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트렌D] "책도 스타일이다"…독서도 패션처럼 즐기는 '텍스트힙'

최규리 기자
마플샵에서 판매 중인 텍스트힙 관련 티셔츠. [ⓒ 마플코퍼레이션]
마플샵에서 판매 중인 텍스트힙 관련 티셔츠. [ⓒ 마플코퍼레이션]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텍스트힙(Text-Hip)' 현상이 지속되면서 독서 문화가 새롭게 재정의 되고 있습니다. '독서가 멋지다'는 뜻의 이 신조어는 책을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실제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10대와 20대의 도서 구매량이 전년 대비 18% 증가했으며, 특히 한국 시(詩) 구매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5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이들은 베스트셀러를 따라가기보다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한 책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의 양아정 연구교수는 "텍스트힙 현상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아날로그 매체인 책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문화적 실천"이라며 "책이 단순한 지식 매체가 아닌 취향과 정체성의 표현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파티: 롱런하는 마케터의 영감 훈련법'. [ⓒ 롯데호텔앤리조트]
'북파티: 롱런하는 마케터의 영감 훈련법'. [ⓒ 롯데호텔앤리조트]

이러한 텍스트힙 열풍은 색다른 독서 경험을 원하는 수요로 이어지며 호텔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L7 강남 바이 롯데에서는 오는 21일, 서은아 작가와 함께하는 '북파티: 롱런하는 마케터의 영감 훈련법'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북파티 입장권이 포함된 객실 패키지를 선보이며 '스테이케이션'과 독서를 결합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합니다. 객실 1박, 북파티 입장권 2매, 도서 2권으로 구성된 패키지는 독서를 하나의 문화적 소비 형태로 정착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L7 강남 바이 롯데 관계자는 "책 읽는 문화가 다시 힙해지고 있는 '텍스트힙' 트렌드에 맞춘 프로모션"이라며 "30, 40대 직장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영감을 제공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힙독클럽 포스터. [ⓒ 서울시]
힙독클럽 포스터. [ⓒ 서울시]

공공 부문에서도 텍스트힙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의 공공 독서모임 '힙독클럽'을 운영하며, 기존 독서모임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합니다.

힙독클럽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독서 커뮤니티로, 회원들은 온라인에서 독서 진도와 필사 활동을 공유하며 실적에 따라 마일리지와 등급을 부여받습니다. 또한, 전국 명소에서 독서를 즐기는 '노마드 리딩',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모이는 '리딩 몹' 등 다양한 독서 경험을 제공합니다. 선착순 1만명까지 무료 가입이 가능해 접근성이 높은 점도 특징입니다.

성수동 찰나의서점 팝업스토어에 전시된 한강 작가의 작품. [ⓒ 마플코퍼레이션]
성수동 찰나의서점 팝업스토어에 전시된 한강 작가의 작품. [ⓒ 마플코퍼레이션]

텍스트힙 트렌드는 크리에이터 커머스 플랫폼 '마플샵'을 통해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마플샵과 문학과지성사가 성수동에서 진행한 '찰나의 서점' 팝업스토어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맞물려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곳에서는 한강 작가의 희귀 도서뿐만 아니라,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굿즈(책갈피, 노트, 파우치 등)도 선보이며 독서를 일상의 일부로 경험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텍스트힙 현상의 또 다른 특징은 '책 꾸미기' 문화와 독서 관련 패션 아이템의 증가입니다. 책 표지를 스티커나 다양한 도구로 꾸미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출판사들은 특별 에디션을 출시해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플샵에서는 'NO BOOK NO FUTURE'와 같은 문구가 담긴 티셔츠 등 다양한 독서 관련 의류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이해랑 연구교수는 "MZ세대에게 커스텀 티셔츠는 단순한 옷이 아니라 자기표현의 수단"이라며 "좋아하는 작가나 책 구절을 활용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옷을 만드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정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성수동 찰나의서점 팝업스토어에 전시된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는 방문객. [ⓒ 마플코퍼레이션]
성수동 찰나의서점 팝업스토어에 전시된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는 방문객. [ⓒ 마플코퍼레이션]

텍스트힙 현상은 독서가 더 이상 개인적인 행위가 아닌 공유와 소통, 경험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SNS에서 인상 깊은 책 구절이나 독서 기록을 공유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확립되었으며, 이는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이 다시 주목받는 '역주행' 현상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양아정 연구교수는 "텍스트힙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독서 문화의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준다"라며 "소유와 과시가 아닌 경험과 공유를 중시하는 MZ세대의 가치관이 독서 문화에도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대 이해랑 연구교수는 "호텔의 북파티부터 공공 독서모임, 팝업스토어, 패션 아이템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는 텍스트힙 현상은 책과 독서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강력한 문화적 상징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독서는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문화 소비와 자기표현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텍스트힙 현상은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며 독서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규리 기자
gggy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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