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노무현과 IT②] 소프트웨어 개발자 노무현

심재석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은 IT업계에도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노 전 대통령이 역대 정치인 중 가장 IT와 가까운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만큼 IT와 과학기술을 이해한 대통령이 없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소프트웨어에 대해 관심이 높았다. 참여정부 후반기 정부의 IT 정책 기조는 “IT강국에서 소프트웨어 강국으로”였다. 이처럼 노 전 대통령은 소프트웨어의 가치와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대통령이었다.

한글과컴퓨터의 발표용 프로그램인 슬라이드에는 ‘프레지던드’ 버전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제안해 개발된 기능이 포함됐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 2006년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 국무회의 시간에 “MS 파워포인트에 메모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고,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한컴측이 이 기능을 개발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한 IT 전시회에서 한컴 슬라이드에 자신이 원했던 기능이 있는 것을 보고 업무보고용으로 쓰길 권장하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SW를 직접 개발할 수 있는 개발자였다. 노 전 대통령은 14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정치인을 위한 인물 관련 종합자료 관리 프로그램인 '한라 1.0'을 직접 개발했었다. 독학으로 SW 개발 기술을 습득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1998년 개발한 정치인용 인물 자료 관리프로그램으로 일정, 명함관리, 메신저, 회계 기능 등을 갖추고 있는 노하우 2000으로 거듭났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노하우 2000을 정치업무 표준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청와대 업무관리 프로그램인 'e지원' 시스템을 창안했고, 'e국무회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국정시스템 전반에 IT를 통한 업무혁신을 시도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책적 면에서도 SW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중소SW 업체들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들을 주로 마련했다.

이명박 정부가 실행하고 있는 SW분리발주, 소프트웨어(SW)사업 하도급 사전승인제, 과업변경심의위원회 운영, SW기술자 신고제 등은 모두 참여정부에서 입안된 정책들이다.

참여정부 정책의 대부분을 반대했던 현 정부도 SW분야 만큼은 참여정부의 기조를 버리지 않고 있다.

SW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노 전 대통령만큼 SW를 이해하는 대통령이 다시 등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 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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