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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가 AI 요금제 의외로 잘 팔려... "에이전틱 서치니까" [real! AI pro]

이건한 기자

AI 대전환의 시대, 쏟아지는 이슈와 키워드 중 '꼭 알아야 할 것'과 '알아두면 좋은' 것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real! AI Pro]는 이 고민을 현업 전문가들이 직접 선정한 주제와 인사이트를 담아 명쾌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오픈AI는 최근 200달러에 달하는 '챗GPT' 프로 요금제를 내놨습니다. 기존 플러스 요금제(20달러)보다 10배나 비쌌죠. 대신 오픈AI 서비스 무제한 사용이나, o1-pro 같은 고급 추론 모델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됐는데요. 출시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는 "과연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가?"란 비판적 시각도 따랐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꽤 잘 팔리는 겁니다. 외신에 따르면 샘 알트먼 오픈AI CEO는 "프로 요금제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너무 많이 써서, 오히려 오픈AI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요. 이는 당초 "오픈AI가 초고가 요금제 출시를 통해 투자금 회수와 수익화를 시작하게 됐다"는 예측마저 빗나가게 된 것입니다.

이런 시장 분위기 가운데, 고가형 AI 요금제는 오픈AI 외에도 다양한 경쟁자들이 잇따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품이 시장에서 수용되는 이유로는 '또 하나의 SaaS' 시대가 열렸다는 관점에서의 해석도 따릅니다.

기존의 SaaS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의 약자였다면, 새로운 SaaS를 AI 에이전트 기반의 '소프트웨어형 서비스(Service as a Software, SaaS)'로 정의되는데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이미 오픈AI의 사례를 포함한 검색 시장에서 기존 AI 검색보다 진보한 '에이전틱 서치(Agentic Search)'를 요구하는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 가능하다고 합니다.

특히 새로운 SaaS, 에이전틱 서치 개념은 그동안 국내 미디어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키워드라 더욱 흥미로운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인사이트를 글로벌 AI 검색기업 라이너의 허훈 테크리드에게 들어보겠습니다.

[ⓒ 디지털데일리]
[ⓒ 디지털데일리]

■ 사람은 AI에게 '더' 맡기고 싶어 한다

안녕하세요, 허훈입니다. 새로운 SaaS, 에이전틱 서치과 관련해 최근 라이너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바로 '다중검색(Multiple Search)'을 시도하는 사용자의 증가인데요. 다중검색이란 1회 검색에 하나의 목표가 아닌, 여러 목표가 연계된 질의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A 도시의 B 산업이 발달한 역사를 알려줘" 같은 질문은 흔한 단일검색(Single Search) 구조에 해당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AI 검색은 이런 요구를 곧잘 수행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다음과 같이 확장된 다중검색 질의를 시도하는 사용자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A, B, C 도시에서 D, E, F 등의 특성 산업이 발달한 역사를 알려줘. 그리고 A 도시의 산업 기반이 마련되고,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가 생긴 시기를 연도별로 비교해줘"

검색문 하나에 꽤 복잡한 요구사항이 포함돼 있죠? 라이너에서는 이런 사용 패턴의 변화를 두고 'AI 검색 사용자는 이제 단순 정보 획득에서 나아가 정보를 탐색하는 이유, 즉 전체 워크플로우를 AI에게 위임하려는 의도를 갖기 시작했다'고 해석합니다. 쉽게 말하면 AI 검색의 편의를 맛본 사용자들은 자연히 AI가 더 복잡한 문제도 해결해 줄 것이란 기대에 더 복잡한 명령을 시도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라이너 AI 검색에 예시 검색문과 유사한 질문을 입력해본 모습
라이너 AI 검색에 예시 검색문과 유사한 질문을 입력해본 모습

사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럽습니다. 직장 업무에도 비유할 수 있습니다. 보통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어떤 프로젝트 관련 지시를 내릴 때 전체 업무를 하나씩 쪼개서 명령하진 않습니다. 편의상 프로젝트 의도와 목적을 설명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오란 지시를 한 번에 내리죠. 이때 대부분의 사람은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업무 절차를 스스로 설정하고 실행할 수 있습니다.

■ 언제까지 날씨만 물어보시겠습니까?

이 관점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AI 비서' 또한 진짜 비서의 역할을 하려면 사람처럼 다단계의 질문과 명령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언제까지 AI에게 "오늘 날씨 어때?"만 묻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결국 에이전틱 서치란, 바로 이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목표 및 의도 분석이 필요한 질문을 사람처럼 능동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AI 검색의 기술·역할 측면의 단계를 말합니다.

특히 에이전틱 서치에 대한 수요는 저희 라이너처럼 대학생,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문 AI 검색 서비스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입니다. 그들이 연구 및 정보처리, 이론 검증 등에 활용하는 명령문은 대체로 복잡한 다중질문 형태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오픈AI가 200달러 요금제에 포함한 o1-pro나 곧 출시될 o3 같은 고급 추론형 AI 모델들의 주요 고객도 대부분 AI 전문 연구자 및 기업들로 설정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픈AI는 챗GPT 프로 요금제 출시 당시 공식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오픈AI는 챗GPT 프로 요금제 출시 당시 공식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AI가 발전함에 따라 점점 더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할 것입니다…(중략) 챗GPT 프로는 연구급 지능을 매일 사용하는 연구자, 엔지니어 및 기타 개인이 생산성을 높이고 AI 분야의 최첨단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 오픈AI 홈페이지 갈무리)

■ 신개념 SaaS... '소프트웨어형 서비스'가 온다

다만 에이전틱 서치는 엄밀히 말해 기술 진화의 예정된 단면일 뿐입니다. 동시에 중요한 건 에이전틱 서치형 AI 서비스에서 확인되는 사용자들의 높은 수요를 바탕으로, 신개념 SaaS 비즈니스 또한 새롭게 태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존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형 서비스' 비즈니스로 정의됩니다. (편의상 이번 글에서는 전통적 SaaS를 'SaaS-1', 후자를 'SaaS-2'로 표현하겠습니다.)

'SaaS-2'는 해외에서 이미 주목받던 키워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미국의 벤처캐피탈(VC)인 파운데이션캐피탈이 2024년 4월 발간한 보고서(AI leads a service-as-software paradigm shift)에도 SaaS-2가 언급되는데요. 해당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프트웨어형 서비스의 시대가 온다. 서비스 시장은 소프트웨어 시장보다 크고, 이제는 서비스를 인간이 아닌 서비스가 제공하는 구독형 비즈니스가 주목받고 있다. 세일즈포스와 같은 기업 서비스 제공기업의 연매출은 350억달러지만, AI가 이 시장에서 차지할 기회는 4.6조달러(약 6710조원)로 훨씬 크다. 이는 전세계의 급여(영업, 마케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보안, HR 등 약 2.3조 달러) 아웃소싱 서비스 및 급여(IT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서비스 약 2.3조달러)를 포함하고 있다."

결국 SaaS-2는 우리가 같은 인간에게 서비스 형태로 제공받던 각종 편의를 에이전트화 된 AI가 구독 서비스 형태로 제공해 줄 수 있는 환경을 말합니다. 이 관점에서 AI 고급검색 사용자들이 이미 월요금 200달러 이상의 서비스에 지갑을 여는 이유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200달러만 내면 그 10배 이상의 월급을 주고, 업무 시간도 제한적인 인간 어시스턴트보다 효과적으로 연구 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 DALL·E AI 생성 이미지)
(ⓒ DALL·E AI 생성 이미지)

■ 하나의 AI 에이전트 = 하나의 구독 서비스

또한 이 변화는 올해 AI 검색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입니다. 특히 2025년은 이미 많은 전문가가 'AI 에이전트의 해'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사실 각각의 AI 에이전트가 하나의 '서비스'를 대신할 것이므로 이 산업의 성장은 곧 SaaS-2 비즈니스 성장과도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서비스 시장은 앞서 파운데이션캐피탈의 보고서처럼 수천조원 규모에 달하며, 이 영역에서 소프트웨어 형태의 구독 비즈니스가 활성화된다면 AI 산업 전체의 비즈니스 규모도 그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웰메이드 에이전틱 서치, 필요한 기술은?

한편, 에이전틱 서치와 SaaS-2의 시대가 예견된다고 하여, 모든 기업이 그 과실을 먹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우선 에이전틱 서치의 완전한 구현만 하더라도 기술적 장벽이 높은 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복잡한 업무지시가 한 번에 떨어져도 합리적인 업무수행 절차를 스스로, 논리적으로 정리해 단계별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반면 AI는 문제를 단계별로 쪼개는 일부터,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출처를 정하고, 무슨 일부터 처리할지, 무엇이 사용자 요구에 부합하는 최선의 결과물인지 결정하는 일 모두가 사람만큼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요즘 추론형 AI 모델에서 '생각의 사슬(CoT)'라 불리는 기술이 주어진 문제를 쪼개서 단계별로 해결해 나가는 방법으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저희 라이너가 일찍이 확보한 '디컴포지션(Decomposition)' 기반의 다중검색 대응 기술도 향후 에이전틱 서치 검색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디컴포지션은 AI가 복잡한 문제를 더 작은 하위 문제로 나눈 뒤 개별적으로 해결 후 종합된 최종 결과물을 만드는 기법입니다. 앞서 설명한 에이전틱 서치의 요구사항과 잘 맞는 형태죠?

이밖에 '리플렉티브(Reflective)' 기법도 있습니다. 이는 문제가 주어지면 우선 전체적으로 풀어보고, 해결될 경우 즉각 프로세스를 중단하고 실패할 경우 피드백 기반으로 접근법을 수정해 풀릴 때까지 반복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방법입니다. 경우에 따라 디컴포지션보다 효과적일 수 있는데, 잘못하면 무한루프(끝없는 연산 반복)에 빠져 큰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디컴포지션 방식과 리플렉티브 방식의 차이점)
(디컴포지션 방식과 리플렉티브 방식의 차이점)

하지만 디컴포지션 역시 문제를 푸는 첫 단추가 잘못될 경우 연산 비용만 무의미하게 낭비되므로, 궁극적으론 스스로 접근법의 평가와 수정이 가능한 리플렉스 방식과 서로 상호보완하여 최적의 결과와 비용효율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또한 두 방식이 결합된 결과물을 최종 사용자 경험(UX) 측면에서 얼마나 편리하고 직관적으로 만들어내는지가 향후 AI 업계의 에이전틱 서치 서비스 경쟁의 중요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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