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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캐즘 직격탄' 맞은 LG엔솔, 기존 라인 활용 높인다…"장기 성장 준비"

고성현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오창사업장.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사업장. [ⓒ LG에너지솔루션]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전기차 캐즘과 연말 재고조정 여파로 적자를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운영 효율화 전략을 가동한다. 이를 위해 신규 투자를 최소화해 공장 고정비와 감가상각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한편, 고전압 미드니켈·리튬인산철(LFP) 등 신규 케미스트리를 기반으로 한 신제품을 기존 양산 라인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4일 실적발표 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4512억원, 영업손실 2255억원의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4%, 전분기 대비 6.2% 각각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전분기 대비 각각 적자전환했다. 4분기 영업이익에 반영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 공제 금액은 3773억원으로, 이를 제외한 4분기 영업손실은 6028억원이다.

전기차 수요 정체기가 지속된 가운데 연말 고객사의 재고조정에 따라 전기차 판매 물량이 감소했고, 일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주 프로젝트가 이연되면서 매출이 줄었다. 여기에 신규 공장 램프업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와 북미 프로젝트 감소에 따른 수익성 믹스 악화, 일부 원재료와 완제품의 불용 재고 폐기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적자 폭이 커진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에도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 합작법인(JV) 2기, 인도네시아 현대차 JV, 캐나다 스텔란티스 JV 등에서의 셀·모듈 생산을 성공적으로 시작한 바 있다. 아울러 전기차 사업에서 파우치형 리튬인산철(LFP) 셀투팩(CTP), 고전압 미드니켈, 원통형 46시리즈 배터리 등 신규 제품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향후 성장성을 확보했다. 이밖에 건식전극 파일럿 라인 준비, 고품질 IRA 적격 광물 확보 등에도 나선 상황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025년은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과 지정학적 정책적 불확실성 커 배터리 수요를 내다보기가 어느때보다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외부 전문기관과 고객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배터리 시장은 용량 기준 전년 대비 20% 중후반 성장이 예상되며, 미국 중심 보호무역 기조 심화로 당사와 같이 선도적으로 개척한 업체들은 선진입 효과가 뚜렷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다만 "전기차 구매 보조금(IRA 30D)에 대한 정책에 변화가 생길 경우 소비자가 체감하는 전기차 가격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어 이에 따른 하방리스크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SS 시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예상했다. 주요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 기조 강화로 권역별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수요가 확대되고 있고, AI 기술 고도화로 데이터센터 확산이 가속화되어 ESS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2026년부터 미국이 중국산 ESS 배터리에 대한 수입 관세를 상향 조정할 예정이어서 북미 현지 수요가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부사장은 "2026년부터 미국이 중국산 ESS 수입 관세를 10.9%에서 28.4% 상향 조정해 현지 생산 거점 기반 배터리 공급 기조가 커질 것"이라며 "길게 보면 전기차나 ESS 모두 장기적 안정적 성장해나갈 것으로 믿어의심치 않는다. 녹록지 않은 올해를 전환점의 한해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얼티엄셀즈 3공장 전경 [ⓒ얼티엄셀즈]
얼티엄셀즈 3공장 전경 [ⓒ얼티엄셀즈]

이를 위한 전략으로 현재 보유한 생산능력 가동의 최대화를 꼽았다. 신규 투자를 집행할 경우 원가에 대한 부담이 상승하는 만큼, 이를 최소화하고 기존 유휴 라인을 수요가 있는 응용처로 전환해 효율적인 배터리 공급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이 부사장은 "원가에는 재료비 중심 변동비와 투자에서 발생되는 감가상각 중심 고정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선제적으로 이를 대응하고 민첩하게 움직여야만 원가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핵심 투자가 일어나는 북미에서의 기존 라인 전환에 대해 집중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초 ESS 생산라인을 애리조나에 증설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기존 기지의 유휴 라인에서 우선 생산하는 방향으로 전환했고, 북미 현지 ESS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자 LFP 현지 생산 계획을 올해 상반기로 앞당겼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기존 북미 LFP ESS 생산 계획은 내년부터였으나, 이를 앞당기고 가동률이 떨어진 라인 활용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 이 부사장은 "신규 증설보다 이미 구축된 기지를 분리, 활용하는 것이 경제성 차원에서 적절할 것으로 판단해 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 3공장을 매입해 활용하는 안을 여러 방편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른 라인도 투자 효율화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과잉 투자를 방지하고, 안정적인 가동률을 확보해나가는 동시에 자산을 건전화하겠다는 목표로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는 한편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진 폴란드 브로츠와프 법인 등에서 수요가 있는 타 응용처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규 케미스트리 제품 생산을 위해 이를 적극 활용해 떨어진 가동률을 높이고 고정비를 축소하겠다는 의도다. 이같은 전략에 따라 올해 설비투자(CAPEX) 금액은 전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CAPEX 규모를 전년 대비 20~30%, 금액으로는 약 3조원을 유의미하게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경환 경영전략담당 상무는 "당사의 기본적인 제품 개발 방향은 케미스트리 기술을 바탕으로 해 고객 니즈에 맞게 폼팩터별 라인업을 확장해가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정 상무는 "프리미엄에서는 하이니켈 파우치와 원통형 46시리즈를 기반으로 EV스타트업부터 레거시까지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스탠다드와 어포더블 제품에서는 고전압 미드니켈과 LFP 배터리를 고객에 맞는 최적의 폼팩터로 대응하겠다. 아울러 실리콘 음극재와 같은 차세대 소재 개발과 건식 공정 등 기술 혁신도 진행해 차별화된 강점을 지속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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