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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테크-트럼프 ‘전략적 밀월’...실리콘밸리 새 권력 축으로

이안나 기자
2025년 1월 20일 월요일 워싱턴에서 열린 실내 대통령 취임식 퍼레이드 행사에서 윌 샤프(왼쪽부터)와 JD 밴스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2025년 1월 20일 월요일 워싱턴에서 열린 실내 대통령 취임식 퍼레이드 행사에서 윌 샤프(왼쪽부터)와 JD 밴스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전략적 밀월에 나섰다. 취임 직후 ‘미국을 위한 황금시대’를 선언한 트럼프와 빅테크 기업들의 급격한 관계 개선이 IT산업 전반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가운데, 틱톡 퇴출설부터 암호화폐 규제까지 첨예했던 갈등 현안들이 급속도로 해빙 분위기로 돌아섰다.

21일(현지시간) 진행된 트럼프 취임식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주요 빅테크 기업 수장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단순 참석을 넘어 거액의 취임 기금을 기부하며 적극적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주목할 점은 빅테크 기업 수장들이 트럼프 취임식장에서 최전열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최전열 자리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포진했다. AP통신은 “대통령과 가까운 좌석은 보통 대통령 가족, 전직 대통령 및 기타 귀빈을 위해 예약된다”며 “일부 자리를 IT CEO들에 배정한 건 자신을 ‘노동자 계급 옹호자’로 내세운 대통령으로서는 전통과 다른 변화”라고 해석했다.

특히 메타와 아마존 태세 전환이 극적이다. 마크 주커버그 메타 CEO는 2021년 의회 폭동 이후 트럼프 대통령 페이스북 계정을 정지시켰고, 트럼프 대통령은 “저커버그를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최악의 관계로 치달았던 메타는 이제 팩트체크 프로그램 폐지와 DEI 정책 종료를 선언하며 트럼프 노선에 맞춰가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이후 주커버그 CEO는 트럼프를 지지했고, 대선 승리 직후 둘이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메타 새로운 글로벌 정책팀장으론 트럼프에 우포적인 공화당원 조엘 카플란을 영입했고, 트럼프 측근이자 UFC CEO인 데이나 화이트도 메타 이사회에 임명됐다.

아마존 제프 베조스 CEO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방부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놓고 트럼프와 격한 갈등을 빚었던 그는 지난해 12월 “트럼프 규제 완화 정책을 적극 돕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베조스 역시 작년 트럼프와 식사하는 모습이 목격됐으며,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과 함께 트럼프 펀드에 100만달러(약 14억원)을 기부했다.

아마존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반독점 소송 등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 많은 문제가 걸려 있다. 베조스 CEO의 우호적 모습은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스페이스X와 경쟁 중인 블루 오리진의 정부 계약을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와는 3시간 넘게 회동하며 HIV, 소아마비, 백신 혁신 등 글로벌 보건 의제까지 논의했다.

왼쪽부터 프리실라 챈,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 로렌 산체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엘론 머스크가 2025년 1월 20일 워싱턴 미 국회의사당 로툰다에서 열린 제6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AP]
왼쪽부터 프리실라 챈,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 로렌 산체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엘론 머스크가 2025년 1월 20일 워싱턴 미 국회의사당 로툰다에서 열린 제6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AP]

트럼프 행정부 정책 기조도 빅테크에 우호적이다.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과 손잡고 5000억달러 규모(약 715조원) AI 인프라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설립을 발표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4년간 1000억달러(약 143조원)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 설립에 대해 “이 인프라는 AI 분야에서 미국 리더십을 확보하고, 수십만 개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며 전 세계에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며 “Arm, MS, 엔비디아, 오라클, 오픈AI는 핵심 초기 기술 파트너로, 현재 텍사스에서 시작해 구축이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빅테크 기업의 우호적 관계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빅테크 입지 변화도 예상된다. 유럽연합(EU)에서 미국 빅테그 규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저커버그 CEO는 트럼프 개입을 직접 요청했다. 메타·구글·아마존 등이 직면한 반독점 소송과 규제 압박을 돌파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암호화폐 시장은 이미 트럼프 효과를 누리는 중이다. 비트코인이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를 돌파하면서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행보가 주목된다. 기업 비트코인 도입 선구자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1만1000BTC를 추가 매입하는 전략적 행보를 보였다.

회사 비트코인 총 보유량은 46만1000개에 달하며, 전체 투자규모는 293억달러(약 42조원) 규모다. 마이클 세일러 CEO는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고 보호 수단”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친 암호화폐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진행하는 AI 안전 규제 철폐와 반독점 정책 완화는 빅테크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테크 산업을 ‘보호해야 할 중요한 국가 자산’으로 규정하고,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규제 장벽을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와 빅테크 기업들 밀월이 글로벌 테크 업계 관심이 될 전망이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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