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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7.2조원 투자하는 LG엔솔, 자금 조달 문제없나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 LG에너지솔루션 자체 보유 현금성 자산만 약 6조원
- 탄탄한 고객사, 높은 배터리 수요, 성장세 높은 시장 '삼박자'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애리조나주 신규 공장 건설에 7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4일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Queen Creek)에 신규 원통형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각각 2025년, 2026년 완공 목표로 원통형 공장 건설에 4조2000억원, ESS LFP 배터리 공장에 3조원이 투입된다. 총 생산능력은 43GWh, 북미 지역 배터리 생산 공장 중 최대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결정이 특히 더 관심을 끄는 대목은 투자 규모다. 회사는 당초 지난해 1조7000억원을 들여 애리조나주에 원통형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불안 상황과 투자비 상승 우려로 보류했다. 그런데 불과 1년여만에 4배 규모로 재투자를 결정한 것.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투자 규모가 대폭 늘었어도 자금 조달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계산에는 회사의 재무상황, 현지 시장 수요, 투자 유치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배경으로 깔린다.

먼저 2022년 사업보고서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자산총계는 총 38조3000억원으로 확인된다. 이 중 현금화가 용이한 유동자산은 18조8000억원이다. 그 안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5조9379억원, 매출채권(받을 돈)이 4조7718억원으로 두 자산의 합만 10조원에 이른다.

물론 이를 한 번에 ‘올인’할 순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이 24일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유상증자, 현금출자 등으로 직접 조달하는 현금은 총 2조9000억원 정도다. 현지 법인이 빌리는 돈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이 채무 보증을 서기로 한 규모는 총 2조23000억원이다.

자금 납입은 원통형 배터리 공장이 2026년 2월28일까지, LFP 배터리 공장은 2026년 3월31일까지로 기한 내 분할 납입 방식이다. 자금이 수년에 걸쳐 투입되므로 단기적 부담이 없다. 2022년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수주잔고가 약 385조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후에도 회사가 자체 실현할 이익 규모도 상당한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공시 건 외 남은 2조원가량의 자금은 현지 투자유치 방식이 거론된다. 구체적인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규모를 대폭 키워 재투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현지 완성차 고객사들의 적극적인 러브콜이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동안 북미의 대표적인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 유망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 등에 원통형 배터리를 납품해왔다.

특히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높은 테슬라의 미국 내 현지조달에 수요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테슬라는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이 중 CATL은 중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제한하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영향으로 미국 내 배터리 공급이 어렵다. 파나소닉은 이미 미국에서 대부분의 제품을 제조하고 있지만 증설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사실상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한 대안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도 당장의 투자비 부담을 넘어 고객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충분한 고객사 수요가 예정돼 있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현지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 밖에도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5% 증가하고, 미국은 약 38% 성장해 중국(24%)과 유럽(21%)를 앞선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관한 선제적 대응, 잠재적 이익창출 기대란 투자 명분도 충분하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최초로 건설하는 ESS 배터리 전용 공장도 관련 시장은 2030년까지 2021년 대비 10배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다각적으로 안정적인 잠재 수요, 긍정적인 시장 성장 전망 등이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자신감을 끌어낸 요소로 볼 수 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지역 ▲고객 ▲제품 ▲스마트팩토리 역량 강화를 통해 북미 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단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고성장이 예견된 북미 시장에서 테슬라를 비롯해 루시드, 니콜라, 프로테라, 리비안 등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과의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건한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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