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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보험' 둘 다 절실한데 엇갈린 전개… 우리금융, '비은행' 빌드업 가능할까

강기훈 기자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숙원 사업인 비은행 강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현재까지 증권과 보험 부문에서 명암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받아 종합증권사로서 발돋움할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 건은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한 단계 강등된 사실과 맞물려 암초를 만났다. 물론 당국이 보완 조건을 내걸어 승인해 줄 경우의 수 또한 존재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의 따르면, 우리금융이 올해를 비은행 강화의 원년으로 삼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은행 의존도가 높기에 추후 리딩금융 경쟁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선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로 작년 우리금융은 3조8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호실적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순이익 면에서 지주의 은행 의존도가 무려 98.5%에 달한다. 은행이 주저앉으면 지주도 같이 무너지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반해 나머지 금융지주들의 은행 의존도는 KB금융(64%), NH농협금융(73.6%), 신한금융(81.8%), 하나금융(89.8%) 순으로 집계돼 우리금융과 약 10%포인트(p) 이상 격차를 보였다.

이런 와중에 증권 부문은 순풍을 타고 있다. 19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우리투자증권 투자매매업 변경인가가 심의 끝에 최종 통과된 것이다. 작년 8월 정식 출범하기 전, 우리투자증권은 투자매매업을 영위하고자 우선 예비인가를 받은 바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본인가를 받으면서 종합증권사로서의 영위를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자매매업이 증권 영업의 꽃이라 불리는 만큼, 향후 지주 실적에 기여하기 위해선 필수 요소 중 하나라서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위의 본인가 의결로 우리투자증권은 기업금융(IB)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IB와 디지털이 강한 증권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비은행 강화의 또 다른 축인 보험 쪽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18일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 측에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한 단계 내려간 사실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사를 인수하려면 최소 2등급은 받아야 한다.

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는 리스크 관리(40%), 재무상태(30%), 잠재적 충격(30%) 등 3가지 부문으로 분류된다. 이 중 내부통제를 다루는 리스크 관리 부문과 자회사 관리를 다루는 잠재적 충격 부문에서 점수가 하향 조정됐다.

일각에서는 최종 결정권자인 금융위가 결국 조건을 내걸어 동양·ABL생명 M&A를 승인해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21년 전에도 우리금융이 3등급을 받아 LG투자증권 인수에 제동이 걸렸지만 당국이 조건부로 승인해 준 바 있다"며 "이번에도 내부통제 강화 등을 전제 조건으로 금융위가 딜을 마무리 지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비은행 강화 숙원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단기간 내에 비은행 계열사들이 큰 활약을 보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은 이제 막 첫 발을 뗐고 자본금이 대형 증권사 대비 크지 않은 편"이라며 "당장 다른 지주의 증권 계열사처럼 호실적을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험 M&A가 성사되더라도 두 회사를 자회사로 들이는 과정에서 우리금융은 '물리적 결합'뿐만 아니라 '화학적 결합'의 시간도 겪어야 한다"며 "고용승계 문제, 지주와 계열사 간 시너지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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