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韓 진출 예고한 앤트로픽..."한국의 클로드 비즈니스 사례 인상깊어"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올해는 앤트로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투자가 본격화되는 원년이 될 것이며, 저희는 한국에 지사(Office)를 세울 계획입니다. 또한 지난 며칠간 서울에서 진행된 여러 미팅 중 느낀 에너지는 정말 손에 잡힐 정도였는데, 조만간 다시 한국에 돌아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픈AI의 최대 라이벌 기업으로 꼽히는 앤트로픽(Anthropic)이 19일 한국에서 개최한 첫 행사, '코리아 빌더 서밋(Korea Builder Summit)'에서 케이트 잰슨 앤트로픽 매출 책임자가 전한 인사말이다. 이날 잠실 시그니엘 서울에서 국내 AI 스타트업 콕스웨이브와 공동 주최한 이 행사에는 국내 주요 기업 대표(CEO), 최고기술책임자(CTO), AI 개발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앤트로픽의 주요 기술 및 비전이 4시간에 걸쳐 소개됐다.
앤트로픽은 AI 에이전트에 '진심'... "이제는 포켓몬도 플레이해"
이날 행사 전반의 핵심 키워드는 최근 AI 산업의 공통 화두인 'AI 에이전트'였다. 단순히 말 잘하고, 이미지 생성을 잘하는 수준의 기존 LLM(대형언어모델)은 이미 상향 평준화 단계에 이르러 있다. 올해는 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실제 인간의 일상과 업무 지시를 복합적으로 이해하며 직접 행동한 결과물까지 제시하는 '진짜 AI 비서'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AI 에이전트 경쟁에서 비교적 앞서 있다는 평을 받는 앤트로픽도 코리아 빌더 서밋 행사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기술 역량을 강조했다.
제이슨 킴 앤트로픽 테크니컬 스태프는 "AI 에이전트란 AI 모델이 스스로의 계획과 판단으로 자신의 업무절차(Workflow)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에이전트를 구축하려면 우선 '기획'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의 업무는 대체로 질문과 답이 한 번에 오가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다단계로 진행되기에, AI는 이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처리 방식과 차선책을 스스로 세울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앤트로픽은 최근 공개한 자사의 최신 모델인 '클로드 3.7 소네트'에서 '확장된 사고(Thinking Mode)' 기능을 공개한 바 있다. 이 기능이 활성화되면 클로드는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먼저 질문 의도와 문제 해결법을 다단계로 사고하는 과정을 거쳐 더 정확한 답변을 내놓게 된다. 특히 클로드는 이 과정에서 '스크래치 패드(Scratch Pad)'란 작업 공간을 활용해 추론 과정에서 중간 단계를 기록하고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발전시킨다.
제이슨은 또한 최근 앤트로픽이 '게임하는 AI'를 통해 AI 에이전트 연구 분야에서 많은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된 예시 중에는 닌텐도가 1999년 출시 후 세계적으로 히트한 '포켓몬스터 2세대' 게임을 직접 학습하고 플레이하는 클로드 AI 사례가 눈길을 끌었다. 플레이어가 비정형적인 구조의 마을과 던전을 탐색하고 다양한 포켓몬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해당 게임에서 클로드는 스스로 판단하고, 실수를 보정하며 전투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에 이르러 앤트로픽 개발자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제이슨은 이와 함께 앤트로픽의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odel Context Protocol, MCP)와 프롬프트 캐싱(Prompt Caching) 기술도 강조했다. MCP는 AI가 시스템 외 다양한 외부 데이터 소스에 손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개방형 표준 기술이다. 서로 다른 기기 간 통신을 손쉽게 돕는 일종의 USB 같은 기술이다. 클로드가 다양한 AI 에이전트 소스와 융합하는 과정의 핵심 연결고리가 될 수 있으며 앤트로픽은 지난해 말 이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또한 앤트로픽이 지난해 8월 공개한 프롬프트 캐싱은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질의응답 시 자주 쓰이는 질의 정보를 저장해 활용하는 식으로 비용을 최대 90%, 응답 대기시간을 85%까지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역시 방대한 데이터와 복잡한 연산이 요구될 수 있는 고성능 AI 에이전트 개발 시 서비스 측의 비용부담 절감, 사용자 만족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제이슨은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하며 "최근 MCP가 채택되는 속도를 보면 정말 고무적"이라며 "프롬프트 캐싱도 RAG(검색증강생성) 기술과 함께 활용하는 문맥검색 영역이 기존에 비용 문제로 널리 쓰이지 못했던 한계를 돌파하는 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이날 행사에는 공동주최사인 콕스웨이브를 비롯해 ▲SK텔레콤 ▲라이너 ▲뤼튼테크놀로지스 ▲클레온 ▲링크알파 ▲로앤컴퍼니 등 국내 주요 파트너사 임원들도 참석해 앤트로픽 관계자들과 다양한 주제의 대담을 나눴다. 다음은 이들이 주고받은 주요 일문일답이다.
Q. 앤트로픽 프로덕트팀의 문화는 어떤가? (콕스웨이브 이엽 이사)
A. 마이크 크리거(앤트로픽 CPO, 최고제품책임자) – '상향식(조직변화가 직원에서 시작해 관리자로 올라가는 형태)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실험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수일에 걸친 해커톤 진행, 수많은 아이디어 피칭과 프로젝트 진행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엔지니어-세일즈팀, API 팀과 AI팀, 랩스팀과 연구팀 등 여러 조직에서 긴밀한 소통과 협업의 기회도 만들어지는 점이 좋다.
Q. 한국에 와서 발견한 새로운 기회가 있다면? (이엽)
A. 크리거 – 제품 책임자로서 새로운 국가나 그룹이 우리 모델을 잘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 때 기쁘다. 특히 한국은 새롭다. 미국은 B2B(기업간거래) 스타트업이 굉장히 많은데, 한국은 B2C(기업-소비자거래) 스타트업이 많고 그들도 클로드를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이 매우 인상깊었다. 또 클로드가 한국어를 굉장히 잘 다루기 때문이란 평가를 받았는데, 한편으론 '클로드 하이쿠(Haiku)' 모델의 경우 존댓말이 조금 약하단 피드백도 있었다. 이번에 미국에 돌아가면 꼭 이야기해서 클로드가 한국어를 계속 잘 할 수 있도록 돕겠다.
Q. 클로드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클로드에 대한 오해는? (이엽)
A. 크리거 – 클로드는 사용자 공감과 이해 등 인간적 대화 능력에 강점이 있다. 이를 원하는 이들이 클로드를 좋아하는 편이다. 반대로 유명한 테크기자는 '내 AI에 인격이 없으면 좋겠다'며 클로드의 공감이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내게 말한 적도 있다. 결국 AI와 조금 더 진정한 소통을 원하는 이들이 바로 클로드의 팬이 아닐까?
우리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앤트로픽의 모델이 안전만 중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안전을 중시하지만 균형을 추구한다. 신중함도 중요하지만 AI가 너무 신중한 나머지 사용자에게 불필요한 거절을 많이 한다면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클로드 2.0에서 "리눅스 프로세스를 어떻게 죽이냐(Kill, 종료)"란 질문에 당시 클로드는 "죽일 수 없다"며 답변을 거절했다. 우린 이런 거절을 줄이고자 노력했고 클로드 3.5에서 3.7로 업데이트 할 때도 이런 유형의 거절을 50%나 줄이며 균형 잡힌 안전을 고도화하고 있다.
Q. 서비스에 클로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제이미 노이워스 앤트로픽 스타트업 성장 담당)
A. 강지수 클레온 CTO – 우린 디지털 공간에서 사람다운 AI 휴먼을 만드는 회사다. 이를 위해 현실적인 소통이 중요한데, 이 점에서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은 클로드가 다른 LLM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다른 LLM은 로봇 같단 피드백이 들어온다. 또한 AI 모델 사용료도 중요한데, 클로드는 고품질이면서 비용도 경쟁 모델 대비 훨씬 저렴한 점이 매력이다. (이 대목에서 제이미는 '고품질에 비용 효율적! 이 문구를 꼭 기억해달라'고 외쳐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A. 이동재 뤼튼테크놀로지스 CPO – 뤼튼도 AI 기반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에 클로드의 한국어 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주로 쓰고 있다. 오픈AI의 GPT 4.0 터보가 출시됐을 때도 사용자를 테스트해보니 클로드의 하이쿠 3.0 선호도가 더 높더라. 또한 이 시기 우리도 비용절감이 꼭 필요했던 때라, 클로드가 참 시의적절한 도움이 되었다고 기억한다.
A. 최호준 링크알파 공동대표 – 금융 B2B 영역 서비스를 하는 저희 고객사들은 퍼포먼스를 굉장히 중시하는데, 클로드의 최신 모델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최근 우리 딥리서치에도 클로드를 적용했으며, 오케스트레이션이나 다중언어처리 기능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A. 에릭 데이비스 SKT AI Tech Collaboration 본부장 – LLM이 고객센터의 상담을 얼마나 잘 지원하는지 살펴볼 때, 우리는 궁극적으로 사용자(상담사) 만족도를 본다. 이를 1~5점으로 평가해 제품이 4점 이상 받지 못하면 사용하지 않는다는 기조인데, 이를 위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지속하며 앤트로픽과도 파인튜닝 등을 협업하고 있다.
한편 행사의 포문을 열었던 앤트로픽의 케이트 젠슨은 이날 클로징 멘트를 통해 "우리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자신들이 작은 회사인데 어떻게 앤트로픽과 협력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우린 이미 바다 건너 많은 회사들과도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당부하건대, 우리에게 얼마든지 와서 인사하고 소개도 해달라. 그럼으로써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 우리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정 콕스웨이브 대표도 "오늘 행사 파트너가 왜 오픈AI가 아닌 앤트로픽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우리의 파트너십은 비전이 더욱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앤트로픽은 'AI의 안전과 혁신'이란 비전에서 콕스웨이브와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함께 협력하며 오늘 같은 행사를 개최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의 출발점을 돌아볼 것"이라며 "오늘 배운 지식이 코리아 빌더 서밋의 가장 큰 결과가 아니라, 양사가 앞으로도 대화를 지속할 것이란 사실이 가장 큰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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