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디지털교과서 사업, 무선랜은 여전히 물음표?

김재철 기자
- 노트PC 교실당 40대, 영상콘텐츠 활용에도 무선랜 기준은 모호

초등학교들을 대상으로 멀티미디어 학습 환경을 구축하는 디지털교과서 사업이 반드시 태블릿PC를 포함시켜야 하는 제안 규정을 완화했지만, 이 사업의 중요 인프라인 무선랜과 관련한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가뜩이나 사업비가 낮게 책정된 상황에서, 고가의 외산 태블릿 PC가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해부터 공급업체들이 불만을 제기해 왔다.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이 위주여서 굳이 태블릿 PC가 아니어도 상관이 없는데다가 환율 때문에 제품 가격이 계속 오르는 데도 태블릿 PC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무선랜 속도 등 정확한 규정 없어 = 하지만, 디지털교과서 시범사업의 중요한 인프라인 무선랜(WiFi) 부분은 도무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무선랜의 구체적인 사양이 명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제안요청서에는 무선네트워크와 관련해 ‘무선네트워크 환경 구축 방안 제시’, ‘기 운용중인 연구학교 장비와 호환·연동이 가능한 무선네트워크 구축’, ‘교실 당 무선AP 2개 이상 설치’ 등의 요건만 보일 뿐이다.

공공이나 민간 분야를 막론하고 네트워크 기술·장비를 도입할 때는 네트워크의 속도나 성능과 관련된 구체적인 기준 명시돼 있기 마련이지만, 이번 사업에서는 네트워크의 가장 중요한 기준을 따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무선랜 전문업체들은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해왔다. 동영상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게 되는 만큼 무선랜의 사양이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낮은 사업비, 무선랜은 고려대상서 밀려 = 업계 ‘802.11n 명시’ 그런데 당초부터 이번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태블릿PC를 도입·활용하는 것이다 보니, 무선랜에 대한 고려는 계속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몇몇 공급업체들이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측에 “무선랜이 802.11n이 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문제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랜 전문업체들은 “가뜩이나 사업비가 낮게 책정돼 있다 보니,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결국 원가를 낮춰야 되고, 사업을 수주하려면 802.11n을 포함시키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발생시 공급업체 책임” 규정만 추가돼 = 지난해 1, 2차 시범 사업이 있은 뒤 올해 3차 사업의 제안요청서에는 ‘제안된 무선네트워크 환경이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을 시 제안사는 전체 무선네트워크 환경을 재구성하며, 발생되는 모든 비용은 제안사의 부담으로 함’이라는 조건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무선랜 업계에서는 “지난해 1, 2차 사업에서 서비스 품질에 문제가 있었기에 이러한 조항이 포함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측은 “콘텐츠 전송을 하는 데 있어 서비스 품질에 문제가 일어난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

무선랜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는 멀티미디어, 특히 동영상 학습 콘텐츠를 이용하게 되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한 무선랜 장비 공급업체 관계자는 “밑지지 않으려면 802.11n을 공급하면 안 되고, 안 그러면 책임을 뒤집어쓸 판국이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사업을 기획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제대로 사업비를 책정하지 않고 전시효과가 큰 단말에만 신경을 쓰면 사업이 제대로 성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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