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IT] '고프로13 블랙' 써보니…'구독·키트' 기반 리메이크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이번 출장길에서는 ‘고프로13 블랙’ 모델을 챙겨가기로 했다. 업의 특성상 줌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꼭 들고 다녔다. 여기에 또 하나를 추가한다는 건 그만큼 가방이 무거워지기에 사실은 놓고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또 다시 찾지 않은 곳에서 영상 하나쯤은 남기고 싶었다. 게다가 바랐던 GPS가 추가됐으니, 핑계김에 가져가는 것도 나쁠 것 없지 않을까.
◆'촬영 한계' 뛰어넘기…'고프로 키트' 무대에 오르다
‘고프로13 블랙’을 논하기 전 결론만 말하자면 이전 세대인 ‘고프로12 블랙’의 옆그레이드 버전은 맞다. 여기에 크게 이견을 제기하기 어렵다는게 개인적 판단이다. 물론 차별점도 확실하다. 기본적인 성능만을 바란다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굳이 기기를 교체해야 하나라는 물음이 따르긴 하지만 이 외에 다양한 연출을 고려한다면 교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컨데, 고프로13 블랙은 이전 세대 대비 선택의 폭이 넓다. 여기서 중요한 핵심이 바로 ‘선택’이다.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꺼리’를 던져주는 모델이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는데 물리적인 변화가 따른다.
물론, 내부적으로도 향상된 부분이 눈에 띈다. 슬로모션 향상, 신속한 무선연결, 자연스러운 색감, 풍부한 야간촬영, GPS 도입 등 나름의 업그레이드된 부분이 많기는 하나 앞서 말한 물리적 변화 대비 그렇게 크지 않다. 소확행 수준일뿐, 이같은 변화가 교체의 명분을 제시하기는 약하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세대 또는 ‘고프로11 블랙’ 사용자가 ‘고프로13 블랙’으로 교체해야한다고 한다면, 앞서 언급했던 바로 ‘선택’ 때문일 공산이 크다. 선택의 폭을 늘리는 요인으로는 렌즈 교체, 마그네틱 마운트, 배터리와 방열효과로 구분해볼 수 있다.
‘고프로13 블랙’은 렌즈와 본체 부분의 미세한 이격이 있다. 교체를 위함이다. 이를 통해 총 4가지 렌즈 모듈을 교체 장착할 수 있다. 우선 177도 화각을 지원하는 ‘초광각 렌즈 모듈’이다. 1인칭 촬영에 적합한 모듈이다. 기본 렌즈 대비 4배 더 가까운 초점 거리로 근접 촬영이 가능한 ‘매크로 렌즈 모듈’도 있다. 21:9 화면비율과 렌즈 플레어 효과를 제공하는 ‘애너모픽 렌즈 모듈’과 드라마틱한 모션블러 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ND필터 모듈(4팩)’ 등이 지원된다.
이같은 렌즈 모듈은 고프로가 ‘자동감지’ 기술을 적용해놨다. 렌즈를 장착하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설정을 조정한다. 즉, 기존의 표준과 광각, 화면비에서 벗어나 이를 뛰어넘는 촬영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게임과 비교하자면 ‘확장판’ 또는 ‘파워업키트’와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두 번째 큰 변화는 ‘마운트’ 방식의 변화다. 마그네틱을 도입했다. 기존 액세서리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마그네틱 래치 마운트(Magnetic Latch Mount)’를 통해 호환할 수 있다. 향후 고프로에서 마그네틱 래치 마운트만을 위한 액세서리 출시도 고려할 듯 싶다. 사실 이미 ‘자석식 래치 볼 조인트 마운트’가 출시되기도 했다.
사실상 획기적 변화인데, 활용성(UX)이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핀을 돌리고 끼우고 다시 핀을 돌리는 방식으로 그립과 액세서리 등을 교체했지만 이제부터는 떼서 붙이면 끝이다. 시간 절약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다른 촬영 환경을 조성해줄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즉각 머리에 붙였다 다시 가슴에 붙이고 또 가방끈에 붙였다가 그립에 다시 붙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전 세대를 활용한 사용자들에게는 다소 우울한 지점이기는 하나 배터리 사용량이 1720mAh에서 1900mAh으로 늘어나면서 기존 제품과 호환이 불가능해졌다. 촬영 시간이 소폭 늘어난 점은 반길만하나 어쩔 수 없음이 아쉽다. 고프로는 이번 제품에 맞게 재설계된 배터리 커넥터를 통해 효율성을 개선하고 작동 시간을 늘렸다는 설명이다. 실제 썼을 때는 드라마틱하게 오래간다는 경험이 없긴 했는데, 아무래도 GPS가 추가되면서 조치할 수밖에 없었던 필수불가결한 변화가 아닌가 싶다. 그나마 열 관리 성능은 개선됐다.
◆GPS 도입 환영·신속한 연결성·소폭 촬영 개선
‘고프로13 블랙’과 함께하면서 4종의 렌즈 모듈이라던가, ‘마그네틱 래치 마운트’는 써보지 못했다. 렌즈는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구매 의사가 없고, 다소 험하게 기기를 굴리는 성향상 마그네틱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 스마트폰 자석식 그립도 떨어질까 무서워서 못 쓰는 편이긴 하다 -
집에서 기르는 화초나 채소들의 일기 영상을 촬영한다거나, 기회가 되서 거북이나 열대어 등 이런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다면 매크로 렌즈 모듈이나, 본격적인 여행 영상을 찍어보고자 한다면 애너모픽 렌즈 모듈 구매를 고려해보긴 할텐데, 일상에서도 출장지에서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다. 물론 이 지점에서 ‘고민할 수 있다’라는 것 역시도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긴 하다.
고프로는 그 자체 성능보다는 사용자의 활용 여하에 따라 달라지는 기기다. 어떤 사용자는 원하는 기능이 없거나 업그레이드가 미미해 제품을 폄하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사용자는 기다렸던 기능 추가로 인해 반기기도 한다. 확장성을 최우선적으로 평하기도 하지만 비용 부담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누군가 고프로13 블랙을 교체한 이유를 묻는다면, ‘GPS 재도입’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이전 세대에서 GPS가 빠지면서 아쉬움이 컸다. 여행이나 출장에서 주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사용자로서 촬영지가 기록된다는 건 꽤나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포인트로 신속한 무선연결을 꼽을 수 있다. 고프로13 블랙은 이전 세대보다 업그레이드된 와이파이6를 지원한다. 무선 속도가 약 40% 가량 빨라졌다. 실제 사용 환경에서도 고프로에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넘길 때 느꼈던 답답함이 어느 정도는 해소됐다. 블루투스 역시 5.3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이전 세대 대비 크기나 무게는 유사하다. 무게는 배터리를 제외하고 125g 수준이다. 배터리와 장착핑거를 포함하면 159g으로 한 자릿수 차이로 좀 더 무거운데, 아무래도 늘어난 배터리 영향이 큰 듯 하다.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프로세서는 고프로가 설계한 GP2로 운영된다. 1/1.9인치 CMOS 센서를 갖췄다. 27.6MP 5599x4927 해상도를 구현하는데 전 세대와 동일한 하드웨어 스펙이다. 렌즈 조리개값은 F2.5다. 후면은 2.27인치, 전면은 1.4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아직까지는 LCD 패널을 고수하고 있다.
촬영모드는 소폭 개선이 이뤄졌다. 고속촬영 모드의 경우 4K 120fps 촬영이 가능하다. 노이즈 제거 모드가 추가됐다. ISO 지원은 기존 6400에서 12800까지 약 2배 더 민감해졌다. 슬로우모션 역시 기존 최대 8배인 240fps에서 최대 13배인 720fps까지 더 부드러운 촬영 결과물을 보여준다. HLG HDR 모드가 새롭게 추가됐다. 색 심도가 더 향상되면서 다소 화사했던 색감이 보다 현실감있게 자연스러워졌다. 오디오는 보다 영리해져 사람의 음성을 더 잘 인식할 수 있게 바뀌었다. 다만 흔들림을 잡아주고 보다 안정화된 촬영을 돕는 하이퍼스무스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6.0 버전이 도입됐다.
◆'진정한 키트' 보다는 '진정성 구독' 향한 생태계 구축 기대
고프로는 브랜드 자체를 기기에 한정하기보다는 하나의 생태계로 키울 심산이다. 구독 서비스 시작이 그 근거다. 고프로는 ‘프리미엄’과 ‘프리미엄+’라는 연간 구독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단순하게는 하드웨어만 사면 되는데 구독까지 해야 하다니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듯 싶다.
하지만, 이번 고프로13 블랙을 통해 고프로는 확실한 방향성을 보여줬다.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확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구독이 베이스가 되지 않았다면 시도하지 못할 도전이다.
비유하자면 고프로 구독은 ‘고프로’라는 테마파크에 들어가기 위한 ‘입장료’, 즉 ‘연간회원권’이다. 가격은 일반 회원의 경우 5만5000원, 프리미엄 회원권을 끊으면 14만9000원이다. 첫 관람객에게는 50% 할인된 2만7500원에 모신다.
연간 회원권을 일단 끊기만 하면 테마파크 내 위치한 클라우드 저장소라던가, 퀵 앱 자동 편집 기능 등을 쓸 수 있다. 이 연간회원권에는 따로 놀이기구 탑승가를 할인해주는 쿠폰도 있다. 액세서리 50% 할인권으로 10부가 지원된다. 여기에 히든 찬스가 있는데, 1년에 1대라는 제한이 있기는 하나 고프로 기기를 구매할 때 100달러(한화 약 14만원)를 할인해준다.
극단적 예시를 든다면, 고프로13 블랙의 초광각 렌즈 모듈은 14만9000원, 매크로 렌즈 모듈은 19만9000원이다. 최초 구독자가 고프로13 블랙과 함께 렌즈 모듈을 하나라도 추가해 구입한다면, 연간회원권을 끊었을 때 몇 배의 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테마파크 내에서 이용하고 싶은 어트랙션이 단 하나밖에 없는 관람객에게는 친절하지 않다는데 있다. 고프로의 기본적인 기능만을 요구하는 고객들에게는 비용부담이 상당하다는 것. 고프로13 블랙의 권장소비자가는 59만8000원으로 51만8000원의 고프로12 블랙 대비 약 8만원 가량 비싸다.
경쟁사와는 다른 압도적인 견고한 생태계를 구성하고자 했다면, 어느 정도 진입 장벽을 낮춰 유입율을 크게 올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가령, 고프로13 블랙이 전작과 선을 긋고, 생태계 확장성을 위한다면, 고프로가 스스로 외친 ‘진정한 고프로 키트의 완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프로13 블랙은 전작과 가격이 동일하거나 거의 비슷해야 했다. 그 이후 전작인 고프로12 블랙 가격을 드라마틱하게 내렸어야 했다. 그렇게 한다면, 구독을 통한 생태계에 진입하지 않더라도 고프로12 블랙을 통한 유입 잠재성을 가져가면서, 고프로13 블랙이 추구하는 생태계 접근성이 보다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한다.
즉, 좀 더 고객친화적인 관점에서 ‘진정한 고프로 키트의 완성’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고프로 키트의 완성’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따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퀵 앱은 여전히 활용성이 탁월하다. 아직까지 안정성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기는 하나 초심자에게는 둘도 없는 도우미 역할을 해준다. 자동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클라우드에 자동으로 업로드해 주고 클라우드 백업 이후 SD카드를 포맷해주는 자동 클리어 옵션을 발동시킬 수 있다. 클라우드 기반 편집이 가능하며, 고프로의 오리지널 음악 및 자동 편집 기능등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내 편집본’은 클라우드뿐만 아니라 앱이나 휴대폰에 저장된 콘텐츠를 자유롭게 선택하기만 하면 퀵 앱이 알아서 영상을 제작해준다. 이렇게 초기 영상이 제작되면 타임라인이나 테마, 음악, 길이, 형식 등을 조절해서 업로드하는데 필요한 영상 플랫폼에 맞춰 편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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