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소부장 유망기업탐방] '포스코케미칼 파트너' 원준, 양극재 이어 음극재 공략

김도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이연된 배터리 업계 투자 재개로 장비 업체가 반등하는 분위기다. 작년 말부터 연이은 수주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 소재 관련 설비를 공급하는 원준도 마찬가지다.

원준은 지난 2008년 세워진 업체로 열처리 소성로 전문업체다. 이 제품은 투입된 원재료를 열과 가스로 화학 반응시켜 원하는 특성을 가진 소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 회사는 이성제 대표가 이끌고 있다. 그는 삼성엔지니어링, LG상사 등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최대주주는 강숙자 씨(20.72%)로 이 대표 모친이다. 창립 당시 투자금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2대 주주는 강 씨가 2019년 매각한 지분을 사들인 IBK에스이브이신기술사업투자조합(14.08%)이다. 그 다음은 이 대표로 지분 11.95%를 보유 중이다.

지난 19일 경기 수원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열처리 분야에서는 경쟁사 대비 앞선 기술력과 많은 경험을 갖추고 있다.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시장에서의 지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준의 소성로 제품은 크게 RHK(Roleer Hearth Kiln)와 PK(Pusher Kiln)로 나뉜다. RHK는 800~1200도 수준의 정밀한 온도 분포와 높은 가스분위기 제어가 가능한 설비다. 배터리 양극재,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전고체전지 열처리 등에 쓰인다. PK는 상대적으로 정밀도는 떨어지지만 2400도의 초고온까지 커버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배터리 음극재, 연료전지 열처리 등에 활용된다.

설립 초기 원준은 RHK를 개발했고 포스코, 삼성전기 등 협력사로 등록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2010년대 중반에는 포스코, LG화학, 에코프로비엠 등 양극재용 RHK 소성로를 납품하는 성과도 냈다.

다만 그때까지만 해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크지 않아 대규모 수주가 이뤄지지 않았다. 아울러 일본 등 해외 기업이 장악하던 부문이어서 원준에게 기회가 많지 않았다. 전환점은 2010년대 후반 전방산업이 활성화되면서다. 지난 2019년 일본 수출규제로 장비 국산화 수요가 늘어난 점도 긍정적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포스코케미칼이 양극재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원준도 바빠졌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 40~50%를 차지하는 원재료로 에너지 밀도를 결정한다. 제조 과정은 ▲원료 혼합 ▲소성 ▲분쇄 및 해쇄 ▲코팅 열처리 ▲분급 ▲탈철 ▲포장 등으로 이뤄진다. 원준은 소성과 코팅 열처리가 주력이지만 턴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전 공정을 담당할 수 있는 만큼 대형 계약 체결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포스코케미칼은 국내 광양과 포항에서 양극재 공장을 지속 증설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양극재 합작사(JV) 절강포화를 통해 생산능력(캐파)을 늘리는 중이다. 이달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JV인 얼티얼캠이 캐나다 공장을 착공한다. 향후 유럽 생산거점도 확보할 예정이다.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캐파는 올해 10만톤에서 2025년 34만톤, 2030년 61만톤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소성로 대부분을 원준이 공급한다.

원준은 공시를 통해 지난해 12월 절강포화 260억원, 올해 5월 포스코케미칼 35억원, 6월 포스코케미칼 442억원 등을 계약 소식을 전했다.

문제는 특정 고객사 의존도가 높다는 점. 이 대표는 “포스코케미칼이 양극재 후발주자지만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앞세워 경쟁사 대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면서 “다른 고객사와도 거래 이력이 있으나 현시점에서는 포스코케미칼 물량 처리하기도 벅찬 상태”라고 설명했다.

원준은 음극재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020년 1월 독일에서 협업을 해오던 아이젠만 써멀 솔루션즈(ETS)의 열처리 사업부를 인수했다. ETS는 1888년 설립된 전통이 깊은 회사로 열처리 기술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와 고객사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사업부는 현재 독일 관계사 원준GmbH가 관리하고 있다.

인수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국면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좋지 않았다. 2019년까지만 해도 700억~800억원 수준이던 연매출이 2020년 200억원대 후반으로 폭락했다. 이 여파로 원준 실적도 부진했다. ▲2019년 매출 929억원 영업이익 301억원 ▲2020년 매출 640억원 영업손실 41억원 ▲2021년 매출 621억원 영업이익 123억원 등의 흐름을 보였다. 2020년 말부터 원준GmbH가 기존 주력 제품인 탄소섬유 설비 판매가 회복됐고 신규 사업인 음극재용 PK 소성로 수주를 따내면서 반등한 것이 2021년 결과다.

지난해 12월에는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과 711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해당 고객사는 차세대 소재로 꼽히는 실리콘 음극재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원준은 ETS 기술력 기반으로 실리콘 음극재 전용장비를 개발했다.

이 대표는 “양극재에 다음으로 음극재 분야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특히 실리콘 음극재 부문을 선점해 새 먹거리로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극재는 흑연계과 실리콘계로 구분된다. 실리콘 기반 제품은 흑연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은 것이 장점이다. 내구성과 부피 팽창 이슈로 상용화되지 못했으나 흑연에 실리콘을 첨가하는 식으로 실리콘 함량을 높여가는 추세다.

원준은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 전고체전지, 탄소섬유, 폐배터리 재활용 등을 낙점했다. 이 대표는 “양극재와 음극재 등 기존 소재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 미리 다음 아이템을 준비해나가면서 다음 스텝을 밟아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원준은 한국과 독일 외에 폴란드, 중국 등에도 생산 시설을 두고 있다. 미국에는 영업 법인이 있다. 전기차 주요 시장에 법인을 둬 고객사와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심산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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