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암 100년①] ‘매출 100조-영업익 10조’ 삼성전자, 호암의 ‘인재’가 만들었다

윤상호 기자

- 사업보국·인재제일·합리추구, 창조경영으로 탈바꿈…21세기 새로운 길 모색 중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선진국 대열에 참여하는데 세 가지 방법뿐이라고 한다. 첫째 남이 다 만드는 물건을 누가 싸게 만드느냐. 둘째 값은 같되 얼마나 품질을 좋게 만드느냐. 셋째 좋은 품질을 누가 남보다 앞서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1983년 2월26일 전자반도체회의에서)

“특정 상품이나 사업이 정상에 올랐을 때 다른 상품이나 다른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 신종 상품 개척에서 한발 늦었다. 모든 상품과 사업은 그 수명이 있고 한계가 있다. 이를 미리 하는 지혜가 아쉽다. 그 지혜를 포착하기 위해 사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1982년 3월28일 워싱턴에서)

삼성그룹 창업자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이 남긴 말이다. 20년이 지난 말들인데도 지금의 경영환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는 그의 탄생 100주년이다. 1987년 생을 마칠 때까지 37개 계열사를 만들었다. 쌀 300섬 삼성상회라는 간판으로 시작한 삼성은 2008년 기준 자산 규모 318조원, 매출 181조원의 한국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2009년 매출액 100조원과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하며 세계 굴지의 IT기업에 올라섰다. CJ그룹과 한솔그룹 신세계그룹도 그가 일군 회사들이 모태다.

호암이 삼성의 미래를 위해 던진 승부수 반도체 사업은 삼성전자의,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반도체 사업은 막대한 투자와 첨단 기술이 필요한 사업. 당시에도 비관론이 거셌다. 지금도 돈만 있다고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니 그때 반대는 더 심각했다. 그러나 맨 땅에서 시작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이제 세계 1위로 올라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의 기업가 정신과 경영철학은 21세기에도 우리에게 유효하다.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로 대표되는 3대 경영철학은 여전히 삼성을 움직이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가 만든 삼성의 시스템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며 한국 사회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1957년 국내 기업 최초로 사원 공개채용 제도를 실시한 것도 ‘인재’를 키우기 위한 새로운 시도였다.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기업 연수원을 세운 것도 그다.

호암을 보좌했던 이들은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었다고 회고한다. 신뢰가 인재를 성장시키는 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키운 인재들이 지금의 삼성을 만들었다.

‘삼성맨’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삼성의 경영스타일을 배우기 위해 삼성맨을 영입하려는 기업도 많다. 심지어 삼성 출신 전문경영인을 영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오르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라는 경영철학은 ‘창조경영’이라는 화두로 진화했다. 현재 삼성은 그린에너지 헬스케어 바이오시밀러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호암의 말처럼 모든 상품과 사업은 그 수명이 있고 한계가 있다. 21세기에도 삼성의 신화창조는 계속될 것인가. 아니면 평범한 기업 중 하나로 추락할 것인가. 이것이 지금 이 때 호암의 기업가 정신과 경영철학을 재조명하는 이유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윤상호 기자
crow@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