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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규제 진단⑥] “이커머스 경쟁력 상실 우려” 전문가 한 목소리

이나연, 오병훈
구글과 메타, 아마존 등 쟁쟁한 빅테크들이 선전하는 지금, 한국 인터넷 기업들도 몸집을 키우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해외 플랫폼 위협 속에서도 자국 플랫폼들이 중심을 잡고 있는 곳이다. 이에 전세계 빅테크들과 맞설 수 있도록 경쟁력을 입증한 국내 플랫폼을 글로벌 무대로 세우고, 나아가 대한민국 새 먹거리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속 제기돼 왔다. 그러나, 내부의 위협이 더 큰 상황이 도래했다. 정부와 국회가 규제 장벽을 높이면서, 플랫폼을 향한 칼날이 매서워졌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현재 인터넷 플랫폼을 향한 규제 현황을 점검하고, 전문가들 진단을 들어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오병훈 기자] 정부·국회 등 입법기관 규제 칼날이 플랫폼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위축된 소비와 동종 업계간 경쟁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러한 규제 기조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커머스 산업은 코로나 특수로 단기간 급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판매자와 고객을 보호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안전한 이커머스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관련 기업·소비자단체 등은 지난해부터 자율규제 기조 아래 정부와 각종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민간주도 자율규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도 전, 입법기관은 추가적인 규제안을 내놓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제정된 공정거래위원회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이 대표적이다. 엄밀히 보면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 중엔 아직 독과점 위치에 있는 기업이 없다. 시장점유율 1·2위를 다투는 네이버와 쿠팡도 각각 점유율이 10%대에 그친다. 하지만 심사지침 안에 담긴 ▲멀티호밍 제한 ▲자사우대 ▲끼워팔기 등 금지 행위들은 해석에 따라 언제든 이커머스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위협이 된다.

전문가들도 현재 정부가 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 없이 규제를 남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전통유통 기업과 이커머스 기업은 태생적으로 운영 방식이 다름에도 불구, 정부가 과거 전통유통 기업을 규제하는 방식 그대로 이커머스 기업에 적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플랫폼 산업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이커머스 시장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정부 정책 향방을 묻기 위해 전문가를 찾아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에는 ▲김주희 국민대 플랫폼SME연구센터 연구본부장 ▲이동일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장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김주희 본부장은 플랫폼SME연구센터에서 디지털 소상공인 관련 데이터 및 정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동일 교수는 한국유통학회 전자상거래분과 위원장으로 이커머스 플랫폼 관련 정책 토론회 및 세미나에서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장혁 교수는 국내 스타트업 혁신·발전을 위한 연구 진행 및 적극적인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김주희 본부장, 이동일 교수와는 서면대담, 이장혁 교수와는 대면대담 형식으로 진행했다.


Q. 이커머스업계의 최대 위기 요소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김주희 본부장) 시장 변화 속도와 정부 변화 속도의 차이를 위기 요소로 꼽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새로운 시장 규칙과 달라진 소비자에 의해 커머스 중심은 이커머스로 옮겨갔습니다. 하지만, 정부 규제는 과거 파이프라인 전통 유통기업이 지배하던 시장 규칙에 매여 있습니다. 따라서 달라진 소비자들 변화 속도, 그리고 디지털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빠른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시장 속도를 정부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충돌이 최대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동일 교수) 지난해 시작된 소비패턴 변화에 이커머스 업계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2022년 이커머스 업계는 오프라인 소매업계에 비해 전년 대비 성장률이 낮은 상황을 겪었습니다. 이는 이커머스 업계가 급속한 외형 성장에 맞춰 진행한 운영 방식을 급속도로 조정하고, 새로운 경쟁 환경에 적응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성장률이 성숙기에 도달한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필연적으로 내부 경쟁이 격화되고, 이에 따라 운영 효율화를 추구하는 방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중개거래 중심 플랫폼 경쟁에서 거래정보가 갖는 규모의 경제가 실제로 발휘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효과적인 상품 범위 확장과 같은 재활성화 전략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장혁 교수) 이커머스 성장세가 글로벌에서 둔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글로벌 경제가 좋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커머스 성장 여력 역시 상실됐다는 게 위기 요소입니다.

Q. 지난해 ‘카카오 먹통사태’를 계기로 자율규제를 내걸던 현 정부가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것이 업계에 미칠 파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김주희 본부장)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 동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국민대 플랫폼 중소기업(SME) 연구센터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투자 유치에 성공한 1318개 스타트업 중 플랫폼 비중은 42%로 나타났습니다. 미국과 유럽 빅테크 플랫폼 규제를 모티브로 한 플랫폼 규제 방향은 국내 플랫폼 성장 단계에 대해 충분한 고려가 부족합니다. 플랫폼은 특정 산업이 아닌 비즈니스 메커니즘입니다. 따라서 산업별 특성과 성장 상황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규제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이동일 교수) 플랫폼 사업은 중개하는 상품 성격에 따라 매우 상이한 운영 특성을 갖습니다. 그러나 중개 사업자라는 특성에만 주목해 진행되는 현재 규제에 대한 접근 방향은 지속적으로 다양한 플랫폼 관련 사업에 대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규제 방향은 공정거래위원회 관련 부서 설치, 심사지침의 사전 제정,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가칭)과 같은 법률적 제도화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규제가 가지는 사회적 비용은 현재 이커머스 산업을 고착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유리하고, 새로운 서비스 개발과 이를 통한 시장에 대한 진입을 막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이장혁 교수) 일종의 규제가 생기면 단기적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보안 이슈든, 고객 후생이든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투명성이 강화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장점이 됩니다. 투명성이 높아진다는 건 경쟁이 훨씬 공정해진다는 측면이 있어서죠. 다만, 중요한 건 정부의 규제 강화 방법이 ‘정보 투명성 제고’와 ‘공정경쟁 활성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쓸데없는 규제로 기업들에 비효율적인 노력과 기회비용을 강제한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Q.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정치권에서 플랫폼에 대한 규제 법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온라인플랫폼시장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경우, 업계 반발을 산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보다 세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연일 규제 강도가 높아지는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주희 본부장) 단기적으로는 규제법들이 현재 발생하는 부정적인 현상을 막아 줄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플랫폼 기업들이 경쟁력을 상실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특히 지금 제시된 법안들은 실질적인 데이터나 실증적 근거를 통해 형성된 것이 아니라 특정 쟁점을 토대로 이야기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됩니다. 규제를 추진하면 이에 따른 효과를 충분히 검증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아직 그런 작업이 부족합니다.

▲(이동일 교수) 지금 커머스 플랫폼 시장은 독과점 형태가 아닙니다. 오히려 건전하게 조성된 환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요 커머스 플랫폼이 9~12개 정도인 데다 가장 큰 사업자인 네이버 경우에도 시장 점유율이 20%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쿠팡과 지마켓, 옥션까지 다 합쳐도 50%가 안 됩니다. 따라서 플랫폼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판매자들 이야기만 듣고 시장을 잘못 해석해 전체 산업을 옥죄려는 시도는 위험합니다. 잘못된 가이드라인이나 규제가 늘어 규제당국 재량권만 높아지고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이 모호해진다면, 비즈니스 측면에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장혁 교수) 규제 수위가 이렇게까지 높아진 데는 기업들이 일부 자초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동안 이용자나 학계 인사들은 기업에 최근 불거진 논란과 지적에서 벗어나려면 선제적인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꾸준히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기업은 영업 비밀 등을 이유로 이를 꺼리기 십상입니다. 결국 법제화를 통한 규제가 발동하면서 기업들은 더 불편하고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정부의 감시망과 규제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기업이 적극 나서 의혹과 문제 제기를 해명 및 개선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Q. 종합적으로 2023년 이커머스 업계 산업 전망을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김주희 본부장) 올해도 이커머스 시장 지속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 소비자층에서 디지털 네이티브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온라인 물품 구매의 영역이 더 확장될 것입니다. 이커머스 연계 산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결제 시스템 산업이나 물류 테크 시장 기술력 향상은 이커머스 산업이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다만,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와 관련한 리스크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자금조달 어려움과 정체기에 진입한 온라인 침투율이 이커머스 전망을 어둡게 합니다. 따라서 2023년은 이커머스 성장 동력을 시험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이동일 교수) 올해는 이커머스 업계 전체에 있어 지난 20여년간 가지고 있었던 빠른 소매시장 침투율 확장과 고속 성장, 자본시장 자금조달에 의한 시장 내 경쟁전략 등 운영방식에 대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각 기업이 어떻게 내수 시장에서 안정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운영 방식을 혁신해 새로운 변이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장혁 교수) 일차적으로는 과연 쿠팡의 흑자 전환 기조가 이어질 것인지를 주요 관전 요소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커머스 업계 판도가 쿠팡 중심으로 굳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걸 네이버가 가만히 두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쿠팡-네이버 양강 구도, 즉 쿠팡의 흑자 전환 기조와 네이버의 성장 전략이 어떻게 흘러가는지가 이커머스 산업 전체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나연, 오병훈
lny@ddaily.co.kr,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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