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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백과] 양자역학 100주년…'퀀텀 유틸리티' 어디까지 왔나

김보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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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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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올해는 양자역학이 탄생한 지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는 고전 컴퓨터 성능을 초월해, 정보 처리와 문제 해결 영역에서 판도를 뒤집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빅테크 기업의 관심도 뜨겁다. IBM,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주요 기업들은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에 뛰어들며 올해 새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트라 아지지라드 MS 전략 임무 및 기술부문 대표는 이달 블로그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양자컴퓨팅 시대의 문턱에 와 있다"며 "양자컴퓨터가 의미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사업(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 속 떠오른 키워드는 '퀀텀 유틸리티'다. 양자 유용성을 뜻하는 이 말은, 양자컴퓨터가 고전 컴퓨터를 능가할 수 있는 과학적 도구로서 활용이 되는 수준에 도달한 단계를 의미한다. 양자 유용성이 입증되면, 양자 시스템 시뮬레이션 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자 유용성은 학계에서 이야기하는 '양자 이점'과는 개념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양자 이점은, 양자 기술이 고전적 기술보다 연산 속도 등에 우수한 역량을 보인다는 점을 입증할 때 쓰는 말이다.

이 키워드를 앞세워 기술 개발에 뛰어든 대표 기업은 IBM이다. IBM은 2023년 6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UC버클리와 함께한 연구 결과를 공개하며, 양자컴퓨팅에 대한 개념만 정의하던 시대를 지나 유용성을 논할 때에 진입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연구는 큐비트(qubit) 프로세서를 활용한 실험을 통해, 무차별 대입을 하는 고전적 컴퓨팅을 넘어 정확한 기댓값을 측정해내는 양자컴퓨팅 유용성을 입증하는데 집중했다. 표창희 한국IBM 및 아태지역 퀀텀 엔터프라이즈 영업 총괄은 지난 21일 미디어 기술 세션에서 "실제 UC버클리에 있는 슈퍼컴퓨터와 연세대학교에 설치된 이글 프로세서와 동일한 범용 문제를 풀었다"며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가 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양자컴퓨터도 어느 정도 유용한 단계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퀀텀 유틸리티가 과학 연구는 물론 응용 단계에 도달한다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양자컴퓨팅에 대한 활용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진 분야는 기후 예측이다. 아울러 신약 개발 및 화학 시뮬레이션, 공급망 관리에도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양자컴퓨팅 시대가 도래하면 현 암호화 체계가 무너져, 양자내성암호(PQC)를 비롯한 신 시장 또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점에 대해서는 시각이 갈리는 분위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7일(현지시간) "양자컴퓨터 초기 제품은 15년 뒤, 유용한 수준의 제품은 30년 뒤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기술 개발이 한창이지만, 실제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취지였다. 업계 안팎에서는 인공지능(AI)과 양자 기술이 기술적 측면에서 대립되고 있는 만큼, 이번 발언 또한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양자 기술 개발에 뛰어든 글로벌 기업들도 상용화 시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갈리지만, 지금부터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대를 표하고 있다. 특히 '오류 수정' 과제가 해결된다면 상용화 시점 또한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환각현상(할루시네이션)이 최대 과제인 것처럼, 양자 또한 상용화까지 해결할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양자 오류 수정 기술을 확보한다면 실질적인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12월 큐비트 수를 늘리면서도 오류율을 낮춘 기술을 구현한 양자 칩 '윌로우'를 발표했다. IBM은 오류 수정이 가능한 양자컴퓨터를 준비하며 출시 시점으로 2029년을 꼽았다. 양자컴퓨팅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또한 현재 컴퓨터는 시제품 수준이라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지만, 오류 정정이 가능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입증한 연구 결과가 없는 만큼 현재까지의 진전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평하고 있다.

김보민 기자
kimbm@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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