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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미디어사업, AX로 ‘헤쳐모여’...“눈앞 수익보단 효율화·매출원 확장 최우선”(종합)

오병훈 기자
(오른쪽부터) 신종수 KT 미디어전략본부장, 정근욱 KT스튜디오지니 대표가 16일 기자간담회 ‘KT그룹 미디어토크’에서 KT 미디어사업 전략을 발표 중이다.
(오른쪽부터) 신종수 KT 미디어전략본부장, 정근욱 KT스튜디오지니 대표가 16일 기자간담회 ‘KT그룹 미디어토크’에서 KT 미디어사업 전략을 발표 중이다.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KT가 미디어사업 효율화 및 매출창구 확장 과정에서 인공지능 전환(AX) 전략을 적극 구사한다.

현재 미디어 시장 상황의 위기를 직시하고, 그룹 내부에 한정 짓던 미디어 사업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 범위를 외부 플랫폼 및 협력사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AI를 통해 당장의 수익보다는 콘텐츠 사업 전반의 운영 효율을 높이고, 지적재산권(IP) 확장을 통한 수익창구 발굴 등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은 콘텐츠 투자·제작·유통·플랫폼 등 전방위 과정에 활용된다. 미디어 시청자 대상(B2C) 서비스에서는 물론, 기업 간 거래(B2B) 측면에서도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솔루션 생태계를 구축해 미디어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확장한다.

구체적으로는 ▲지니TV 플랫폼에 AI 에이전트 도입 ▲AI 스튜디오랩을 통한 유통 체계 고도화 ▲광고기반 무료 스트리밍채널(FAST)과 숏폼을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 ▲AI를 통한 지적재산권(IP) 확산 방안 등이다.

KT는 16일 서울 강남구 안다즈 서울 강남 호텔에서 기자간담회 ‘KT그룹 미디어토크’를 개최하고, ‘KT미디어New Way’(이하 KT미디어뉴웨이) 전략을 소개했다.

◆“위기를 기회로…방법은 AI”

KT 미디어사업의 새로운 전략을 발표한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은 먼저, KT가 현재 직면한 미디어 시장 위기 상황에 대해서 진단했다. 앞서 KT는 그룹사 내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콘텐츠 플랫폼 가치사슬을 구축하는데 집중했다. KT스튜디오지니나 KT ENA 등을 통해 제작된 콘텐츠들은 IPTV 플랫폼인 ‘지니TV’로 독점 공급되고, 이것이 경쟁력이자 성장 동력이 됐다.

다만, 계속된 미디어 시장 지형 변화 속에서는 이같은 KT미디어사업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김 부문장 분석이다.

김 부문장은 “유료방송 시장 정체가 지속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 가치사슬이 재편되면서, 장기적으로는 기존 콘텐츠 사업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KT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중심으로 IPTV 선순환 체계를 구축했으나, 고원가 제작 구조에서는 전략을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IPTV 시청 점유율도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KT는 최근 공식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독점 전략 대신 개방형 전략을 채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간 자사 IPTV 플랫폼에서만 제공하던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OTT 플랫폼에도 제공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OTT 플랫폼이 지속 성장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다양한 시청자 층 확보 및 콘텐츠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공급 전략 변화로 풀이된다.

이같은 흐름에 맞춰 KT미디어뉴웨이 전략은 신기술을 동력으로 삼은 ‘오픈 밸류체인’에 방점이 찍혔다. 미디어 사업 전방위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작 유통 운영 효율화를 모색한다. 이어 외부 플랫폼 진출을 비롯해 AI를 적용한 IP 확장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섭렵하겠다는 복안이다.

먼저, IPTV AI 서비스 품질 고도화에 집중한다. 현재 AI 셋톱박스 품질은 이용자의 경험 혁신이 부족하다는 것이 김 부문장 분석이다.

김 부문장은 “현재 480만 AI 셋톱박스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 셋톱박스 품질이 이용자의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반성해야 한다”며 “미디어 서비스에 특화된 대형언어모델(LLM) 도입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으로 미디어 특화 AI 에이전트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MS와 협력을 통해 개발 중인 미디어특화 AI는 ‘한국적 AI’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다. 윤진현 KT 플랫폼기술본부장은 관련해 차별점을 묻는 언론사 기자 질문에 “실제로 AI 에이전트를 써보면, 한국어 답변이 자연스럽지 않거나, 환각(할루시네이션) 등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를 최소화하면서,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KT는 콘텐츠 가치사슬 전반에 AI 기술을 하기 위해서는 최근 KT 미디어 부문과 KT스튜디오지니, KT ENA 등 그룹 역량을 결집한 AX 전문 조직인 ‘AI스튜디오 랩(AI Studio Lab)’을 신설한 바 있다. 이곳은 ▲투자 심사(AI 기반 흥행 예측 보조 심사관) ▲기획(AI 보조작가, AI 스토리보드 등) ▲제작·편집(AI 음악, CG, 편집 등) ▲마케팅·유통(AI 숏폼, 자막, PPL 등)에 이르기까지 콘텐츠 사업 전 과정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종수 KT 미디어전략본부장은 “AI스튜디오 랩은 숏폼과 FAST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일환으로, 투자 기획, 마케팅, 유통 등 전 과정에 AI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됐다”며 “가장 먼저 지난 7일 출시된 ENA 드라마 ‘신병’ 마케팅에 AI 스튜디오랩 숏폼 영상을 제작한 바 있으며, FAST 관련해서는 지니티비 적용 후 글로벌까지 확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IP사업 확장에도 AI가 활용된다. 콘텐츠 제작을 맡은 KT스튜디오지니는 AI를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IP를 사전 선별하고, 확장시키는 핵심 도구로 활용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체계 IP 제작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정근욱 KT스튜디오지니 대표는 “‘스튜디오’의 역할을 단순히 드라마 영화 제작에 국한 짓기보다는 IP를 만들고 확장해 IP 가치를 키워나가는 것이라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며 “소셜 미디어 숏폼 콘텐츠 열풍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을 감안해 ‘넥스트 아이피’ 전략을 구사하려고 한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IP를 오픈하는 방식으로 가치 생태계를 구성하겠다”고 전했다.

이같은 미디어사업 AX전략은 당장의 수익 증대보다는 효율화 및 매출기회 모색에 방점이 찍힌 모습이다. 콘텐츠 제작 유통 과정에 소모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IP 창출 과정에 AI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부문장은 “미디어 AI 에이전트 도입 최우선 목표는 낮은 AI 대화 품질을 높이는 것”이라며 “대형언어모델(LLM)을 적용해 품질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금 단계에서는 수익화 전환을 고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 본부장은 AI스튜디오 랩과 관련해 “AI를 특정 제작공정 요소 수단으로 바라보지 않고, 제작 전 과정에 AI 투입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고민 중”이라며 “숏폼과 같은 콘텐츠에서는 AI로 제작하는 사례를 늘리려고 고민 중이다. 숏폼 AI 제작 성과를 지켜보고, 확장 적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이 16일 기자간담회 ‘KT그룹 미디어토크’에서 발표 중이다. [ⓒKT]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이 16일 기자간담회 ‘KT그룹 미디어토크’에서 발표 중이다. [ⓒKT]

◆KT미디어사업이 넘어야 할 숙제, 저작권 문제’ ‘영화시장 위축’...해답은?

김 부문장이 진단했듯, KT 미디어사업 앞에 놓인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OTT 플랫폼 성장으로 미디어 콘텐츠 경쟁은 심화되고 있으며, 영화 산업은 침체 분위기다. 각종 저작권 문제와 더불어 풀어내야 할 각종 과제도 산적한 상황이다.

앞서 KT미디어사업 경영진들은 지난 몇년 간 ‘미디어 사업 매출 5조원’ 목표를 천명해온 터라 새로 미디어사업 지휘봉을 잡은 경영진의 부담도 한층 커진 상황이다. 관련해 김 부문장은 수치적인 목표보다는 위기탈출을 위한 방향성 재정립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짚었다.

김 부문장은 지난 몇년간 KT미디어사업이 강조해 온 5조원 매출 목표 달성 가능성을 묻는 언론사 기자의 질문에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지금은 5조원이라는 수치에 집중하기보다는 사업 방향 전환에 더욱 힘을 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AI를 콘텐츠 제작 과정에 접목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저작권 문제가 대두됐다. 최근 오픈AI의 이미지생성 모델과 관련해 ‘지브리 풍’ 이미지가 유행한 것과 관련해 원작자인 지브리스튜디오 측에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AI가 생성하는 이미지나 영상 등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KT에서는 자사 IP에 국한된 AI 콘텐츠 제작으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AI가 창작 중심에 서기보다는 작가 옆에서 효율성을 높여주는 ‘보조작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정 대표는 “지금 콘텐츠 시장에서 AI 접목이 늦어지는고 있는 것도 저작권 문제가 핵심”이라며 “KT가 숏폼 분야에서 과감하게 AI를 접목하려는 것도 자체 IP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KT ENA 드라마 ‘신병’ 시리즈의 영화화 계획과 관련해서는 영화 산업 위축 등이 우려 사항으로 지적됐다. 지속적인 영화 관객수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 속, 드라마의 영화화 전략 등의 효용성도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해 정 대표는 시장 침체 관점보다는 콘텐츠 소비 양상 변화에 더 집중했다는 입장이다. 과거 서사 중심 콘텐츠가 사랑 받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극 속 캐릭터 등에 소비자가 열광하고, 이에 몰입해 소비까지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관련해 정 대표는 “신병 드라마 주요 시청 층인 젊은 대중은 캐릭터에 열광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그에 따라 캐릭터 관련 IP를 소비하고 있다”며 “캐릭터를 활용한 새로운 시장 확장 가능성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영화화를 계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KT미디어사업 투자전략 및 그룹 계열사와 관련된 각종 사안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먼저, 최근 티빙과 웨이브 합병 진행 현황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 속, 김 부문장은 합병 시너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김 부문장은 “티빙 대주주인 CJ ENM과 공식적으로 상호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며 “미디어 부문장으로서 견해를 말하자면, 웨이브가 현재 지상파 콘텐츠 독점력이 떨어져 가고 있는 상황인데, 합병을 통해서 추구하고자 하는 성장 방향성이 티빙의 주주가치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KT 입장에서는 티빙에 투자한 것이 단순 재무적 투자가 아니었고, 사업적 시너지를 고려한 전략적인 투자자였기 때문에, 사업적 협력에 대한 가치가 지금은 많이 훼손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KT 위성방송사인 KT스카이라이프와 케이블방송사 KT HCN 간의 합병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부문장은 “미디어 계열사의 구조적인 변화는 상시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기는 하나, 지금 당장 두 자회사 합병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오병훈 기자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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