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반도체 적자' 삼성, 감산 이어 투자 속도 조절 [소부장반차장]

김도현


- 반도체 불황에 불가피한 결정
- 한국·미국 신공장, 가동 시점 불확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전방산업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반도체 업황 반등까지 요원한 상황이다. 감산 대열에 합류한 삼성전자는 증설까지 미루면서 대응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조단위 적자가 유력한 만큼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기 평택캠퍼스 3공장(P3)은 낸드플래시 라인만 가동 중이다. D램과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라인 구축은 당초 일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는 P3에 D램 4만장, 파운드리 2만5000장 규모 투자(월 기준 웨이퍼 생산량)를 예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램 1만5000장, 파운드리 2만5000장 관련 시설투자는 지난해 단행됐어야 할 물량이 올해로 넘어온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신규는 D램 2만5000장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축구장 25개에 버금가는 P3는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팹이다. 우선 낸드플래시 라인을 조성한 뒤 지난해 7월부터 웨이퍼 투입에 들어갔다. D램과 파운드리 관련 설비도 연이어 입고될 예정이었으나 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수차례 밀린 상태다. 작년치 D램 1만5000장은 상반기, 나머지는 하반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대표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에서 장비를 빠르게 준비해달라는 분위기였으나 하반기 들어 계약을 천천히 진행하자고 입장을 바꿨다”면서 “연말로 갈수록 산업 전반이 더욱 가라앉으면서 다른 협력사들도 ‘언제부터 재개하냐’ ‘다시 시작하면 안 되겠냐’ 등의 이야기를 선뜻 꺼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초 공사에 돌입한 4공장(P4)도 기존 계획 대비 수개월씩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P3 구축이 정상화하지 않은 시점에서 신공장을 급하게 올릴 필요는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삼성전자는 “일정이 늦어진다기보다는 서둘렀던 부분을 정상 속도로 맞추는 과정에서 다소 지연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큰 틀에서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마련되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투자비용이 대폭 늘어나는 등 어려움이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내년 하반기 가동 목표는 변하지 않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감산, 투자 조정 등 효과가 증폭되려면 결국 전방 수요가 회복돼야 할 것”이라며 “고객 구매 재개 시점에 따라 증설 속도가 다시 붙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달 초 2023년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특정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을 내려 이미 진행 중인 라인 운영 최적화 및 시험생산(엔지니어링 런) 비중 확대 외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이후 25년 만의 결정이다.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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