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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OTT, 올해 목표는 생존…"협력에 대한 고민 필요"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올해 목표는 ‘생존’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빠르게 성장한 OTT 시장은, 본격적인 앤데믹 전환으로 야외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올해 최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K-콘텐츠의 경쟁력에도 불구, 국내 OTT의 발목을 붙잡는 건 가입자 기반의 수익모델이다. 포화 상태에 이른 시장에서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무의미한 ‘제로섬 게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새로운 수익모델을 마련하는 동시에, 타 업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MAU 증가에도 웃지 못하는 OTT…치솟는 제작비에 '울상'

최근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은 토종 OTT 가운데 처음으로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 500만 명을 넘겼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로 지난해 12월 전월 대비 60만 명 상승한 약 490만 명을, 지난달에는 515만 명을 기록했다.

MAU가 본격 상승세를 탔음에도 불구, 웃긴 어려운 상황이다. 1만원 내외의 구독료만으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탓이다. 최근 해외 유명 작품들의 제작비를 살펴보면 ‘반지의 제왕’의 프리퀄 작품인 ‘힘의 반지(The ring of power)’의 경우 편당 800억이, HBO가 공개한 ‘왕좌의 게임’의 프리퀼 작품 ‘하우스 오브 드래곤’의 경우 편당 280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MAU의 지속적인 증가에도 불구, 티빙은 지난해 연간 매출 2500억원, 영업손실 1190억원을 기록했다. 티빙의 2021년 영업손실액이 762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적자폭은 크게 확대됐다.

다른 토종 OTT들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왓챠가 매각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웨이브 역시 상황이 여유롭지만은 않다. 왓챠와 달리 뒤에 SK텔레콤과 지상파가 버티곤 있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의 투자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아직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손실액 규모도 더욱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기준 웨이브는 558억원, 왓챠는 248억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웨이브의 경우 지난달 MAU가 약 401만 명으로 전월 대비 7만 명 줄어든 상황이다.

◆ 광고형 요금제도 답이 아니라면…협력 구조 꾸려져야

이미 2억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글로벌 OTT 넷플릭스 조차 최근 다양한 수익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광고형 요금제가 대표적이다.

넷플릭스의 광고형 요금제는 콘텐츠에서 광고를 제공하는 대신 구독료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월 구독료는 5500원으로,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제공해왔던 가장 저렴한 요금제(베이직)의 절반 수준이다.

국내 OTT는 광고형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가운데, 시장 반응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광고형 요금제를 통해 유입된 가입자가 이후 고가요금제로 이동할 가능성도 높다는 당초의 낙관적 전망과 달리, 최근 한 소비자리서치 전문 연구기관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요금제에 가입할 의사 자체가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독료로 투자비용을 상쇄하려면 결국 해외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는 “OTT 특성상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 없이는 가입자 확보나 성장이 어렵기 때문에 콘텐츠에 대한 투자비용을 줄이기는 힘들 것”이라며 “그렇다면 결국 그 비용을 상쇄할 만큼 가입자 규모가 늘어나야 하는데, 결국 해외에서 가입자를 확보하는 방법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복합위기로 당장의 해외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내부적인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내 업체들 간 협력 구조가 먼저 꾸려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컨대 지상파3사 합작으로 만들어진 웨이브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웨이브를 경쟁력 있는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지상파와 플랫폼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MBC가 넷플릭스에 유통한 ‘피지컬: 100’은 우리나라 예능의 경쟁력을 전 세계에 어필하는 기회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우리나라가 콘텐츠 하청기지로 전락하는거 아니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웨이브의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적인 이익을 생각하기 보단 장기적인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고려하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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