장을 추구할 필욘 없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내실 다지기의 일환으로 계열사 간 협업 카드를 우선적으로 꺼내들고 있다.
함 회장은 "흔들리는 기초체력을 갖추기 위해선 본연의 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는 어느 한 게열사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기에 그룹 내부와 외부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하나금융이 단행한 2025년 조직 개편에서 함 회장의 의중을 그대로 살펴볼 수 있다.
하나금융은 기존의 손님가치부문을 시너지 부문으로 재편했다. 소매금융‧자산관리(WM)‧기업투자금융(CIB)‧자본시장 등 각 부문과 계열사 간 협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다만 하나금융이 이같은 조직개편 등 내부 혁신을 통한 비은행 강화 전략이 어느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금융권에서도 신중한 반응이다. 물론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면 향후 하나금융의 성장 전략에 상당한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관련 하나금융 관계자는 "비은행 강화를 위해 M&A 전략 또한 배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주의 기초체력을 갉아먹는 무리한 M&A는 지양하고자 하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엄혹한 경제 상황 속에서 부서, 계열사 간 협업은 필수이며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 투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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