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계

"감산 감사"…삼성·SK·마이크론, 수십조 재고·적자 털어낼까 [소부장반차장]

김도현
- 삼성전자마저 '인위적 감산'…하반기부터 효과 기대
- 반도체 업계 "결국 수요가 회복돼야 실적 반등"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가 감산 대열에 합류한다. 메모리 부진이 계속되자 기조를 바꿨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수요공급 불균형이 맞춰지면서 업황 반등이 빨라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연내 회복은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빅3’의 재고자산은 수십조원에 달한다. 통상 4주 내외였던 재고 일수는 20주 내외로 약 5배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3사는 올해 1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조단위 적자를 냈다.

앞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반도체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에 돌입했다. 쌓아둔 물량이 충분한 고객들이 메모리 구매를 최소화하자 생산량을 축소하기로 한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전략을 고수하면서 사실상 치킨게임을 유도해왔다. 내부 의견이 엇갈린데다 외부에서는 동참을 바라는 눈치였으나 삼성전자는 수개월 동안 공식 입장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다만 공정 전환, 생산라인 효율화 등을 통한 기술적 감산은 진작부터 시행해왔다. 아울러 경쟁사에 이어 자사마저 적자의 늪에 빠지자 삼성전자는 결국 감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이후 25년 만의 결정이다.

삼성전자는 “특정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을 내려 이미 진행 중인 라인 운영 최적화 및 시험생산(엔지니어링 런) 비중 확대 외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쉽게 말해 고부가가치 메모리를 일정량 이상으로 생산해놓은 만큼 전반적인 생산 규모를 대폭 낮추겠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처럼 중저가 제품부터 웨이퍼 투입을 축소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업장으로 보면 최신 라인이 들어선 평택캠퍼스보다는 화성캠퍼스가 직접적인 감산 대상이 될 전망이다. 화성캠퍼스는 DDR4 등 범용 제품을 주력으로 제조한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메모리 공급의 30~40%를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술적·인위적 감산을 합쳐 생산능력(캐파)을 10~20% 정도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두 곳 감산까지 고려하면 두 자릿수 이상 물량 축소가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감산 효과는 이르면 오는 3분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제작 기간이 3개월 전후임을 감안하면 감산 이후 2~3개월 뒤 물량이 본격적으로 줄어드는 영향이다. 하반기부터 서버 업체 등 주요 고객이 구매를 재개하면 큰 폭으로 낮아진 메모리 가격이 바닥을 치고 올라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간에는 메모리 업계에 긍정 요소도 있다. 중앙처리장치(CPU) 1위 인텔이 DDR5를 지원하는 ‘사파이어 래피즈’ 납품을 확장하는 시점이다. DDR5는 물론 챗GPT 등에 따른 인공지능(AI) 분야 성장에 따른 고대역폭 메모리(HBM) 및 프로세스 인 메모리(PIM) 등 수요까지 늘면 실적 부진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김황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감산 공식화로 업계 전반의 공급 축소 기조가 본격화할 수 있다. 과거와 같은 가격 경쟁을 통한 물량 밀어내기 가능성은 일단락됐다”며 “재고 소진→가격 안정화→구매심리 자극→구요 반등→재고 추가 축소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수요 자체가 살아나지 않으면 감산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정보기술(IT) 기기 등 수요가 살아날 기미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3분기까지 회복 신호가 없다면 올해 안으로 정상궤도에 들기는 힘들 것”이라며 분석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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