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암 100년②] 삼성전자, 국내 1위서 세계 1위로…父子가 만든 성공신화

윤상호 기자

- 반도체·TV 등 대를 잇는 성공 스토리…3대 이재용 부사장으로 계승

“행하는 자 이루고 가는 자 닿는다. 그동안 내가 일군 모든 사업들은 내 인생에 빛나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삼성은 나라의 기업이다. 삼성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린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고 나라에 이로운 방향으로 삼성을 이끌어야 한다.”

수원 삼성전자 홍보관에 쓰여있는 삼성의 창업주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이 아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게 남긴 유훈이다. 한국 경제를 위해 거둔 성과와 책임감, 아들이 가야할 삶의 길 등이 이 말 속에 함축돼있다.

호암은 지난 1910년 태어나 198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국 경제에 지워지지 않을 큰 족적을 남겼다. 그리고 이건희 전 회장은 이를 토대로 세계 경제에 삼성이라는 두 글자를 새겨넣었다.

두 부자를 잇는 가장 큰 성공 스토리는 반도체 사업이다. 호암은 70대에 기흥에 반도체 공장을 세웠다. 당시 반도체사업은 막대한 투자와 첨단 기술이 필요한 사업으로 한국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도전 과제였다.

반도체 투자 결정 이후 ‘그룹이 위험하다’ ‘회장의 판단이 흐려졌다’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그가 내린 결정 덕에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가 될 수 있었다. 이 전 회장은 2000년대 중반 반도체 공급 과잉으로 생긴 산업의 위기를 선도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았다. 경제 위기가 진정된 작년 그 어떤 반도체 기업보다도 높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과실을 따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LED TV도 빠질 수 없다. 호암이 삼성전자를 설립한 1969년은 국내에 TV 보급이 막 시작되던 시기다. 제일제당과 제일모직이라는 당시 삼성의 주력 사업과도 거리가 멀었다. TV 생산을 위한 국내 기술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TV와 라디오의 총 생산량 중 85%를 수출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국내 최초로 TV 수출에 성공하며 삼성전자의 기틀을 닦았다.

이건희 전 회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삼성전자의 TV 사업을 세계 1위로 올려놓았다. 아날로그 TV에서 디지털 TV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낸 것이 컸다. 반도체에 이어 또 한 번 일본 업체들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LCD TV, LED TV 등 삼성전자는 TV 시장을 선도하며 새로운 시장 창출에도 성공하고 있다. 올해는 3D TV라는 신시장 개척에 나선다.

실패도 있었다. 호암은 한국비료와 동양방송, 이건희 전 회장은 삼성자동차에서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다. 둘 다 관련 사건으로 오랜 외유와 칩거생활을 한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런 좌절과 시련 속에서도 두 부자는 멈추지 않았다. 이들이 멈추지 않았기에 지금의 삼성이 있는 것이다. 이제 공은 이건희 전 회장과 그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부사장)이 넘겨받았다. 선대의 하모니를 후대도 이어갈 수 있을까. 삼성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들의 앞날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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