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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펜 E-P2, 올림푸스의 과제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미러리스, 하이브리드, 마이크로포서드, 절반크기 DSLR 등. 올림푸스 펜 E-P2의 수식어는 다양하다.

 

풀어보면 이렇다. 카메라 내부의 반사 거울과 펜타프리즘을 없애 전체적인 크기와 두께를 줄인 것이(미러리스, 절반크기) 펜 시리즈다. 그러면서도 올림푸스 DSLR에 탑재돼 온 포서드 규격의 센서(17×13mm)를 그대로 적용해 DSLR의 화질과 콤팩트형 디카의 휴대성을 모두 살린 것이(하이브리드, 마이크로포서드 규격) 바로 펜 시리즈다.

 

새삼 올림푸스 펜 E-P2가 주목 받는 이유는 강한 경쟁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의 GF-1과 삼성의 NX10이 바로 그것. 파나소닉은 올림푸스와 함께 마이크로포서드 규격을 함께 활용하는 동반자인 동시에 경쟁자다. 삼성 NX10은 루키다. 저렴한 가격과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갖췄다. 게다가 포서드 규격보다 큰 APS-C 규격(24×16mm)의 센서를 탑재했다는 걸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펜 E-P2는 확실히 (DSLR과 비교해)작고 예쁘다. 화질도 수준급이다. 작동 방식은 일반적인 콤팩트형 디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초점을 잡는 방식도 콤팩트형 디카와 마찬가지로 콘트라스트 검출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초점 잡는 속도는 그보다 훨씬 빠르다. 물론, DSLR의 위상차 검출 방식보단 느릴 수 밖에 없지만.

 

E-P2에 추가된 전자식 뷰파인더는, 전체적인 디자인을 흐트러뜨리는 얄궂은 모양새다. 마치 클래식한 정장 차림에 요즘 유행하는 야구 모자를 씌워놓은 형상이랄까. 어쨌든 좋다. 제거할 수도 있고, 뷰파인더에 눈을 갖다 대고 셔터를 누르는 감성적인 맛을 살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옵션이 추가됐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직접 보는 것이 아닌, 센서를 거쳐서 본다는 점에서 LCD와 크게 다를 바는 없지만.

 

결과물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파나소닉 G 시리즈와 삼성 NX를 제외하면 이정도 크기에서 이만한 결과물을 내놓는 카메라가 또 있을까. 시그마의 DP 시리즈가 포베온 센서를 바탕으로 쨍하디 쨍한 결과물을 내놓는다곤 하지만 대중성으로 따져보면 펜 시리즈가 우위에 있다. 시그마 DP 시리즈는 다루기가 쉽지 않은 카메라이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꺼내서 셔터를 누르면 펜 E-P2는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고감도 노이즈 억제 능력도 이만하면 수준급이다. 올림푸스가 자랑하는 아트 필터 기능도 쓰면 쓸수록 찍는 재미가 쏠쏠하다. 크게 흠 잡을 만한 구석이 없는 잘 만들어진 카메라다.

 

다만, 펜 시리즈는 더 작아져야 하고 더 가벼워져야 한다. 파나소닉 G 시리즈도 마찬가지. 그렇지 않으면 과거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도 있다.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삼성의 NX10이 비록 현 시점에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다만 초점거리와 심도 등 센서 크기에서 오는 차이는 작지 않다. 논란이 있지만 올림푸스의 포서드 규격은 그간 DSLR 사용자들 사이에서 적잖은 비아냥을 들어왔다. 작지도 않은 것이 센서 크기만 줄였다는 얘기다. 사실이건 사실이 아니건, 그러한 논란이 미러리스, 혹은 하이브리드 제품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면 안 될 일이다. 펜이 더 작아져야 하는 이유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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