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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이커머스 소비자 피해...‘전상법’ 재주목 받나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소비자 편의성이 증가했지만 이와 동시에 피해 사례도 함께 늘고 있다. 이달 시작하는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한 플랫폼 사업자 책임론에 대한 촉구가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상법)’ 개정안 논의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를지 주목된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7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최형록 발란 대표, 박경훈 트렌비 대표를 증인으로 확정했다. 명품 플랫폼 업체들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몸집을 키운 사업자들로 손꼽힌다. 머스트잇·트렌비·발란 3사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1조를 넘어선다.

그러나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사 소비자 상담 건수는 5년간 2299건에 달한다. 올해는 8월까지 1241건이 집계돼 전년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소비자들은 주로 ▲청약 철회 거부 ▲과도한 반품비 등으로 문제를 겪었다.

올해 상반기 명품 플랫폼 업계선 가품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여기 더해 발란은 지난 3월과 4월 두차례 걸쳐 개인정보를 유출시켜 과징금 처분을 받았고, 트렌비는 ‘매출액 1위’ 광고로 허위·과장광고를 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경고 처분을 받았다. 다방면으로 소비자권익 침해가 발생하자 발란과 트렌비가 국정감사에 소환된 것이다.

온라인 쇼핑 소비자들에 대한 피해는 비단 명품 플랫폼에 국한되지 않는다. 네이버·쿠팡 등 주요 온라인몰에서도 위조 상품 유통 적발 사례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네이버(스마트스토어)·쿠팡·위메프·11번가 등 8개 종합 쇼핑몰에서 적발된 위조상품은 41만여점에 달한다.
대형 이커머스 업체부터 명품 플랫폼 등 신생 기업들까지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자 국회 일각에선 전상법 개정안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현행 전상법에선 개별 판매자 잘못으로 소비자가 재산상 손해를 입었어도 쇼핑몰들은 책임이 없다. 온라인쇼핑몰이 통신판매중개자로 분류돼, ‘중개’만 해주는 역할에 그치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실에선 국감을 앞두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와 관련한 질문을 검토 중이다. 황운하 의원은 온라인 쇼핑몰 관리 감독 강화를 촉구하는 관련 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보통 소비자는 네이버·쿠팡·발란 등 플랫폼 이름을 보고 물건을 구매하지, 판매자가 누구인지를 보고 사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업체들은 중개를 해준다는 이유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부 입법으로 추진해오던 법안이다. 소비자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물건을 사고 피해를 입었을 때 플랫폼 업체도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골자다. 공정위는 지난해 3월 전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기도 했지만, 결국 개정을 마치지 못했다. 현재는 정부 입법을 통한 전상법 개정안 추진은 사실상 철회한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상법 개정안과 관련한 의원 안들이 발의되면서 상황이 변했다”며 “법안을 심의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는 있겠지만, 법안을 심의하고 통과시키는 건 국회 고유 권한이다. 정부는 국회에서 정하는 대로 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전상법 개정안은 국회 차원에서 논의할 일로 넘어간 셈이다. 공정위는 국회가 여러 의견 수렴 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법을 만들면 그에 따르는 역할을 맡게 됐다. 전상법 관련해선 전부·일부 개정안 포함해 30여건이 발의돼있다.

다만 온라인쇼핑 플랫폼상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상황에서도 국회에서 전상법을 본격적으로 다루게 될 지는 미지수다. 전상법 개정안은 현 정부가 자율규제라는 큰 기조와 대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민생과제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추가했지만, 전상법은 포함되지 않아 논의 과제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도 있다.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이전 정부 때 추진했던 건데 현재는 규제 완화쪽으로 가는 상황이다 보니 법안 심의를 할 때 덜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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