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디지털교과서 사업, 서비스 품질 문제 없나?

김재철 기자
- 서비스 품질 좌우할 무선랜은 뒷전, 장기적 안목 아쉬워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주관하는 디지털교과서 구축사업 입찰이 지난 주 금요일(20일) 마감됐다.

1, 2차 입찰 모두 1개 업체만이 신청해 연거푸 유찰됐던 이번 사업은, 다행히 이번에 4개 업체가 참가한 것으로 알려져 어떻게든 매듭을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초등학교 일부 교실을 첨단 유비쿼터스 디지털 학습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이번 사업은 여전히 의문점을 갖게 한다. 과연 서비스 품질에 문제가 없을 것인지 우려가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두차례 유찰 끝에 4개 업체 참가 = 이번 사업은 학교 당 2개의 교실에 각각 전자칠판과 40대의 노트북 PC(태블릿PC 포함)을 갖춰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학습 콘텐츠를 자유롭게 전송함으로써 수업의 효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시범학교로 선정된 초등학교에 콘텐츠 서버를 설치하고, 학교 당 2개 교실에 각 40대의 노트북PC와 무선랜(WiFi) 접속 환경(교실 당 AP 2개)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비가 낮은데다가, 애초에는 태블릿PC가 필수 사양으로 포함돼 있다 보니 무선랜이 뒷전으로 밀리는 양상이 나타났다. 최근 대세가 되고 있는 802.11n 무선랜(속도 300Mbps 이상)이 아니라, 40~50Mbps 속도를 내는 802.a/g 무선랜이 공급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차 사업 결과 학교에서 서비스 품질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으나, 교육학술정보원 측은 “서비스 품질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3차 사업의 제안요청서에는 ‘제안된 무선네트워크 환경이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을 시 제안사는 전체 무선네트워크 환경을 재구성하며, 발생되는 모든 비용은 제안사의 부담으로 함’이라는 항목이 포함돼 있어, 무선랜 공급업체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나타내는 상황이다.

◆부족한 사업비 탓에 눈에 보이는 효과가 우선 = 사업성이 너무 낮은 탓에 3차 사업이 두 차례나 유찰되자, 교육학술정보원은 태블릿PC를 고집하던 조항을 완화해 입찰을 진행했다. 하지만, “태블릿PC를 제안한 업체는 그렇지 않은 업체보다 가산점을 줄 것”이라는 게 교육학술정보원의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서 또다시 무선랜은 뒷전일 수박에 없는데, 문제는 태블릿PC나 전자칠판이 전시효과는 클지 몰라도, 서비스 품질은 무선랜이 좌우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교육학술정보원이 만든 제안요청서에는 무선랜의 사양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와 관련해 정보원 측의 입장은 “당장 수업을 하는 데 있어 802.11a/b로도 문제가 없다” 그리고 “초등학교의 네트워크 백본이 10~20Mbps 정도이기 때문에 교실의 무선랜 속도가 빨라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교육학술정보원의 시각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 무선랜 업계의 설명. 사업을 바라보는 장기적인 안목이나, 네트워크 관련 기본 지식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네트워크 관련 장기적 안목도 아쉬워 = 당장 수업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콘텐츠가 점차 늘어날 테고, 용량도 커질 것을 감안하면 당연히 그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사업비가 부족하니 일단 구축해놓고 다음에 무선랜을 바꾸자는 것은 근시안적인 접근이며,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모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태블릿PC는 무선랜 사양이 802.11n이었다”며, “단말의 사양이 이러한데, 정작 인프라는 낡은 사양도 괜찮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백본 네트워크 용량이 낮기 때문에 교실의 무선랜 속도가 빨라도 소용이 없다는 설명은 무선랜과 관련해 기본적인 이해가 안 돼 있는 데서 나온 답변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번 사업은 기본적으로 학교에 콘텐츠 서버를 구축해 여기에 콘텐츠를 내려받은 뒤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학생들이 콘텐츠를 끌어가는 방식이라는 것.

◆서비스 품질의 핵심은 ‘내부 무선랜 속도’ = 따라서, 학생들이 서버와 콘텐츠를 주고받는 데서 무선랜의 속도가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노트북PC가 개인 학습용 단말이지만, 여기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은 유선랜이나 외장 저장장치가 아니라 무선랜이기 때문이다.

무선랜 업계 및 SI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무선랜 품질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현재 네트워크나 콘텐츠의 발전 추세를 감안하면 얼마 안 가서 무선랜을 교체해야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입찰 참가를 포기한 한 무선랜 업체는 “도저히 가격을 맞출 수가 없어 사업을 포기했다”면서, “현재대로라면 서비스 품질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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